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불신 키우는 시험 관리

입력 2009.07.07 (06:58) 수정 2009.07.0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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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제 해설위원]

교육현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진 전국연합학력고사 문제가 교육방송 외주제작 PD를 통해 한 입시학원에 사전 유출됐습니다. 방송제작을 위해 시험 하루 전 교육청에서 받은 문제지를 통째로 빼돌린 것이어서 시험의 공신력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전국 고등학생 180여 만 명의 학력을 진단하고 수능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되는 시험이기에 파문이 더욱 큽니다.
시험문제나 관련 정보가 새나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7년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사건에 이어 지난해 고3 학력평가 문제가 빼돌려지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학원을 통해 문제가 새나간 경웁니다. 이런 교육현실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걱정이 앞섭니다.
시험문제 유출이 잦은 근본적인 원인은 사교육 열풍과 이를 이용한 학원의 장삿속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시험문제를 비슷하게 라도 몇 개만 맞추면 ‘족집게’로 소문나 학생이 몰리는 게 현실이고 보면 학원들이 문제를 빼돌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것입니다.
대책조차 제대로 세우지 않은 교육당국의 책임도 큽니다. 이번 경우만 보더라도 서울시교육청이 보안을 강조하면서도 ‘유출하지 않겠다.’ 는 각서만 받고 시험문제를 교육방송에 넘겼습니다. 수능담당 PD가 마음만 먹으면 문제를 유출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시험의 생명인 공정성과 공신력을 크게 해쳤다는 점에서 교육당국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교육방송은 공교육 강화가 아니라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한 게 아닌지 반성해 볼 일입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전면적인 수사에 나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합니다. 시험문제를 빼돌리는 과정에서 금품 등의 검은 거래가 있었는지 또 다른 학원에 문제가 흘러들어가지 않았는지 등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시험 관리자와 학원 간의 뒷거래를 막을 감시체계도 재정비해야 합니다.
시험문제 유출의 피해자는 애꿎은 학생들입니다. 학원에서 ‘족집게’ 과외를 받지 못하는 대다수 학생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시험과 내신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 공교육의 근간을 허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런 점에서 경찰과 교육당국은 교육현장에서 어떤 부조리와 비리가 저질러지는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짚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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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불신 키우는 시험 관리
    • 입력 2009-07-07 06:23:24
    • 수정2009-07-07 09:19:17
    뉴스광장 1부
[전영제 해설위원] 교육현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진 전국연합학력고사 문제가 교육방송 외주제작 PD를 통해 한 입시학원에 사전 유출됐습니다. 방송제작을 위해 시험 하루 전 교육청에서 받은 문제지를 통째로 빼돌린 것이어서 시험의 공신력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전국 고등학생 180여 만 명의 학력을 진단하고 수능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되는 시험이기에 파문이 더욱 큽니다. 시험문제나 관련 정보가 새나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7년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사건에 이어 지난해 고3 학력평가 문제가 빼돌려지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학원을 통해 문제가 새나간 경웁니다. 이런 교육현실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걱정이 앞섭니다. 시험문제 유출이 잦은 근본적인 원인은 사교육 열풍과 이를 이용한 학원의 장삿속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시험문제를 비슷하게 라도 몇 개만 맞추면 ‘족집게’로 소문나 학생이 몰리는 게 현실이고 보면 학원들이 문제를 빼돌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것입니다. 대책조차 제대로 세우지 않은 교육당국의 책임도 큽니다. 이번 경우만 보더라도 서울시교육청이 보안을 강조하면서도 ‘유출하지 않겠다.’ 는 각서만 받고 시험문제를 교육방송에 넘겼습니다. 수능담당 PD가 마음만 먹으면 문제를 유출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시험의 생명인 공정성과 공신력을 크게 해쳤다는 점에서 교육당국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교육방송은 공교육 강화가 아니라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한 게 아닌지 반성해 볼 일입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전면적인 수사에 나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합니다. 시험문제를 빼돌리는 과정에서 금품 등의 검은 거래가 있었는지 또 다른 학원에 문제가 흘러들어가지 않았는지 등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시험 관리자와 학원 간의 뒷거래를 막을 감시체계도 재정비해야 합니다. 시험문제 유출의 피해자는 애꿎은 학생들입니다. 학원에서 ‘족집게’ 과외를 받지 못하는 대다수 학생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시험과 내신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 공교육의 근간을 허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런 점에서 경찰과 교육당국은 교육현장에서 어떤 부조리와 비리가 저질러지는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짚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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