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청산가리 든 막걸리’ 사건, 누가? 왜?

입력 2009.07.08 (09:06) 수정 2009.07.0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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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남 순천의 마을 주민들이 막걸리를 나눠 마신 뒤 돌연 숨졌습니다. 막걸리 안에서 독극물이 발견됐는데요.

최서희 기자! 분명히 의도적인 살인 사건인데요?

<리포트>

네. 문제의 막걸리는 숨진 한 주민의 집에 누군가 놓고 간 것인데요. 경찰은 원한관계에 따른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시골마을을 순식간에 공포에 빠뜨린 독극물 사건, 취재했습니다.

평온하던 시골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의문의 사망 사건!

<녹취> 마을 주민 : "벌벌 떨면서 딱 드러누워 버린 거야. 입에 한번 넣었다가 뱉었다는데. 그러더니 쓰러졌어. 쓰러졌어."

<녹취> 하권삼(형사과장/전남 순천경찰서) : "타살에 무게를 두고 다각적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사이좋게 나눠 마신 막걸리에는 놀랍게도 청산가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이제 누가 뭘 갖다 줘도 안마시겠죠. 당분간은."

평화롭던 시골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은 독극물 사건! 도대체 누가, 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넣었을까요...

지난 6일 오전, 전남 순천의 한 마을 주민 여러 명이 공공근로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천변에서 풀베기 작업을 하던 이들이 잠시 뒤 막걸리를 나눠 마시던 순간, 사람들이 차례로 쓰러졌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 : "가보니까 눈동자가 안보이고 벌벌 떨면서 막 죽으려고 그러지..."

이들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59살 최모 씨와 68살 정 모 할머니가 숨지고 다른 2명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녹취> 이모씨(76/피해자) : "(막걸리) 색도 그렇고 그런 술은 못 봤지. (마실 때)“술이 이상하네.”그랬는데... 고급술이라 그런 줄 알았지."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막걸리를 수거해 성분 분석을 의뢰했는데요. 놀랍게도 이 막걸리 안에서 다량의 청산염이 검출됐습니다.

<녹취> 하권삼(형사과장/전남 순천경찰서) : "(숨진 최씨의 남편 진술에 따르면) 그날 새벽 5시 30분경에 막걸리를 대문 앞에서 발견해서 그걸 집에 갖다 놓고 그것을 (아내) 최모씨가 작업장에 나오면서 들고 나왔다가 그걸 마시고 지금 사망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건 당일 새벽 숨진 최 씨의 집 앞에 누군가가 두고 갔다는 막걸리. 남편 최씨는 이 막걸리를 별다른 의심 없이 집안에 들여다 놓았다는데요.

<녹취> 백모씨 숨진 최씨의 남편 : "집 앞에 막걸리 병이 있길래 가져왔지. 별 의심 없었지. 그때는. 일 나가면서..."

숨진 2명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이들의 사인 역시 청산염 중독사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유가족 : "놀란 정도가 아니죠. 자녀들 다 출가하고 집에서 나이 드신 두 분이 의지하고 사는데 더군다나 본인이 아침에 갖다 준 막걸리 병, 가져다 준 거 먹고 그렇게 됐으니까..."

경찰은 이른바 묻지마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일단은 누군가 최 씨 부부를 해치기 위해 일부러 청산가리 막걸리를 가져다 놓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른 새벽인데다, 마을 주변에 CCTV도 하나 없어 목격자나 용의자 추적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웃들은 평소 인심 좋은 최 씨 부부에게 주민들이 종종 술과 음식을 갖다 줬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 : "(최씨 부부가) 주위에 그렇게 인심이 후해서 먹는 것을 갖다 주니까 그 집 때문에 그 주위에는 먹자판이 벌어지고 그랬데. 그러니까 의심 없이 갖다 먹은 거지..."

그런 만큼 마을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최 씨 부부가 누구에게 원한을 살 만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했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 : "두 명 다 인심이 좋다니까요. 두 명 다 누가 일 못하면 아저씨도 가서 거들어주고 그렇게 사람이 좋아."

경찰은 현재 마을 안에 수사본부를 차려놓고 주민 2백여 명을 상대로 최 씨 부부와의 관계와 사건 당일 행적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습니다. 뜻밖의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이웃을 잃은 주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 : "그런 사람 찾아야 돼. 약 타서 먹인 사람을. 찾아야 동네가 안심하지."

<녹취> 마을 주민 : "놀랬죠. 이런 일이 생전 처음이라 지금. 동네 사람들이 모두 손에 일이 잡히질 않아요."

이에 앞서 지난 4월말엔 충남 보령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 50여명이 단체 관광을 다녀온 뒤 3명이 잇따라 숨졌는데, 이들의 위에서 역시 청산염이 검출됐습니다.

두 달 가까이 수사를 해 온 경찰은 최근 숨진 주민의 집에서 범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력한 단서를 찾아냈는데요. 현재는 용의자를 압축해서 막바지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녹취> 오민석(형사/보령경찰서 수사과) : "범죄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중요한 수사 단서를 확보해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시골 마을에서 잇따라 일어난 청산가리 사망 사건! 조금만 먹어도 치명적인 청산가리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는데요. 위험한 독극물인만큼 구하기가 쉽지도 않고 최근엔 쓸 일도 없다는 게 사건이 일어난 마을 주민들의 말입니다.

<녹취> 마을 주민 : "바깥에서 안 들어오면 안에서는 쓸 사람 없지. 농촌에서 쓰는 사람이 누가 있어요?"

하지만 전혀 없는 건 아니었는데요. 사냥을 하기 위해 덫을 놓거나 할 때 청산가리를 쓰는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청산가리가 꿩 잡을 때 쓰는 약이에요. 시골에서 꿩 잡잖아요. 그걸 먹으면 꿩이 질식해서 바로 죽어요."

<녹취> 이윤호(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청산가리를 가지고 꿩이나 토끼를 키울 때 잡을 때 쓰기도 하고 또는 일부에서 시골에서는 지금도 물고기 잡을 때도 청산가리를 이용하는 거 보면 시골에서는 오히려 다른 독극물이나 화공약품보다는 청산가리를 더 쉽게 구할 수 있고 더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아마 청산가리가 선택되었을 수도 있죠."

의문의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문제의 막걸리 병 등에서 수거된 지문 2개에 대한 정밀 감식을 의뢰했습니다. 또 근처 화공 약품점을 돌며 청산가리의 입수 경로 추적하는 등 범행 흔적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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