이란 소요사태에 ‘오바마 효과’

입력 2009.06.22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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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소요 사태에 오바마 효과가 작동하고 있다'
지난주 전 세계의 이목이 대통령 선거 부정시비를 둘러싼 이란의 대규모 거리시위에 쏠려 있을때 워싱턴 정가에서는 은밀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강경파 일각에서는 이란 소요 사태가 부시 전 대통령의 오랜 민주주의 이념 설파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대한 부시 정부의 강경 입장이 결국 이란인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랍과의 화해' 정책, 그리고 지난 미국 대선에서 `변화'를 추구한 오바마의 당선 자체가 이란인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카네기 연구소의 카림 사드자드포 이란문제 전문가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미국에 죽음을'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으며 미국을 적으로 삼고는 어떤 성취도 어렵다는 것을 이란인들이 알게 됐다"면서 "테헤란 강경파들이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미국 대통령과 잘 지내지 못한다면, 문제는 워싱턴이 아닌 이란에 있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고 말했다.
특히 신문은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 당시 이란의 개혁파들 조차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입장 표현을 삼가면서 공동의 적(미국)을 향해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면서 심지어 개혁파들은 미국인들에게 자신들에 대한 지지 표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친미파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오바마는 이런 이란인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최근의 소요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이 `민주주의 옹호에 유약하다'는 공화당측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제력과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을 전후해 이란 정부에 끊임없이 조건없는 대화를 촉구해 왔고, 이란의 회교력 신년을 기념하는 `노우루즈'때는 이란을 `이슬람 공화국'이라고 칭하면서 이란인과 지도자들에게 비디오를 통해 신년 인사를 전했고 지난 4일 카이로대학에서 이슬람과 화해를 강조한 연설로 이슬람 사회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같은 오바마의 화해의 손길에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침묵을 지켜왔다.
그러나 이란의 중산층은 점차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시대가 미-이란 관계를 정상화시킬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거리시위의 중심인물이자 선거 공식 집계에서 패배한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총리가 선거운동 기간 내걸었던 슬로건이 `세계와의 새로운 인사'였다는 점은 이란 개혁파들의 생각이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무사비는 선거운동 당시 공약에서 미국과의 정치적 대화 재개를 내걸었고, 포스터에 자신과 부인의 사진을 나란히 내걸었으며 선거 참모들을 젊은 인재들로 기용하는가 하면, 소셜 네트워크와 인터넷을 활용하는 등 오바마의 선거운동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다.
뉴 아메리카 파운데이션의 이란 전문가인 아프신 몰라비는 "무사비가 졌다는 선거 결과가 나왔을 때 이란의 중산층들은 모욕감과 부정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미-이란 관계 개선에 대한 자신들의 희망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더 화가 났다"며 이것이 이란인들을 연일 거리로 나오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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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소요사태에 ‘오바마 효과’
    • 입력 2009-06-22 06:25:08
    연합뉴스
`이란의 소요 사태에 오바마 효과가 작동하고 있다' 지난주 전 세계의 이목이 대통령 선거 부정시비를 둘러싼 이란의 대규모 거리시위에 쏠려 있을때 워싱턴 정가에서는 은밀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강경파 일각에서는 이란 소요 사태가 부시 전 대통령의 오랜 민주주의 이념 설파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대한 부시 정부의 강경 입장이 결국 이란인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랍과의 화해' 정책, 그리고 지난 미국 대선에서 `변화'를 추구한 오바마의 당선 자체가 이란인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카네기 연구소의 카림 사드자드포 이란문제 전문가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미국에 죽음을'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으며 미국을 적으로 삼고는 어떤 성취도 어렵다는 것을 이란인들이 알게 됐다"면서 "테헤란 강경파들이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미국 대통령과 잘 지내지 못한다면, 문제는 워싱턴이 아닌 이란에 있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고 말했다. 특히 신문은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 당시 이란의 개혁파들 조차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입장 표현을 삼가면서 공동의 적(미국)을 향해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면서 심지어 개혁파들은 미국인들에게 자신들에 대한 지지 표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친미파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오바마는 이런 이란인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최근의 소요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이 `민주주의 옹호에 유약하다'는 공화당측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제력과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을 전후해 이란 정부에 끊임없이 조건없는 대화를 촉구해 왔고, 이란의 회교력 신년을 기념하는 `노우루즈'때는 이란을 `이슬람 공화국'이라고 칭하면서 이란인과 지도자들에게 비디오를 통해 신년 인사를 전했고 지난 4일 카이로대학에서 이슬람과 화해를 강조한 연설로 이슬람 사회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같은 오바마의 화해의 손길에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침묵을 지켜왔다. 그러나 이란의 중산층은 점차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시대가 미-이란 관계를 정상화시킬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거리시위의 중심인물이자 선거 공식 집계에서 패배한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총리가 선거운동 기간 내걸었던 슬로건이 `세계와의 새로운 인사'였다는 점은 이란 개혁파들의 생각이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무사비는 선거운동 당시 공약에서 미국과의 정치적 대화 재개를 내걸었고, 포스터에 자신과 부인의 사진을 나란히 내걸었으며 선거 참모들을 젊은 인재들로 기용하는가 하면, 소셜 네트워크와 인터넷을 활용하는 등 오바마의 선거운동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다. 뉴 아메리카 파운데이션의 이란 전문가인 아프신 몰라비는 "무사비가 졌다는 선거 결과가 나왔을 때 이란의 중산층들은 모욕감과 부정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미-이란 관계 개선에 대한 자신들의 희망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더 화가 났다"며 이것이 이란인들을 연일 거리로 나오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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