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안된 박태환 ‘값비싼 경험’

입력 2009.07.26 (21:14) 수정 2009.07.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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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한국 청년 박태환(20.단국대)이 세계 수영계를 호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과 이를 바탕으로 한 레이스 운영 능력을 꼽을 수 있다.
결국 레이스 운영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세계 정상 자리도 내 줄 수밖에 없었다.
박태환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0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예선에서 3분46초04에 터치패드를 찍어 10조 3위, 전체 12위로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 종목에서는 박태환이 2007년 멜버른 세계대회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던 터라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을 듯하다.
박태환은 멀리 2009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내다보고 있다.
탄탄대로를 걸어온 박태환으로서는 이번의 실패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 생각대로 되지 않은 페이스 조절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갈수록 좋아져 중거리 경기에서도 근지구력이 아닌 스피드지구력이 요구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거리에서도 시작부터 치열한 속도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태환도 이날 초반부터 치고 나갈 생각이었다. 박태환은 경기 후 "원래 거의 선두 주자로 나가려고 했는데 페이스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개인 최고 기록이 가장 빨라 예선에서 마지막 조의 4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앞서 경기를 마친 경쟁자들의 기록을 확인하고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시간대를 예측해 레이스를 펼칠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예선부터 경쟁자들이 좋은 기록을 내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결승에 오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힐 만큼 그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됐다.
세계적인 출발 반응 속도를 보이는 박태환의 시작은 변함없이 좋았다. 그의 출발 반응 속도는 0.68초였다. 전체 출전 선수 94명 중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물속에 들어가면서부터 심상치 않았다.
일단 50m 기록이 26초53으로 나왔다. 10조 10명의 선수 중 공동 최하위였다.
100m 지점에서 턴을 하고 나니 그의 기록은 54초84였다. 전체 순위에서 박태환을 앞선 11명은 모두 100m 기록에서도 박태환보다 빨랐다.
1위로 결승에 오른 파울 비더만(독일)은 53초49에 100m를 마쳤고 2위 장린(중국)이 53초12로 박태환보다 무려 1.72초나 빨랐다. 그리고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그나마 강점인 막판 스퍼트 덕에 10조에서는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8강이 겨루는 결승에 오르기엔 부족한 기록이었다.
◇몸이 덜 만들어졌다
박태환은 "몸이 좀 안 좋았다"면서 "하지만 훈련량이나 준비 과정은 이전과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2005년부터 너무 달려와 휴식이 필요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박태환의 훈련량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전체적인 훈련량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딴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와 200m를 위한 훈련은 모자랐던 것 같다는 걱정이었다.
박태환은 올해 1∼2월, 4∼5월 두 차례에 걸려 6주씩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박태환은 자유형 1,500m 개인 최고 기록(14분55초03) 단축을 목표로 미국 전지훈련에서 장거리 경기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 턴 동작 등을 보완하고 지구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아 나름대로 만족스런 성과도 얻었다.
박태환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노민상 경영대표팀 감독과 함께 태릉선수촌에서 수영 훈련을 재개한 것은 6월1일부터다. 수영 훈련만 태릉에서 하다가, 같은 달 22일부터 선수촌에 입촌했다.
국내 훈련에서는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데 훈련의 중점을 뒀다.
노 감독은 스피드를 되찾는 데에는 다소 훈련 시간이 모자란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로마에 도착해 마지막 준비를 하면서 페이스가 좋아져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이번 자유형 400m 예선 성적을 보면 아직 그의 몸이 속도전에서 밀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준비된 것은 아닌 듯하다.
안창남 KBS 수영 해설위원도 "장거리 훈련에 치중하느라 이전에 400m에서 보여줬던 폼이나 밸런스가 조금 흐트러진 듯했다. 경기력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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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대로 안된 박태환 ‘값비싼 경험’
    • 입력 2009-07-26 21:14:09
    • 수정2009-07-27 08:01:14
    연합뉴스
스무 살의 한국 청년 박태환(20.단국대)이 세계 수영계를 호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과 이를 바탕으로 한 레이스 운영 능력을 꼽을 수 있다. 결국 레이스 운영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세계 정상 자리도 내 줄 수밖에 없었다. 박태환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0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예선에서 3분46초04에 터치패드를 찍어 10조 3위, 전체 12위로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 종목에서는 박태환이 2007년 멜버른 세계대회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던 터라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을 듯하다. 박태환은 멀리 2009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내다보고 있다. 탄탄대로를 걸어온 박태환으로서는 이번의 실패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 생각대로 되지 않은 페이스 조절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갈수록 좋아져 중거리 경기에서도 근지구력이 아닌 스피드지구력이 요구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거리에서도 시작부터 치열한 속도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태환도 이날 초반부터 치고 나갈 생각이었다. 박태환은 경기 후 "원래 거의 선두 주자로 나가려고 했는데 페이스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개인 최고 기록이 가장 빨라 예선에서 마지막 조의 4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앞서 경기를 마친 경쟁자들의 기록을 확인하고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시간대를 예측해 레이스를 펼칠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예선부터 경쟁자들이 좋은 기록을 내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결승에 오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힐 만큼 그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됐다. 세계적인 출발 반응 속도를 보이는 박태환의 시작은 변함없이 좋았다. 그의 출발 반응 속도는 0.68초였다. 전체 출전 선수 94명 중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물속에 들어가면서부터 심상치 않았다. 일단 50m 기록이 26초53으로 나왔다. 10조 10명의 선수 중 공동 최하위였다. 100m 지점에서 턴을 하고 나니 그의 기록은 54초84였다. 전체 순위에서 박태환을 앞선 11명은 모두 100m 기록에서도 박태환보다 빨랐다. 1위로 결승에 오른 파울 비더만(독일)은 53초49에 100m를 마쳤고 2위 장린(중국)이 53초12로 박태환보다 무려 1.72초나 빨랐다. 그리고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그나마 강점인 막판 스퍼트 덕에 10조에서는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8강이 겨루는 결승에 오르기엔 부족한 기록이었다. ◇몸이 덜 만들어졌다 박태환은 "몸이 좀 안 좋았다"면서 "하지만 훈련량이나 준비 과정은 이전과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2005년부터 너무 달려와 휴식이 필요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박태환의 훈련량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전체적인 훈련량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딴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와 200m를 위한 훈련은 모자랐던 것 같다는 걱정이었다. 박태환은 올해 1∼2월, 4∼5월 두 차례에 걸려 6주씩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박태환은 자유형 1,500m 개인 최고 기록(14분55초03) 단축을 목표로 미국 전지훈련에서 장거리 경기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 턴 동작 등을 보완하고 지구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아 나름대로 만족스런 성과도 얻었다. 박태환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노민상 경영대표팀 감독과 함께 태릉선수촌에서 수영 훈련을 재개한 것은 6월1일부터다. 수영 훈련만 태릉에서 하다가, 같은 달 22일부터 선수촌에 입촌했다. 국내 훈련에서는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데 훈련의 중점을 뒀다. 노 감독은 스피드를 되찾는 데에는 다소 훈련 시간이 모자란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로마에 도착해 마지막 준비를 하면서 페이스가 좋아져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이번 자유형 400m 예선 성적을 보면 아직 그의 몸이 속도전에서 밀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준비된 것은 아닌 듯하다. 안창남 KBS 수영 해설위원도 "장거리 훈련에 치중하느라 이전에 400m에서 보여줬던 폼이나 밸런스가 조금 흐트러진 듯했다. 경기력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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