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전문’ 오리온스, KBL만 납득?

입력 2009.07.13 (14:29) 수정 2009.07.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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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가 최근 주전 포인트가드인 김승현(31)과 관련해 불거졌던 연봉 계약 상의 갈등에 대해 아무도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을 내놓았다.
심용섭 오리온스 단장과 김승현은 13일 송파구 방이동 LG체육관에서 열린 2009 KBL 서머리그 기자회견에 갑자기 불쑥 나타나 "KBL 조정 금액인 6억원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8일 열린 재정위원회에 김승현이 이면계약서로 추정되는 문건을 제출하고 김승현 부친도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이면계약서의 존재를 밝혔지만 오리온스와 김승현은 말 한마디로 "그런 계약서는 없다. 계약서는 한 장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1년에 10억5천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이면계약서가 있고 그에 대한 이행 여부를 놓고 구단과 선수가 은퇴나 소송 이야기까지 흘러나올 정도로 진흙탕 싸움을 벌인 일에 대해서는 "누가 언제 그랬어요"하는 식으로 나몰라라 하며 말을 바꾼 셈이다.
심용섭 단장은 "이면계약서는 없고 계약서는 한 장일 뿐이다. 거기에는 구단과 선수의 권리와 의무가 다 같이 기술돼 있다. 이걸 서로의 입장에서만 설명하다 보니 오해가 생겼지만 최종적으로 서로 수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승현은 "당시 구단과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 오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선수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자진해서 구단 입장에서 계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8일 재정위원회에 제출한 문건에 대해 "참고용이었을 뿐 완전히 오픈할 생각은 없었다"면서 "그 이상은 구단과 선수의 문제다. 내 연봉이 얼마라고 밝힐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설명을 들을수록 오히려 답답함만 더 생기는 상황에 대해 기자들이 "대체 여기에 왜 온 것이냐"고 묻자 심용섭 단장은 "이 정도 설명을 드리러 왔다. 선수와 구단의 계약 관계에 대해 샅샅이 다 까발릴 것은 없지 않느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이면계약서에 따라 선수에게 5년간 일정 금액을 지급하기로 이면계약을 맺었다가 선수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자 말을 바꿔 '못 주겠다'고 버틴 구단다운 잡아떼기다. 이런 신용으로 어떻게 그룹을 정상적으로 경영했는지 신기할 정도다.
김승현 역시 신뢰할 수 없는 선수라는 낙인이 단단히 찍혔다. 최근 두 시즌간 허리 부상으로 108경기 가운데 60경기밖에 나오지 못한 그는 간판선수다운 책임감을 느끼는 대신 "약속된 돈을 내놓으라"고 구단을 압박하다가 오히려 불리한 처지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아무 명분 없이 입장을 바꿨다.
평소 입만 열면 "항상 즐기는 마음으로 농구를 할 뿐"이라던 그는 결국 '농구를 즐기는 전제 조건은 돈'이라는 사실을 행동으로 자인한 꼴이 됐다.
이제 KBL의 입장이 중요하게 됐다. 전육 KBL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 서두에 "김승현이 폭로, 주장한 이면 계약은 연봉 조정과는 별도로 철저히 조사해 사실로 확인되면 규정에 따라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육 총재는 심용섭 단장과 김승현이 기자 회견장에 나타나기 전에 "구단과 김승현이 설령 연봉에 합의한다 해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강조하며 "어떤 도전과 시련도 회피하지 않고 공정 경쟁을 위한 질서 유지에 전력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오리온스 측이 다녀간 뒤로 전육 총재의 뉘앙스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전육 총재는 "사실 관계가 바뀌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직답하기는 어렵다"면서 "왜 김승현이 말을 바꿨는지 알아봐야겠다. 조사 전에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몸을 사리는 모양새였다.
김승현이 재정위원회에 냈다는 계약서와 오리온스가 한 장이라고 주장한 계약서를 공개, 대조할 의향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설명에 KBL만 '납득이 간다'며 상황을 덮으려 한다면 '전육 총재가 KBL 수장이 되는데 일등 공신 노릇을 했던 오리온스 심용섭 단장'이라는 말이 다시 나돌아도 KBL로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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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발 전문’ 오리온스, KBL만 납득?
