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불황의 그늘 ‘자녀 양육 포기’ 급증

입력 2009.07.08 (09:06) 수정 2009.07.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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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린이들에게 아빠 엄마는 하늘이자, 땅이고 세상의 전부겠죠?

그런데 그런 부모와 헤어진다고 하면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겁니다.

네, 그런데 요새 자녀를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석호 기자! 아무래도 경제난 때문인가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물론 이혼이 늘고, 또 미혼모가 늘어난 탓도 있겠지만, 통계를 보면 경제 상황이 악화될수록 양육 포기도 함께 늘어납니다.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청주의 한 아동보육시설입니다. 지난 1일, 갑자기 한 여성이 울면서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녹취> 최초 발견자 : “사무실로 전화가 왔어요. 어떤 여자 분이 울면서 아기를 보육원 앞에 데려다놨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아기가 발견된 곳은 보육원 정문 앞. 바구니에 담긴 채였습니다.

<녹취> “파란색 바구니에 하얀 수건으로 (아기를) 덮어놓으셨더라고요. 그 수건을 열어보니까 아기 얼굴이 바로 보였어요.”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 꼭 다시 찾으러 오겠다는 쪽지가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녹취> 최초 발견자 : “다른 데에 보내지 말고 꼭 이 보육원에서 키워달라고 쓰셨고요. 데리러 온다고... 아기 이름이랑 태어난 날짜랑 그런 것 적어서... 죄송하다고...”

하루 먼저 들어온 이 갓난아기 역시 공원에 버려져 있다가 이곳 보육원으로 오게 됐습니다.

<녹취> 보육교사 : “공원에서 발견한 사람이 병원에 데려다줬는지, 병원에서 며칠 있다가 아기 건강 상태가 좋아지니까 이리로 보낸 거죠.”

보육원에 있는 대다수 어린이들은 부모가 있는데도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양육을 포기해서 맡겨지는 경웁니다.

<녹취> 보육교사 : “경제적으로 힘들 수도 있고, 미혼모니까 혼자 키울 능력이 안 되니까 (시설에) 맡길 수도 있고 이런 아이들이 많이 없더니 갑자기 많이 들어오네요.”

올해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인 이 형제 역시 지난해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이 보육시설에 오게 됐습니다.

<녹취> 보육원 어린이 : “맨 처음에 아빠랑 엄마랑 같이 살았는데 이혼한 다음에 아빠가 힘들어서... 아빠가 돈 조금만 번 다음에 (데리러) 온대요. 우리 둘을 키우면 돈이 다 없어진다고...”

형제는 아버지가 주고 간 사진을 보며 언제 데리러 올지 모르는 부모님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녹취> 보육원 어린이 : “아빠 사진인데요. 아빠 보고 싶을 때 보려고 걸어놨어요.”

하지만, 이런 희망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인터뷰> 이주희(사회복지사) :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는 연락이 됐다가 한 3~4년간은 연락이 두절된 경우도 많죠. 요즘에는 경제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까 아이를 다시 데려가는 경우가 드물더라고요.”

자녀 양육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제적인 문젭니다. 올해 발표된 보건복지가족부 조사를 보면 98년 외환 위기, 2001년 카드 대란, 그리고 금융 위기가 닥친 지난해에 양육을 포기하고 맡겨진 아동들이 크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위기의 여파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인터뷰> 문태인(애신아동복지센터 사무국장) : “가정이 경제적으로 튼튼하게 세워져야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다시 양육을 할 수 있는데 가정이 그 역할을 못할 정도로 무너졌기 때문에...”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미혼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젭니다. 임신 9개월째. 미혼모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 여성은 이달 말 출산을 하면, 곧바로 아기를 입양보내기로 했습니다. 아기 아빠가 형편이 어렵다면서 결혼도 양육도 모두 포기한 데다 엄마도 혼자서 아이를 키울 형편이 못 되기 때문입니다.

<녹취> 미혼모 : “경제적인 것도 서로 안 좋았죠. 그 사람도... 그 사람 살기도 힘들고 형편이 그다지 안 좋으니까...”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능력 있는 싱글맘도 있다지만, 자신은 그렇지 못합니다. 미혼모 시설의 지원을 받아서 산부인과도 겨우겨우 다니는 처집니다.

<녹취> 미혼모 : “아기 미래를 위해서... 고생하고 자라느니 사랑 받고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그런 집에 가면 좋겠죠.”

무엇보다 경제난이 해소되어야 이런 현상이 근본적으로 줄어들겠지만, 더불어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도 절실합니다.

<인터뷰> 김광빈(한국아동복지센터 부회장) : “부모의 경제적 자립이 안정이 됐을 때 아동이 조기 복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부모가 책임질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줌으로써 부모와 자녀가 한 가정 내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밀 수 있도록...”

요즘 들어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부디 이 아이들의 부모가 경제 회생의 혜택을 받아서 자녀와 같이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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