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 한국농구, 총체적 변화 절실

입력 2009.08.15 (10:54) 수정 2009.08.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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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중국 톈진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는 한국 농구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알려줬다.
결선리그 최종전에서 이란에 16점 차로 완패했고 14일 레바논과 8강에서는 잘 싸웠지만 65-68로 져 아시아선수권대회 사상 처음 4강에도 끼지 못했다.
당연히 3위까지 주어지는 2010년 터키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은 무산됐다. 농구인들은 정확한 현실 분석과 뼈를 깎는 자성만이 다시 아시아 정상권에 들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960년 처음 시작된 이 대회에서 초창기에 우승을 나눠 갖던 일본, 필리핀이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이 9~10위전, 필리핀은 5~8위전으로 밀려난 전철을 우리도 밟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
◇아시아 중위권이 현주소
한국 남자농구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97년이 마지막이고 아시안게임에서는 2002년 부산 대회가 끝이었다.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는 2003년 이후로는 올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이란과 레바논에 졌지만 현지 외국팀 관계자나 외국 기자들의 분위기는 이변이 아니라 객관적인 전력상 '당연한 결과'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레바논과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한국이 생각보다 잘 싸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히려 한국이 이란이나 레바논을 이겼다면 '이변'으로 취급받을 뻔했을 정도였다.
대만 대표팀을 맡고 있는 정광석 감독은 "사실 지도자들이 이런 대회를 직접 와서 보고 한국 농구의 현주소를 느껴야 한다. 언제까지 심판 판정이나 중동 이중 국적 선수들을 탓하면 발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홍배 실업연맹회장도 "이번 대회가 끝나면 한국에 가서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올해 유니버시아드에서 일본에 20점을 졌지만 이렇다 할 평가 회의 없이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허재 대표팀 감독 역시 "나부터 많이 느껴야 하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라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내년 아시안게임에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아시아 2인자'라는 환상에 빠져 있기보다 중국은 둘째치고 우리를 추월한 레바논, 요르단, 이란, 카타르를 따라잡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체계적인 대표팀 관리 절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했지만 오히려 한국의 국제무대 성적은 뒷걸음질쳤다는 평이다.
각 구단이나 선수들은 대표팀 차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그렇게 모인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낼 리도 만무했다.
또 대한농구협회와 KBL의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대표팀이 방치됐던 부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는 KBL이 적극적으로 나서 대표팀을 후원했지만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은 존스컵 출전 외에는 평가전 한 번 없었다.
월드컵 4년 주기로 움직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축구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1년이나 남았지만 12일 파라과이와 평가전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표팀을 운영하는 부분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대회에 임박해 대표팀을 억지로 모아 부랴부랴 비행기에 올라서는 성적을 내기 쉽지 않다.
시일이 촉박해 허재 KCC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지만 지난해 올림픽 세계예선 때부터 가동했던 전임 감독제를 다시 살리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프로팀을 맡고 있는 허재 감독은 7월 KBL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석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컸다.
한 발짝 더 나간다면 외국인 감독 영입도 검토할 수 있다. 이번 대회 4강에 오른 나라 가운데 중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중국도 베이징올림픽까지 외국인 감독을 썼다.
대표팀 관련 인센티브를 주자는 논의도 나왔다. 14일 레바논과 경기를 직접 지켜본 10개구단 사무국장들은 "대표팀에 많은 선수를 보낸 팀이나 대표 선수에게는 리그와 관련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 도움도 필요
경기 외적인 부분도 고쳐야 할 점들이 지적됐다. 먼저 아마추어 대회 규정들을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한 농구인은 레바논과 경기가 끝난 뒤 "사실 공이 백보드 뒤로 넘어간 것을 다시 잡는 것이 KBL에서는 안되지만 여기서는 허용됐다. 또 김민수가 테크니컬 반칙을 지적당한 것이나 경기 종료 직전 강병현의 언스포츠맨라이크 반칙 등도 규정이 다른 점을 잘 알지 못했던 결과"라고 짚었다.
6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많이 지적받았던 트레블링은 크게 줄었으나 아직 아마추어 규정에 낯선 듯한 모습으로 손해를 본 장면이 있었다.
KBL에는 있는 부정수비가 없어 이란의 218㎝ 장신 하메드 하다디가 가운데 버티고 있는데도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하다 여러 차례 블록슛을 당한 것도 마찬가지다.
심판 판정의 흐름도 잘 잡아야 한다. 이성훈 삼성 사무국장은 "몸싸움에 비교적 관대하게 판정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레이업슛을 시도할 때 다른 팔로 수비자를 제지하고 점프하는 동작도 공격자 반칙을 잘 불지 않았다.
