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클린턴 방북…공통점과 차이점

입력 2009.08.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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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에 뒤이은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의 전격 석방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및 두 여기자 석방. 이 둘은 여러모로 닮았다.
우선 두 사람이 '피억류민 석방'이라는 목적을 갖고 방북길에 오른 게 공통점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북한에 140일째 억류돼 있던 두 미국인 여기자를 구출하러 극비리에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임무를 완수한 뒤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 엿새 뒤인 10일 오후, 이번엔 현 회장이 평양 방문길에 올랐다. 현 회장의 이번 방북목적 1순위는 단연 130일 넘게 북한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씨의 석방이었다.
국경 밖에서 억류된 자국민을 구해내야 하는 정부의 임무를 두 사람이 민간인 자격으로 대리 수행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현 회장의 방북이 이루어진 10일 브리핑에서 "이 문제의 당사자인 현대아산이 사업자로서 지속적인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방북은 사업자 차원"이라고 강조, 현 회장의 행보가 정부와 다른 트랙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 백악관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철저한 '개인 활동'이었다고 누차 강조하며 이번 여기자들 석방과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 움직임은 별개라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다.
공통점 못지않게 차이점도 많았다. 주로 방북 이후가 많이 달랐다. 우선 두 '손님'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가 판이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평양에 도착해 억류됐던 두 여기자를 비행기에 태워 순안공항을 이륙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하루가 채 안 됐다.
이 짧은 시간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일행은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1시간15분가량 만났으며 이후 2시간가량 이어진 만찬에 참석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극진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 회장의 북한 내 행보는 '안갯속'이었다.
지난 10일 2박3일 일정으로 방북했던 현 회장은 이후 11일, 13일에 각각 하루씩 북한 체류기간 연장했다. 그 명확한 이유는 여전히 전해지지 않았고 그의 동선 역시 거의 파악되지 않아 평양에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가능한 수준이다.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이미 만났는지, 아니라면 14일 귀환 이전에는 만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북한 매체의 보도 행태도 많이 달랐다. 북한 언론은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라는 거물급 손님을 맞아 '우왕좌왕'했다.
중앙통신은 5일 오전 5시58분께 영문 기사를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 일행이 항공편으로 평양을 떠났다고 보도했다가 오전 7시54분께 역시 영문 기사를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이 떠났다는 뉴스를 취소했으나 곧이어 8시5분께 중앙방송이 다시 출발 사실을 보도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또 전날 정오뉴스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도착 사실을 알릴 때도 말을 시작하다가 중단하고 음악을 내보내다가 다시 보도하는 행태를 보였었다.
반면 현 회장의 방북을 대하는 북한 언론의 태도는 거의 '침묵'에 가까웠다.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오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개성을 경유해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한 게 전부다.
이 외에도 클린턴 전 대통령은 두 여기자 조국의 전직 대통령일 뿐 이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제3자인 반면 현 회장은 유씨가 속한 회사의 최고 책임자로, 억류자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측면이 있는 것도 차이점이다.
이러한 적지않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씨가 석방됨에 따라 두 사람의 방북은 그 결과 면에서 다시 '닮은꼴' 형태를 갖추게 됐다. 14일 귀환 이후 현 회장의 입에서 어떤 얘기가 흘러나오냐에 따라 이 닮은꼴 방북의 완성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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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정은·클린턴 방북…공통점과 차이점
    • 입력 2009-08-13 19:18:18
    연합뉴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에 뒤이은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의 전격 석방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및 두 여기자 석방. 이 둘은 여러모로 닮았다. 우선 두 사람이 '피억류민 석방'이라는 목적을 갖고 방북길에 오른 게 공통점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북한에 140일째 억류돼 있던 두 미국인 여기자를 구출하러 극비리에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임무를 완수한 뒤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 엿새 뒤인 10일 오후, 이번엔 현 회장이 평양 방문길에 올랐다. 현 회장의 이번 방북목적 1순위는 단연 130일 넘게 북한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씨의 석방이었다. 국경 밖에서 억류된 자국민을 구해내야 하는 정부의 임무를 두 사람이 민간인 자격으로 대리 수행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현 회장의 방북이 이루어진 10일 브리핑에서 "이 문제의 당사자인 현대아산이 사업자로서 지속적인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방북은 사업자 차원"이라고 강조, 현 회장의 행보가 정부와 다른 트랙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 백악관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철저한 '개인 활동'이었다고 누차 강조하며 이번 여기자들 석방과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 움직임은 별개라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다. 공통점 못지않게 차이점도 많았다. 주로 방북 이후가 많이 달랐다. 우선 두 '손님'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가 판이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평양에 도착해 억류됐던 두 여기자를 비행기에 태워 순안공항을 이륙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하루가 채 안 됐다. 이 짧은 시간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일행은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1시간15분가량 만났으며 이후 2시간가량 이어진 만찬에 참석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극진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 회장의 북한 내 행보는 '안갯속'이었다. 지난 10일 2박3일 일정으로 방북했던 현 회장은 이후 11일, 13일에 각각 하루씩 북한 체류기간 연장했다. 그 명확한 이유는 여전히 전해지지 않았고 그의 동선 역시 거의 파악되지 않아 평양에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가능한 수준이다.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이미 만났는지, 아니라면 14일 귀환 이전에는 만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북한 매체의 보도 행태도 많이 달랐다. 북한 언론은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라는 거물급 손님을 맞아 '우왕좌왕'했다. 중앙통신은 5일 오전 5시58분께 영문 기사를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 일행이 항공편으로 평양을 떠났다고 보도했다가 오전 7시54분께 역시 영문 기사를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이 떠났다는 뉴스를 취소했으나 곧이어 8시5분께 중앙방송이 다시 출발 사실을 보도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또 전날 정오뉴스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도착 사실을 알릴 때도 말을 시작하다가 중단하고 음악을 내보내다가 다시 보도하는 행태를 보였었다. 반면 현 회장의 방북을 대하는 북한 언론의 태도는 거의 '침묵'에 가까웠다.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오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개성을 경유해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한 게 전부다. 이 외에도 클린턴 전 대통령은 두 여기자 조국의 전직 대통령일 뿐 이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제3자인 반면 현 회장은 유씨가 속한 회사의 최고 책임자로, 억류자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측면이 있는 것도 차이점이다. 이러한 적지않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씨가 석방됨에 따라 두 사람의 방북은 그 결과 면에서 다시 '닮은꼴' 형태를 갖추게 됐다. 14일 귀환 이후 현 회장의 입에서 어떤 얘기가 흘러나오냐에 따라 이 닮은꼴 방북의 완성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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