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프로야구, 전반기 마감

입력 2009.07.23 (22:41) 수정 2009.07.2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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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프로야구 전반기 레이스가 23일 끝났다.
8개 구단 선수들은 후반기가 시작되는 28일까지 나흘간 짧은 휴식기를 맞는다.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데다 작년보다 28경기가 늘어나면서 보통 1주일쯤 되던 올스타 휴식기가 확 줄었다. 더구나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각팀 주력 선수 44명은 거의 쉴 틈이 없다.
다른 선수들도 대부분 이틀 정도 훈련을 해 실제 휴식일은 하루 이틀뿐이다.
전반기가 끝났다고 하지만 올해 페넌트레이스 532경기(팀당 133경기) 가운데 66.5%인 354경기를 치러 전체 일정으로 보면 3분의 2를 소화했다. 비로 순연된 경기는 예년보다 적은 26경기.
올 시즌 프로야구 전반기의 특징은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위권 대접전으로 요약된다.
이맘때까지 1∼5위 팀이 촘촘히 늘어선 시즌은 거의 없었다. 2005년 이후에는 시즌 3분의 2를 넘겼을 때 1∼4위 격차가 10경기 안팎으로 벌어졌다.
전반기를 마친 결과 3년 연속 챔피언에 도전하는 SK가 50승 고지를 선점하며 천신만고 끝에 다시 1위를 탈환했다.
두산이 불안한 2위로 내려앉았고 KIA는 3위를 유지했다. 롯데와 삼성은 4,5위에 자리했지만 언제든 선두를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따라붙었다.
1위 SK와 4위 롯데의 승차는 4.5경기이지만 실질 승차(무승부를 패수에 산입)는 2경기에 불과하다.
◇ 초접전 레이스
6월까지만 해도 작년처럼 SK와 두산의 선두 싸움에 중위권 혼전 양상이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SK가 의외의 7연패를 당하고 두산마저 주춤하는 사이 중위권에 도사리고 있던 롯데와 삼성이 무서운 기세로 추격해 상위권 전체 판도를 뒤흔들었다.
SK는 `경기력의 절반'으로 평가받는 주전 포수 박경완의 부상 공백도 컸지만 지난 2년간 그라운드를 지배했던 전력의 압도적 우위를 상실했다. 그나마 전반기 마지막 2경기에서 다시 힘을 낸 것이 위안거리였다.
김성근 SK 감독은 "마지막 두 경기에서 이긴 것은 SK의 힘이 남아있다는 증거"라고 전반기를 1위로 마친 소감을 밝혔다.
두산은 `부상 병동'으로 불리는 악조건에서도 그나마 성공적으로 선두권에서 버텨냈다.
초반부터 `최강 선발진'을 구축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은 KIA는 마무리 부실로 고심하면서도 6월 이후 줄곧 3위를 유지했다.
130만 팬 동원력을 지닌 인기구단 롯데의 대약진은 극적이었다.
롯데는 4, 5월 내내 최하위권에서 헤맨데다 6월 초까지도 그다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이번 시즌을 이대로 접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선발투수진이 안정을 찾고 중심 타선이 살아난 데 이어 백업요원들이 부상 공백을 잘 메우면서 6월말∼7월초 7할5푼이 넘는 승률 장사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삼성은 뚜렷한 강점 없이도 좀처럼 뒤처지지 않고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명가'의 저력을 발휘했다.
히어로즈는 `도깨비팀'답게 시즌 초반과 중반 두 차례 거센 돌풍을 몰고 오긴 했지만 4위권 턱걸이는 힘겨운 처지에 몰렸다.
반면 1990년대 `신바람 야구'를 재현하겠다는 기치 아래 시즌 초반 2위를 유지하며 신들린 타선을 자랑하던 LG는 결국 약한 고리인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물가물해졌다.
`국민사령탑' 김인식 감독이 할 말을 잃은 한화는 12연패 악몽에 시달리며 꼴찌로 추락했다.
◇ 부상 쓰나미
올해는 유난히 그라운드 충돌 사고가 잦은 시즌이다.
각팀에 `부상 쓰나미'가 덮쳐 어느 한 팀도 온전히 전력을 보존하지 못했다.
4월 시즌 개막 직후 이용규(KIA)가 펜스에 부딪혀 골절상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김태균(한화)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포수와 충돌해 뒷머리를 찧는 부상을 당했고 조성환(롯데)은 투구에 맞아 수술을 받았다.
6월에도 이종욱(두산)이 뜬공을 쫓다 동료와 충돌해 턱뼈가 부러졌고 박경완은 1루를 돌다 아킬레스건을 다쳐 실려나갔다. 최근에도 정상호(SK)가 홈으로 돌진한 이대호(롯데)와 부딪혀 구급차를 탔다.
특히 WBC 스타들의 줄부상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용규, 김태균, 이종욱 뿐만 아니라 고영민(두산), 이범호(한화)도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 후반기 흥행 예고
전반기 354경기에 모두 377만1천545명의 팬이 입장해 작년 같은 경기 수 대비 2% 줄었다.
구단별로는 롯데가 초반 부진으로 작년보다 14%나 줄었지만 83만3천여명으로 가장 많아 여전한 갈매기 팬들의 성원을 입증했고 KIA가 무려 29% 늘어난 35만7천여명으로 과거 해태 시절의 흥행 기조를 되살렸다. KIA는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1차례 매진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도 롯데가 1만9천372명으로 가장 많았다.
입장료 수입은 객단가가 올라간 덕에 216억여원으로 작년 대비 17%나 늘어났다.
