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평화와 창조의 광장

입력 2009.07.31 (07:01) 수정 2009.07.3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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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객원 해설위원]

광화문광장이 1년 7개월의 공사를 끝내고 내일 개장됩니다. 광화문에서 청계천에 이르는 폭 34미터, 길이 557미터의 크기를 가진 우리나라 최대의 문화공간이 새로 생겨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그 나라의 중요한 경축과 문화행사를 치르는 대표적인 광장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광장은 학문적 토론과 정치적 공론의 무대가 되었고, 민주적 소통과 대표 문화의 출현을 고취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그런 장소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 위치로 보나 역사적 배경으로 보나 광화문광장은 그런 수요를 충족하기에 아주 적합합니다.

이 광장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 외에 세종대왕 동상이 새로 세워집니다. 우리 모두가 존경하고 자랑할 수 있는 두 분의 동상은 이 광장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돋보이게 합니다. 세종대왕 동상의 설치와 그 동상을 그리 흔하지 않은 좌상으로 만든 것은 문화와 평화를 중시하는 우리 민족의 창조성과 여망을 잘 상징합니다. 그리고 장애인들과 노약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전체를 무장애 공간으로 조성함으로써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한데 어울릴 수 있게 했고, 중간 규모와 소규모의 퍼레이드나 교육, 문화 행사도 가능하며, 만남과 휴식의 공간도 제공된다 합니다.

우리가 모두 이 광장의 개장을 기뻐하고 축하하지만 한 가닥의 걱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서울광장, 청계천 광장처럼 이 곳 또한 폭력이 난무하는 불법시위의 아수라장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우수한 문화 대신 우리의 열등한 정치가 지배하고, 우리의 강점과 자랑보다는 약점과 수치만이 부각되는 장소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당국과 시민들은 이 광장의 특성과 문화를 처음부터 바로 정립하기 바랍니다. 적어도 이곳만은 정치와 시위에서 완전히 해방돼 여유로운 만남과 멋진 문화 활동만이 가능해야 합니다. 월드컵 경기 때의 응원과 같이 모두가 하나 되는 마당이어야 합니다. 아무도 이 광장의 품위와 위상에 흠집내지 말길 바랍니다. 이 광장의 평화와 멋을 파괴하는 사람은 온 국민과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수도 서울의 심장부에 있는 이 광장이 평화와 창조의 성지가 돼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전 세계에 자랑거리가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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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평화와 창조의 광장
    • 입력 2009-07-31 06:23:07
    • 수정2009-07-31 07:12:54
    뉴스광장 1부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객원 해설위원] 광화문광장이 1년 7개월의 공사를 끝내고 내일 개장됩니다. 광화문에서 청계천에 이르는 폭 34미터, 길이 557미터의 크기를 가진 우리나라 최대의 문화공간이 새로 생겨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그 나라의 중요한 경축과 문화행사를 치르는 대표적인 광장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광장은 학문적 토론과 정치적 공론의 무대가 되었고, 민주적 소통과 대표 문화의 출현을 고취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그런 장소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 위치로 보나 역사적 배경으로 보나 광화문광장은 그런 수요를 충족하기에 아주 적합합니다. 이 광장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 외에 세종대왕 동상이 새로 세워집니다. 우리 모두가 존경하고 자랑할 수 있는 두 분의 동상은 이 광장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돋보이게 합니다. 세종대왕 동상의 설치와 그 동상을 그리 흔하지 않은 좌상으로 만든 것은 문화와 평화를 중시하는 우리 민족의 창조성과 여망을 잘 상징합니다. 그리고 장애인들과 노약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전체를 무장애 공간으로 조성함으로써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한데 어울릴 수 있게 했고, 중간 규모와 소규모의 퍼레이드나 교육, 문화 행사도 가능하며, 만남과 휴식의 공간도 제공된다 합니다. 우리가 모두 이 광장의 개장을 기뻐하고 축하하지만 한 가닥의 걱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서울광장, 청계천 광장처럼 이 곳 또한 폭력이 난무하는 불법시위의 아수라장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우수한 문화 대신 우리의 열등한 정치가 지배하고, 우리의 강점과 자랑보다는 약점과 수치만이 부각되는 장소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당국과 시민들은 이 광장의 특성과 문화를 처음부터 바로 정립하기 바랍니다. 적어도 이곳만은 정치와 시위에서 완전히 해방돼 여유로운 만남과 멋진 문화 활동만이 가능해야 합니다. 월드컵 경기 때의 응원과 같이 모두가 하나 되는 마당이어야 합니다. 아무도 이 광장의 품위와 위상에 흠집내지 말길 바랍니다. 이 광장의 평화와 멋을 파괴하는 사람은 온 국민과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수도 서울의 심장부에 있는 이 광장이 평화와 창조의 성지가 돼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전 세계에 자랑거리가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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