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여자?’ 트랙 달군 성 정체성 논란

입력 2009.08.20 (07:56) 수정 2009.08.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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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중반에 접어든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자 선수에 대한 성 정체성 논란이 트랙을 달궜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18세인 캐스터 세메냐다. 짧은 머리와 강인한 상체 근육만 봐서는 좀처럼 여자로 보기 어렵다.
세메냐는 20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끝난 여자 800m 결승에서 1분55초45라는 시즌 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이날 결승에 앞서 '남아공육상연맹에 세메냐에 대한 성별검사를 요청했고 수주일 내 답변이 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세메냐는 제제 없이 결승전에 나갔고 예상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IAAF가 세메냐의 성 정체성을 의심한 건 기록이 작년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세메냐는 지난달 31일 아프리카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1분56초72로 올해 주니어와 시니어를 통틀어 가장 빠른 기록을 찍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2분04초23보다 8초나 빠르다.
1,500m에서도 4분33초25였던 기록을 지난 2일 4분08초01로 25초나 앞당기는 등 수상쩍은 기미가 보여 IAAF가 직접 진상파악에 나선 셈이다.
스포츠에서 성별 논란은 종종 있었다. 백이면 백 '여자 경기에 '남자'가 출전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었고 그 반대 경우는 없었다.
IAAF는 지난 1991년 성 증명 검사를 없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68년 멕시코올림픽 때 성별검사를 도입했다가 1999년 폐지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아직도 성별 검사를 진행 중이다.

◇성염색체 이상이 있었던 선수

아예 '남자'로 들통났다기보다 성염색체에 이상이 있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여자는 염색체 구조가 'XX'가 돼야 하나 성별검사에서 간혹 남자에게 보이는 'Y' 염색체가 섞여 나와 완전한 여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여자 8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인도의 산티 순다라얀은 염색체 이상으로 결국 메달을 박탈당했다.
의학적으로 불행한 상태로 태어난 순다라얀은 한 때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육상 지도자로 변신, 새 인생을 살고 있다.
폴란드 출신으로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100m에서 우승한 스탈리슬라바 발라시비치는 성별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인물이다.
1920년대 미국으로 이주해 스텔라 월시라는 여자 이름으로 바꾼 발라시비치는 1980년 강도사건으로 살해됐을 때 부검결과 남자 생식기를 가진, 남녀 양성자로 드러나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나치정부가 시켜 아예 성을 바꾼 선수도 있다. 헤르만 라트엔이라는 독일 남성은 '변장'을 한 뒤 도라 라트엔이라는 이름으로 개명, 1936년 베를린올림픽 여자 높이뛰기에서 4위를 했고 1938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세계신기록도 세웠다.
1964년 도쿄올림픽 여자 400m 릴레이에서 정상을 밟은 에바 클로부코프스카(폴란드)는 1967년 사상 처음으로 성별 검사를 받았다.
정확한 염색체 검사 결과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클로부코프스카에게는 이후 올림픽과 프로경기에 절대 나설 수 없는 조치가 내려졌다.
구 소련 시절이던 1960년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합작한 타마라-이리나 프레스 자매는 아예 '프레스 형제'로 불렸다.
타마라는 1960년 로마올림픽과 1964년 도쿄올림픽 포환던지기와 원반던지기에서 금메달 3개를, 이리나도 80m 허들과 근대5종에서 금메달 2개를 땄지만 성별검사가 도입된 1968년 이후 갑자기 스포츠무대에서 사라져 남자라는 의심을 샀다.