결국 국제농구연맹(FIBA) 사정에 밝은 인사를 평소에 육성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허재 감독이 "아침 9시 경기 두 번, 밤 9시 경기 세 번"이라고 말했던 점도 외교력의 아쉬움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 최근 이중국적 허용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도입이 된다면 농구에서도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이란에 완패를 당했고 레바논에는 잘 싸웠지만 졌다. 레바논을 상대로 '잘 싸워도' 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남자농구가 화려했던 과거를 잊고 절치부심해 다시 아시아 정상권에 진입할 수 있을지 농구팬들의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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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뒷걸음’ 한국농구, 총체적 변화 절실
    • 입력 2009-08-15 10:54:43
    • 수정2009-08-15 17:10:38
    연합뉴스
6일부터 중국 톈진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는 한국 농구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알려줬다. 결선리그 최종전에서 이란에 16점 차로 완패했고 14일 레바논과 8강에서는 잘 싸웠지만 65-68로 져 아시아선수권대회 사상 처음 4강에도 끼지 못했다. 당연히 3위까지 주어지는 2010년 터키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은 무산됐다. 농구인들은 정확한 현실 분석과 뼈를 깎는 자성만이 다시 아시아 정상권에 들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960년 처음 시작된 이 대회에서 초창기에 우승을 나눠 갖던 일본, 필리핀이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이 9~10위전, 필리핀은 5~8위전으로 밀려난 전철을 우리도 밟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 ◇아시아 중위권이 현주소 한국 남자농구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97년이 마지막이고 아시안게임에서는 2002년 부산 대회가 끝이었다.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는 2003년 이후로는 올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이란과 레바논에 졌지만 현지 외국팀 관계자나 외국 기자들의 분위기는 이변이 아니라 객관적인 전력상 '당연한 결과'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레바논과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한국이 생각보다 잘 싸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히려 한국이 이란이나 레바논을 이겼다면 '이변'으로 취급받을 뻔했을 정도였다. 대만 대표팀을 맡고 있는 정광석 감독은 "사실 지도자들이 이런 대회를 직접 와서 보고 한국 농구의 현주소를 느껴야 한다. 언제까지 심판 판정이나 중동 이중 국적 선수들을 탓하면 발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홍배 실업연맹회장도 "이번 대회가 끝나면 한국에 가서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올해 유니버시아드에서 일본에 20점을 졌지만 이렇다 할 평가 회의 없이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허재 대표팀 감독 역시 "나부터 많이 느껴야 하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라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내년 아시안게임에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아시아 2인자'라는 환상에 빠져 있기보다 중국은 둘째치고 우리를 추월한 레바논, 요르단, 이란, 카타르를 따라잡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체계적인 대표팀 관리 절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했지만 오히려 한국의 국제무대 성적은 뒷걸음질쳤다는 평이다. 각 구단이나 선수들은 대표팀 차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그렇게 모인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낼 리도 만무했다. 또 대한농구협회와 KBL의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대표팀이 방치됐던 부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는 KBL이 적극적으로 나서 대표팀을 후원했지만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은 존스컵 출전 외에는 평가전 한 번 없었다. 월드컵 4년 주기로 움직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축구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1년이나 남았지만 12일 파라과이와 평가전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표팀을 운영하는 부분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대회에 임박해 대표팀을 억지로 모아 부랴부랴 비행기에 올라서는 성적을 내기 쉽지 않다. 시일이 촉박해 허재 KCC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지만 지난해 올림픽 세계예선 때부터 가동했던 전임 감독제를 다시 살리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프로팀을 맡고 있는 허재 감독은 7월 KBL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석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컸다. 한 발짝 더 나간다면 외국인 감독 영입도 검토할 수 있다. 이번 대회 4강에 오른 나라 가운데 중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중국도 베이징올림픽까지 외국인 감독을 썼다. 대표팀 관련 인센티브를 주자는 논의도 나왔다. 14일 레바논과 경기를 직접 지켜본 10개구단 사무국장들은 "대표팀에 많은 선수를 보낸 팀이나 대표 선수에게는 리그와 관련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 도움도 필요 경기 외적인 부분도 고쳐야 할 점들이 지적됐다. 먼저 아마추어 대회 규정들을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한 농구인은 레바논과 경기가 끝난 뒤 "사실 공이 백보드 뒤로 넘어간 것을 다시 잡는 것이 KBL에서는 안되지만 여기서는 허용됐다. 또 김민수가 테크니컬 반칙을 지적당한 것이나 경기 종료 직전 강병현의 언스포츠맨라이크 반칙 등도 규정이 다른 점을 잘 알지 못했던 결과"라고 짚었다. 6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많이 지적받았던 트레블링은 크게 줄었으나 아직 아마추어 규정에 낯선 듯한 모습으로 손해를 본 장면이 있었다. KBL에는 있는 부정수비가 없어 이란의 218㎝ 장신 하메드 하다디가 가운데 버티고 있는데도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하다 여러 차례 블록슛을 당한 것도 마찬가지다. 심판 판정의 흐름도 잘 잡아야 한다. 이성훈 삼성 사무국장은 "몸싸움에 비교적 관대하게 판정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레이업슛을 시도할 때 다른 팔로 수비자를 제지하고 점프하는 동작도 공격자 반칙을 잘 불지 않았다. 결국 국제농구연맹(FIBA) 사정에 밝은 인사를 평소에 육성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허재 감독이 "아침 9시 경기 두 번, 밤 9시 경기 세 번"이라고 말했던 점도 외교력의 아쉬움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 최근 이중국적 허용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도입이 된다면 농구에서도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이란에 완패를 당했고 레바논에는 잘 싸웠지만 졌다. 레바논을 상대로 '잘 싸워도' 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남자농구가 화려했던 과거를 잊고 절치부심해 다시 아시아 정상권에 진입할 수 있을지 농구팬들의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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