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에 팔려간 아프리카 철각들

입력 2009.08.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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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끝난 남자 1,500m 결승에서 우승한 유수프 사드 카멜(26)은 바레인 국기를 들고 트랙을 돌며 기쁨을 만끽했다.
영락없는 아프리카 흑인인 카멜은 원래부터 중동사람이 아니었다.
중장거리 강국 케냐 출신으로 그레고리 콘첼라라는 멀쩡한 이름을 두고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2004년 바레인으로 귀화했고 '제2의 조국'에 이 대회 2회 연속 금메달을 선물했다.
약물을 복용한 게 들통나 이번 대회에 결장했지만 전 대회 챔피언 라시드 람지 또한 월봉 750달러에 조국 모로코 대신 바레인을 택했고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남자 1,500m에서 정상에 올라 새 조국에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아프리카 철각들이 '오일달러'를 앞세운 중동국가로 국적을 옮기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엔 육상이 약한 일부 유럽 국가도 기웃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봉 750~1천달러에 사고 팔리는 아프리카 유망주들을 '21세기 노예'로 부를만하다.
'노예시장'에서 큰 손은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이다. 스페인도 시민권을 주겠다며 이 시장에 기웃거리는 모양새다.
가장 짭짤한 이득을 본 건 바레인이다. 람지, 카멜에 이어 에티오피아에서 데려온 마리암 유수프 자말이 2007년 오사카 세계대회 여자 1,500m에서 우승하면서 굵직한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챙겼다.
중동국가는 케냐,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로 날아가 큰돈 들이지 않고 15~16세 유망주들을 여럿 사온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중동국가의 아프리카 유망주 영입을 앞장서 반대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어 완벽한 근절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아프리카 유망주들이 '제2의 조국'을 택하는 이유는 돈과 기회 때문이다.
이들은 가난에서 벗어나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할뿐더러 자국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대표팀에 뽑히기 어렵기에 여건이 나은 중동 국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케냐 출신으로 스티븐 체로노라는 이름을 버리고 카타르로 귀화한 남자 3,000m 장애물달리기 스타 사이프 사히드 사힌은 죽을 때까지 매달 1천달러씩 받고 중요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남기면 보너스도 받는 등 안정된 삶을 산다.
2004년 스위스로 정치적 망명을 했다가 바레인 국적을 취득한 자말은 스위스 로잔에서 살고 훈련하면서 대회 때만 바레인 국기를 달고 뛰는 등 훈련 여건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좋다.
한편으로 람지처럼 모로코육상연맹이 지원을 안 해줘 자발적으로 귀화한 예도 있다.
은퇴한 한국 여자하키선수들이 아제르바이잔 대표팀으로 뛰고 불가리아 역도선수 8명은 100만달러에 카타르로 국적을 바꾸는 등 육상뿐 아니라 여러 종목에서 국경의 벽은 이미 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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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일 머니’에 팔려간 아프리카 철각들
    • 입력 2009-08-20 07:44:52
    연합뉴스
20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끝난 남자 1,500m 결승에서 우승한 유수프 사드 카멜(26)은 바레인 국기를 들고 트랙을 돌며 기쁨을 만끽했다. 영락없는 아프리카 흑인인 카멜은 원래부터 중동사람이 아니었다. 중장거리 강국 케냐 출신으로 그레고리 콘첼라라는 멀쩡한 이름을 두고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2004년 바레인으로 귀화했고 '제2의 조국'에 이 대회 2회 연속 금메달을 선물했다. 약물을 복용한 게 들통나 이번 대회에 결장했지만 전 대회 챔피언 라시드 람지 또한 월봉 750달러에 조국 모로코 대신 바레인을 택했고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남자 1,500m에서 정상에 올라 새 조국에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아프리카 철각들이 '오일달러'를 앞세운 중동국가로 국적을 옮기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엔 육상이 약한 일부 유럽 국가도 기웃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봉 750~1천달러에 사고 팔리는 아프리카 유망주들을 '21세기 노예'로 부를만하다. '노예시장'에서 큰 손은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이다. 스페인도 시민권을 주겠다며 이 시장에 기웃거리는 모양새다. 가장 짭짤한 이득을 본 건 바레인이다. 람지, 카멜에 이어 에티오피아에서 데려온 마리암 유수프 자말이 2007년 오사카 세계대회 여자 1,500m에서 우승하면서 굵직한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챙겼다. 중동국가는 케냐,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로 날아가 큰돈 들이지 않고 15~16세 유망주들을 여럿 사온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중동국가의 아프리카 유망주 영입을 앞장서 반대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어 완벽한 근절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아프리카 유망주들이 '제2의 조국'을 택하는 이유는 돈과 기회 때문이다. 이들은 가난에서 벗어나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할뿐더러 자국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대표팀에 뽑히기 어렵기에 여건이 나은 중동 국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케냐 출신으로 스티븐 체로노라는 이름을 버리고 카타르로 귀화한 남자 3,000m 장애물달리기 스타 사이프 사히드 사힌은 죽을 때까지 매달 1천달러씩 받고 중요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남기면 보너스도 받는 등 안정된 삶을 산다. 2004년 스위스로 정치적 망명을 했다가 바레인 국적을 취득한 자말은 스위스 로잔에서 살고 훈련하면서 대회 때만 바레인 국기를 달고 뛰는 등 훈련 여건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좋다. 한편으로 람지처럼 모로코육상연맹이 지원을 안 해줘 자발적으로 귀화한 예도 있다. 은퇴한 한국 여자하키선수들이 아제르바이잔 대표팀으로 뛰고 불가리아 역도선수 8명은 100만달러에 카타르로 국적을 바꾸는 등 육상뿐 아니라 여러 종목에서 국경의 벽은 이미 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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