◇앤 공주는 성별 검사 'NO'

영국 왕실의 앤 공주는 영국 승마대표팀의 일원으로 올림픽 무대에 자주 참가했지만 '귀하신 몸'이었던 덕분에 성별검사는 한 번도 받지 않았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는 8명이 성별검사에서 이상 징후가 보였지만 이후 신체검사에서 무사히 통과해 진짜 '여성'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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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여자?’ 트랙 달군 성 정체성 논란
    • 입력 2009-08-20 07:44:52
    • 수정2009-08-20 14:35:22
    연합뉴스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중반에 접어든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자 선수에 대한 성 정체성 논란이 트랙을 달궜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18세인 캐스터 세메냐다. 짧은 머리와 강인한 상체 근육만 봐서는 좀처럼 여자로 보기 어렵다. 세메냐는 20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끝난 여자 800m 결승에서 1분55초45라는 시즌 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이날 결승에 앞서 '남아공육상연맹에 세메냐에 대한 성별검사를 요청했고 수주일 내 답변이 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세메냐는 제제 없이 결승전에 나갔고 예상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IAAF가 세메냐의 성 정체성을 의심한 건 기록이 작년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세메냐는 지난달 31일 아프리카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1분56초72로 올해 주니어와 시니어를 통틀어 가장 빠른 기록을 찍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2분04초23보다 8초나 빠르다. 1,500m에서도 4분33초25였던 기록을 지난 2일 4분08초01로 25초나 앞당기는 등 수상쩍은 기미가 보여 IAAF가 직접 진상파악에 나선 셈이다. 스포츠에서 성별 논란은 종종 있었다. 백이면 백 '여자 경기에 '남자'가 출전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었고 그 반대 경우는 없었다. IAAF는 지난 1991년 성 증명 검사를 없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68년 멕시코올림픽 때 성별검사를 도입했다가 1999년 폐지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아직도 성별 검사를 진행 중이다. ◇성염색체 이상이 있었던 선수 아예 '남자'로 들통났다기보다 성염색체에 이상이 있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여자는 염색체 구조가 'XX'가 돼야 하나 성별검사에서 간혹 남자에게 보이는 'Y' 염색체가 섞여 나와 완전한 여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여자 8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인도의 산티 순다라얀은 염색체 이상으로 결국 메달을 박탈당했다. 의학적으로 불행한 상태로 태어난 순다라얀은 한 때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육상 지도자로 변신, 새 인생을 살고 있다. 폴란드 출신으로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100m에서 우승한 스탈리슬라바 발라시비치는 성별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인물이다. 1920년대 미국으로 이주해 스텔라 월시라는 여자 이름으로 바꾼 발라시비치는 1980년 강도사건으로 살해됐을 때 부검결과 남자 생식기를 가진, 남녀 양성자로 드러나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나치정부가 시켜 아예 성을 바꾼 선수도 있다. 헤르만 라트엔이라는 독일 남성은 '변장'을 한 뒤 도라 라트엔이라는 이름으로 개명, 1936년 베를린올림픽 여자 높이뛰기에서 4위를 했고 1938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세계신기록도 세웠다. 1964년 도쿄올림픽 여자 400m 릴레이에서 정상을 밟은 에바 클로부코프스카(폴란드)는 1967년 사상 처음으로 성별 검사를 받았다. 정확한 염색체 검사 결과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클로부코프스카에게는 이후 올림픽과 프로경기에 절대 나설 수 없는 조치가 내려졌다. 구 소련 시절이던 1960년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합작한 타마라-이리나 프레스 자매는 아예 '프레스 형제'로 불렸다. 타마라는 1960년 로마올림픽과 1964년 도쿄올림픽 포환던지기와 원반던지기에서 금메달 3개를, 이리나도 80m 허들과 근대5종에서 금메달 2개를 땄지만 성별검사가 도입된 1968년 이후 갑자기 스포츠무대에서 사라져 남자라는 의심을 샀다. ◇앤 공주는 성별 검사 'NO' 영국 왕실의 앤 공주는 영국 승마대표팀의 일원으로 올림픽 무대에 자주 참가했지만 '귀하신 몸'이었던 덕분에 성별검사는 한 번도 받지 않았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는 8명이 성별검사에서 이상 징후가 보였지만 이후 신체검사에서 무사히 통과해 진짜 '여성'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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