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터 분노’ 롯데 가을야구 위기

입력 2009.08.21 (11:28) 수정 2009.08.21 (11:3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20일 밤 11시20분 사직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을 '집합'시켰다.
장장 4시간50분이나 끈 연장 혈투를 마치고 난 직후라 선수들은 지칠대로 지쳤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 후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런 경기가 나오면 안 된다. 너무 좋지 않은 경기였다"고 선수단 전체에 불만을 터트렸다.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에게 직설적으로 질책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심야 소집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승패를 떠나 최근 롯데의 경기 내용이 극도로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롯데가 흔들리고 있다.
6, 7월 최고 승률을 기록하면서 선두와 2경기 차이로 올스타전 휴식기를 맞을 때만 해도 4강이 문제가 아니라 정규리그 1위를 넘보겠다는 야심까지 드러냈다.
그러나 현재는 1위 KIA와 9경기까지 벌어져 따라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어느새 승률 5할로 떨어져 삼성과 공동 4위로 내려앉았다. 꼼짝없이 4위 싸움에 목을 매달아야 할 처지가 됐다.
SK에 3연패를 당한 주중 사직 경기를 돌아보면 요즘 롯데 전열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응집력 저하가 두드러진다. 투타의 부조화도 심각하다.
지난 18일 경기에서는 13안타를 때리고도 4점밖에 얻지 못했다. 적시에 터진 홈런 3방을 포함해 10안타로 9점을 뽑은 SK에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다음 날에는 투수진이 4점만 주고 괜찮게 막았지만 타자들이 1점밖에 내지 못했다.
20일에는 거의 잡았던 경기를 놓쳤다. 9회말 8-8 1사 1루에서 카림 가르시아가 우중간을 완전히 갈랐지만 대주자 양종민이 3루를 돌다 멈칫한 뒤 다시 홈으로 파고 들다 태그 아웃되면서 흐름이 끊겼고 결국 승부가 넘어갔다.
수비에서도 이미 주자가 루에 안착한 상황에서 던지지 말아야 할 송구를 시도하다 공이 빠진다거나 내야수간 호흡이 맞지 않아 어설픈 내야안타를 내주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이 빈발했다.
2승1패를 거둔 지난 주말 LG와 경기에서도 8-1로 앞서 쉽게 끝낼 경기를 8-7까지 쫓기다 14-11로 겨우 이긴 걸 보면 마운드의 막아내는 능력이나 타선에서 필요할 때 도망갈 수 있는 힘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외형상으로는 부상자 대열에 있던 김주찬, 강민호가 돌아왔고 정수근까지 불러올린 터라 종아리가 좋지 않아 잠시 쉬고 있는 조성환을 빼면 베스트 전력을 갖춘 상태이다.
그럼에도 위기가 찾아왔다는 점이 로이스터 감독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로이스터 감독은 당장 투수 로테이션과 타순 조정 등의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롯데 관계자는 전했다.
8년 만에 한풀이를 해낸 롯데 팬들이 올해도 변함없이 애타게 바라는 '가을야구'의 소망이 위태롭기만 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로이스터 분노’ 롯데 가을야구 위기
    • 입력 2009-08-21 11:20:08
    • 수정2009-08-21 11:39:05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20일 밤 11시20분 사직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을 '집합'시켰다. 장장 4시간50분이나 끈 연장 혈투를 마치고 난 직후라 선수들은 지칠대로 지쳤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 후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런 경기가 나오면 안 된다. 너무 좋지 않은 경기였다"고 선수단 전체에 불만을 터트렸다.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에게 직설적으로 질책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심야 소집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승패를 떠나 최근 롯데의 경기 내용이 극도로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롯데가 흔들리고 있다. 6, 7월 최고 승률을 기록하면서 선두와 2경기 차이로 올스타전 휴식기를 맞을 때만 해도 4강이 문제가 아니라 정규리그 1위를 넘보겠다는 야심까지 드러냈다. 그러나 현재는 1위 KIA와 9경기까지 벌어져 따라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어느새 승률 5할로 떨어져 삼성과 공동 4위로 내려앉았다. 꼼짝없이 4위 싸움에 목을 매달아야 할 처지가 됐다. SK에 3연패를 당한 주중 사직 경기를 돌아보면 요즘 롯데 전열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응집력 저하가 두드러진다. 투타의 부조화도 심각하다. 지난 18일 경기에서는 13안타를 때리고도 4점밖에 얻지 못했다. 적시에 터진 홈런 3방을 포함해 10안타로 9점을 뽑은 SK에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다음 날에는 투수진이 4점만 주고 괜찮게 막았지만 타자들이 1점밖에 내지 못했다. 20일에는 거의 잡았던 경기를 놓쳤다. 9회말 8-8 1사 1루에서 카림 가르시아가 우중간을 완전히 갈랐지만 대주자 양종민이 3루를 돌다 멈칫한 뒤 다시 홈으로 파고 들다 태그 아웃되면서 흐름이 끊겼고 결국 승부가 넘어갔다. 수비에서도 이미 주자가 루에 안착한 상황에서 던지지 말아야 할 송구를 시도하다 공이 빠진다거나 내야수간 호흡이 맞지 않아 어설픈 내야안타를 내주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이 빈발했다. 2승1패를 거둔 지난 주말 LG와 경기에서도 8-1로 앞서 쉽게 끝낼 경기를 8-7까지 쫓기다 14-11로 겨우 이긴 걸 보면 마운드의 막아내는 능력이나 타선에서 필요할 때 도망갈 수 있는 힘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외형상으로는 부상자 대열에 있던 김주찬, 강민호가 돌아왔고 정수근까지 불러올린 터라 종아리가 좋지 않아 잠시 쉬고 있는 조성환을 빼면 베스트 전력을 갖춘 상태이다. 그럼에도 위기가 찾아왔다는 점이 로이스터 감독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로이스터 감독은 당장 투수 로테이션과 타순 조정 등의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롯데 관계자는 전했다. 8년 만에 한풀이를 해낸 롯데 팬들이 올해도 변함없이 애타게 바라는 '가을야구'의 소망이 위태롭기만 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