    • 입력 2009-07-13 14:29:10
    • 수정2009-07-13 14:30:25
    연합뉴스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가 최근 주전 포인트가드인 김승현(31)과 관련해 불거졌던 연봉 계약 상의 갈등에 대해 아무도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을 내놓았다. 심용섭 오리온스 단장과 김승현은 13일 송파구 방이동 LG체육관에서 열린 2009 KBL 서머리그 기자회견에 갑자기 불쑥 나타나 "KBL 조정 금액인 6억원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8일 열린 재정위원회에 김승현이 이면계약서로 추정되는 문건을 제출하고 김승현 부친도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이면계약서의 존재를 밝혔지만 오리온스와 김승현은 말 한마디로 "그런 계약서는 없다. 계약서는 한 장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1년에 10억5천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이면계약서가 있고 그에 대한 이행 여부를 놓고 구단과 선수가 은퇴나 소송 이야기까지 흘러나올 정도로 진흙탕 싸움을 벌인 일에 대해서는 "누가 언제 그랬어요"하는 식으로 나몰라라 하며 말을 바꾼 셈이다. 심용섭 단장은 "이면계약서는 없고 계약서는 한 장일 뿐이다. 거기에는 구단과 선수의 권리와 의무가 다 같이 기술돼 있다. 이걸 서로의 입장에서만 설명하다 보니 오해가 생겼지만 최종적으로 서로 수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승현은 "당시 구단과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 오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선수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자진해서 구단 입장에서 계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8일 재정위원회에 제출한 문건에 대해 "참고용이었을 뿐 완전히 오픈할 생각은 없었다"면서 "그 이상은 구단과 선수의 문제다. 내 연봉이 얼마라고 밝힐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설명을 들을수록 오히려 답답함만 더 생기는 상황에 대해 기자들이 "대체 여기에 왜 온 것이냐"고 묻자 심용섭 단장은 "이 정도 설명을 드리러 왔다. 선수와 구단의 계약 관계에 대해 샅샅이 다 까발릴 것은 없지 않느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이면계약서에 따라 선수에게 5년간 일정 금액을 지급하기로 이면계약을 맺었다가 선수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자 말을 바꿔 '못 주겠다'고 버틴 구단다운 잡아떼기다. 이런 신용으로 어떻게 그룹을 정상적으로 경영했는지 신기할 정도다. 김승현 역시 신뢰할 수 없는 선수라는 낙인이 단단히 찍혔다. 최근 두 시즌간 허리 부상으로 108경기 가운데 60경기밖에 나오지 못한 그는 간판선수다운 책임감을 느끼는 대신 "약속된 돈을 내놓으라"고 구단을 압박하다가 오히려 불리한 처지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아무 명분 없이 입장을 바꿨다. 평소 입만 열면 "항상 즐기는 마음으로 농구를 할 뿐"이라던 그는 결국 '농구를 즐기는 전제 조건은 돈'이라는 사실을 행동으로 자인한 꼴이 됐다. 이제 KBL의 입장이 중요하게 됐다. 전육 KBL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 서두에 "김승현이 폭로, 주장한 이면 계약은 연봉 조정과는 별도로 철저히 조사해 사실로 확인되면 규정에 따라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육 총재는 심용섭 단장과 김승현이 기자 회견장에 나타나기 전에 "구단과 김승현이 설령 연봉에 합의한다 해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강조하며 "어떤 도전과 시련도 회피하지 않고 공정 경쟁을 위한 질서 유지에 전력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오리온스 측이 다녀간 뒤로 전육 총재의 뉘앙스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전육 총재는 "사실 관계가 바뀌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직답하기는 어렵다"면서 "왜 김승현이 말을 바꿨는지 알아봐야겠다. 조사 전에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몸을 사리는 모양새였다. 김승현이 재정위원회에 냈다는 계약서와 오리온스가 한 장이라고 주장한 계약서를 공개, 대조할 의향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설명에 KBL만 '납득이 간다'며 상황을 덮으려 한다면 '전육 총재가 KBL 수장이 되는데 일등 공신 노릇을 했던 오리온스 심용섭 단장'이라는 말이 다시 나돌아도 KBL로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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