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경쟁vs우연한 사고 ‘산악계 시끌’

입력 2009.07.14 (18:55) 수정 2009.07.1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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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산악인 고미영(41)씨가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에 오른 뒤 하산도중 실족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산악계에서 의견이 갈리며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고씨와 여성산악계 선배인 오은선(43)씨가 히말라야 8천m 고봉 14좌 첫 완등을 놓고 벌인 `과열경쟁'이 사고의 근원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목표를 위해 차근차근 발걸음을 디디다 일어난 우연한 사고만으로 고씨의 노력을 폄훼해서는 안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8천m 고봉 사이를 헬기로 이동하며 반년도 안돼 8천m 고봉 3-4개를 오르는 등정 방식을 놓고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산악인 중 한 명인 허영호씨는 지난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등반은 음미하면서 해야 하는데 이것을 스포츠처럼 경쟁적으로 하다 보면 거기에 따른 무리라는 게 있다"라며 무리한 경쟁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허씨는 이어 "산이 어디 도망가는 게 아니다. 체력도 보강한 다음에 여유있게 등반하면 좋은데.."라면서 "8천m 고봉 3-4개를 1년 사이에 두고 등정하려고 하니까 이런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산악인도 "`14좌 첫 완등'은 이미 두 사람만의 문제를 떠나 이들을 후원하는 업체나 언론사의 이해관계와도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여서 두 사람만 의지로만 진행되기는 힘든 상태"라면서 "이 때문에 안전이 가장 걱정됐던 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배경미 한국여성산악회장은 "두 사람으로부터 14좌 완등 경쟁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진실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라며 "두 사람은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생각에 따라 경쟁했던 만큼 `선의의 경쟁'이지 `무리한 경쟁'이나 `과열 경쟁'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배 회장은 또 상업주의에 휘둘린 참사란 지적에 대해서도 "내가 아는 한 후원업체들은 서포트만 했을 뿐이지 결코 등정을 부추기진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산악연맹 이의재 사무국장도 "최근 나오는 비판은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는 산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분들이 안타까워서 하는 이야기같다"라고 지적하고,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 누가 등을 떠민다고 등반을 하겠느냐. 왜 `무리한 경쟁'이나 `상업주의'라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들이 헬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8천m 고봉 등정 경쟁을 벌인 점에 대해서는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등반 환경도 바뀐 만큼 이를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강조했다.
산악계의 이 같은 논쟁은 14일 출국한 고미영씨 구조대가 현지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사고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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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열경쟁vs우연한 사고 ‘산악계 시끌’
    • 입력 2009-07-14 18:55:41
    • 수정2009-07-14 19:13:59
    연합뉴스
여성산악인 고미영(41)씨가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에 오른 뒤 하산도중 실족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산악계에서 의견이 갈리며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고씨와 여성산악계 선배인 오은선(43)씨가 히말라야 8천m 고봉 14좌 첫 완등을 놓고 벌인 `과열경쟁'이 사고의 근원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목표를 위해 차근차근 발걸음을 디디다 일어난 우연한 사고만으로 고씨의 노력을 폄훼해서는 안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8천m 고봉 사이를 헬기로 이동하며 반년도 안돼 8천m 고봉 3-4개를 오르는 등정 방식을 놓고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산악인 중 한 명인 허영호씨는 지난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등반은 음미하면서 해야 하는데 이것을 스포츠처럼 경쟁적으로 하다 보면 거기에 따른 무리라는 게 있다"라며 무리한 경쟁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허씨는 이어 "산이 어디 도망가는 게 아니다. 체력도 보강한 다음에 여유있게 등반하면 좋은데.."라면서 "8천m 고봉 3-4개를 1년 사이에 두고 등정하려고 하니까 이런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산악인도 "`14좌 첫 완등'은 이미 두 사람만의 문제를 떠나 이들을 후원하는 업체나 언론사의 이해관계와도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여서 두 사람만 의지로만 진행되기는 힘든 상태"라면서 "이 때문에 안전이 가장 걱정됐던 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배경미 한국여성산악회장은 "두 사람으로부터 14좌 완등 경쟁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진실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라며 "두 사람은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생각에 따라 경쟁했던 만큼 `선의의 경쟁'이지 `무리한 경쟁'이나 `과열 경쟁'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배 회장은 또 상업주의에 휘둘린 참사란 지적에 대해서도 "내가 아는 한 후원업체들은 서포트만 했을 뿐이지 결코 등정을 부추기진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산악연맹 이의재 사무국장도 "최근 나오는 비판은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는 산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분들이 안타까워서 하는 이야기같다"라고 지적하고,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 누가 등을 떠민다고 등반을 하겠느냐. 왜 `무리한 경쟁'이나 `상업주의'라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들이 헬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8천m 고봉 등정 경쟁을 벌인 점에 대해서는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등반 환경도 바뀐 만큼 이를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강조했다. 산악계의 이 같은 논쟁은 14일 출국한 고미영씨 구조대가 현지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사고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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