후반기에도 불꽃튀는 상위권 접전 레이스가 계속된다면 전체 흥행 판도를 자극할 전망이다. 올 시즌 총 관중 목표인 555만명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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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막히는 프로야구, 전반기 마감
    • 입력 2009-07-23 22:41:57
    • 수정2009-07-23 23:10:00
    연합뉴스
2009 프로야구 전반기 레이스가 23일 끝났다. 8개 구단 선수들은 후반기가 시작되는 28일까지 나흘간 짧은 휴식기를 맞는다.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데다 작년보다 28경기가 늘어나면서 보통 1주일쯤 되던 올스타 휴식기가 확 줄었다. 더구나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각팀 주력 선수 44명은 거의 쉴 틈이 없다. 다른 선수들도 대부분 이틀 정도 훈련을 해 실제 휴식일은 하루 이틀뿐이다. 전반기가 끝났다고 하지만 올해 페넌트레이스 532경기(팀당 133경기) 가운데 66.5%인 354경기를 치러 전체 일정으로 보면 3분의 2를 소화했다. 비로 순연된 경기는 예년보다 적은 26경기. 올 시즌 프로야구 전반기의 특징은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위권 대접전으로 요약된다. 이맘때까지 1∼5위 팀이 촘촘히 늘어선 시즌은 거의 없었다. 2005년 이후에는 시즌 3분의 2를 넘겼을 때 1∼4위 격차가 10경기 안팎으로 벌어졌다. 전반기를 마친 결과 3년 연속 챔피언에 도전하는 SK가 50승 고지를 선점하며 천신만고 끝에 다시 1위를 탈환했다. 두산이 불안한 2위로 내려앉았고 KIA는 3위를 유지했다. 롯데와 삼성은 4,5위에 자리했지만 언제든 선두를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따라붙었다. 1위 SK와 4위 롯데의 승차는 4.5경기이지만 실질 승차(무승부를 패수에 산입)는 2경기에 불과하다. ◇ 초접전 레이스
6월까지만 해도 작년처럼 SK와 두산의 선두 싸움에 중위권 혼전 양상이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SK가 의외의 7연패를 당하고 두산마저 주춤하는 사이 중위권에 도사리고 있던 롯데와 삼성이 무서운 기세로 추격해 상위권 전체 판도를 뒤흔들었다. SK는 `경기력의 절반'으로 평가받는 주전 포수 박경완의 부상 공백도 컸지만 지난 2년간 그라운드를 지배했던 전력의 압도적 우위를 상실했다. 그나마 전반기 마지막 2경기에서 다시 힘을 낸 것이 위안거리였다. 김성근 SK 감독은 "마지막 두 경기에서 이긴 것은 SK의 힘이 남아있다는 증거"라고 전반기를 1위로 마친 소감을 밝혔다. 두산은 `부상 병동'으로 불리는 악조건에서도 그나마 성공적으로 선두권에서 버텨냈다. 초반부터 `최강 선발진'을 구축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은 KIA는 마무리 부실로 고심하면서도 6월 이후 줄곧 3위를 유지했다. 130만 팬 동원력을 지닌 인기구단 롯데의 대약진은 극적이었다. 롯데는 4, 5월 내내 최하위권에서 헤맨데다 6월 초까지도 그다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이번 시즌을 이대로 접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선발투수진이 안정을 찾고 중심 타선이 살아난 데 이어 백업요원들이 부상 공백을 잘 메우면서 6월말∼7월초 7할5푼이 넘는 승률 장사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삼성은 뚜렷한 강점 없이도 좀처럼 뒤처지지 않고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명가'의 저력을 발휘했다. 히어로즈는 `도깨비팀'답게 시즌 초반과 중반 두 차례 거센 돌풍을 몰고 오긴 했지만 4위권 턱걸이는 힘겨운 처지에 몰렸다. 반면 1990년대 `신바람 야구'를 재현하겠다는 기치 아래 시즌 초반 2위를 유지하며 신들린 타선을 자랑하던 LG는 결국 약한 고리인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물가물해졌다. `국민사령탑' 김인식 감독이 할 말을 잃은 한화는 12연패 악몽에 시달리며 꼴찌로 추락했다. ◇ 부상 쓰나미
올해는 유난히 그라운드 충돌 사고가 잦은 시즌이다. 각팀에 `부상 쓰나미'가 덮쳐 어느 한 팀도 온전히 전력을 보존하지 못했다. 4월 시즌 개막 직후 이용규(KIA)가 펜스에 부딪혀 골절상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김태균(한화)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포수와 충돌해 뒷머리를 찧는 부상을 당했고 조성환(롯데)은 투구에 맞아 수술을 받았다. 6월에도 이종욱(두산)이 뜬공을 쫓다 동료와 충돌해 턱뼈가 부러졌고 박경완은 1루를 돌다 아킬레스건을 다쳐 실려나갔다. 최근에도 정상호(SK)가 홈으로 돌진한 이대호(롯데)와 부딪혀 구급차를 탔다. 특히 WBC 스타들의 줄부상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용규, 김태균, 이종욱 뿐만 아니라 고영민(두산), 이범호(한화)도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 후반기 흥행 예고
전반기 354경기에 모두 377만1천545명의 팬이 입장해 작년 같은 경기 수 대비 2% 줄었다. 구단별로는 롯데가 초반 부진으로 작년보다 14%나 줄었지만 83만3천여명으로 가장 많아 여전한 갈매기 팬들의 성원을 입증했고 KIA가 무려 29% 늘어난 35만7천여명으로 과거 해태 시절의 흥행 기조를 되살렸다. KIA는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1차례 매진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도 롯데가 1만9천372명으로 가장 많았다. 입장료 수입은 객단가가 올라간 덕에 216억여원으로 작년 대비 17%나 늘어났다. 후반기에도 불꽃튀는 상위권 접전 레이스가 계속된다면 전체 흥행 판도를 자극할 전망이다. 올 시즌 총 관중 목표인 555만명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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