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자’ 한국 육상, 새 출발 다짐

입력 2009.08.25 (14:57) 수정 2009.08.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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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참담한 실패를 경험한 한국 육상이 새 출발을 다짐한다.
이번 대회에 출전했던 대표 선수단과 임원은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대한육상경기연맹과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들도 '무거운 숙제'를 떠안은 채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2011년 대구에서 차기 대회를 개최하는 주인공으로서 전 세계에 뚜렷한 인상을 남기기는 커녕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안고 돌아온 한국 육상은 냉엄한 현실을 진단하고 재기의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기로에 섰다.
◇'머리를 맞대고' 내달부터 개혁 스타트

육상연맹 관계자는 이날 도착 직후 "연맹과 대구 조직위원회가 머리를 맞대고 할 일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당장 대표팀은 9월1일부터 25일까지 대구 인근인 경산에서 사상 최대 규모 합동훈련을 시작한다.
그동안 대표팀 훈련은 세부종목에 따라 태릉선수촌과 소속팀 외부 훈련, 해외 전지훈련 등으로 삼분화한 상태에서 대표 선수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다음달 25일 2009 대구국제육상대회를 목표로 진행될 이번 담금질에서 '획기적인 훈련 개선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도 있다.
훈련 뿐 아니라 이 기간에는 대규모 워크숍도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육상연맹을 포함한 육상인들과 대구대회 조직위 관계자들이 함께 지혜를 짜낼 공간이 잡혔다.
한국 육상은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함 속에 두 집단의 브레인 스토밍이 시작된다.
러시아에서 육상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귀국할 예정인 오동진 육상연맹 회장은 대표팀 운영에 관한 '대수술'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자 시스템' 전면적인 혁신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육상은 랜들 헌팅턴(미국, 도약), 티바소브 세르게이(러시아, 허들), 리오 알만도 브라운(자메이카, 단거리) 코치 등 외국인 지도자들을 대거 영입해 총력전을 기울였지만 손에 쥔 성과는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퇴보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19명이 출전했지만 단 한 명도 세계 10위 안에 들지 못한 채 모조리 좌절했다.
2007년 오사카 세계대회 개최국이었던 일본이 남자마라톤 단체전 은메달, 400m 계주 4위 등으로 비교적 선전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육상은 뭐라도 내놓을 만한 성적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외국인 지도자 체제를 성급히 거둘 단계는 아니라는 게 육상계 안팎의 중론이다.
오히려 육상연맹이 그동안 추진해온 거물급 외국인 총감독제라든지, 여자대표팀 전담 코치제 등을 도입해 '육상판 히딩크 프로젝트'를 한층 더 체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거꾸로 한국 지도자를 외국에 보내 육성하는 시스템도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오동진 연맹 회장은 이번 대회 기간 미국, 자메이카 등 육상 선진국 연맹 관계자들과 만나 기초적인 협의를 진행했다.
◇'간판 스타 발굴' 늦지 않았다

한국 육상은 이번 대회에서 이른바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선수가 없었다.
이번 대회 개최국 독일은 여자 창던지기 슈테피 네리우스가 대회 중반 금메달을 따내면서 올림피아 슈타디온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고 개최국 체면도 세웠다.
한국은 국내에서 각광받았던 남자 세단뛰기 김덕현(광주시청)과 여자 멀리뛰기 정순옥(광주시청), 여자 장대높이뛰기 임은지(부산 연제구청) 등을 내세웠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중위권에도 들기 힘든 '벽'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경보, 도약, 허들, 장대높이뛰기 등을 틈새 종목으로 짜고 집중 육성한 육상연맹의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2년 남은 대구 대회까지 간판 스타 발굴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 종별선수권대회와 꿈나무대회 등 전국 단위 각종 대회에서는 2011년을 바라보고 키워볼 만한 재목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고 육상인들은 전한다.
문제는 자질이 있는 선수를 일찌감치 발굴해 얼마나 체계적으로 육성시키느냐에 달려있다.
역시 육상연맹과 대구 조직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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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뛰자’ 한국 육상, 새 출발 다짐
    • 입력 2009-08-25 14:34:39
    • 수정2009-08-25 15:03:41
    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참담한 실패를 경험한 한국 육상이 새 출발을 다짐한다. 이번 대회에 출전했던 대표 선수단과 임원은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대한육상경기연맹과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들도 '무거운 숙제'를 떠안은 채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2011년 대구에서 차기 대회를 개최하는 주인공으로서 전 세계에 뚜렷한 인상을 남기기는 커녕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안고 돌아온 한국 육상은 냉엄한 현실을 진단하고 재기의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기로에 섰다. ◇'머리를 맞대고' 내달부터 개혁 스타트 육상연맹 관계자는 이날 도착 직후 "연맹과 대구 조직위원회가 머리를 맞대고 할 일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당장 대표팀은 9월1일부터 25일까지 대구 인근인 경산에서 사상 최대 규모 합동훈련을 시작한다. 그동안 대표팀 훈련은 세부종목에 따라 태릉선수촌과 소속팀 외부 훈련, 해외 전지훈련 등으로 삼분화한 상태에서 대표 선수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다음달 25일 2009 대구국제육상대회를 목표로 진행될 이번 담금질에서 '획기적인 훈련 개선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도 있다. 훈련 뿐 아니라 이 기간에는 대규모 워크숍도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육상연맹을 포함한 육상인들과 대구대회 조직위 관계자들이 함께 지혜를 짜낼 공간이 잡혔다. 한국 육상은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함 속에 두 집단의 브레인 스토밍이 시작된다. 러시아에서 육상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귀국할 예정인 오동진 육상연맹 회장은 대표팀 운영에 관한 '대수술'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자 시스템' 전면적인 혁신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육상은 랜들 헌팅턴(미국, 도약), 티바소브 세르게이(러시아, 허들), 리오 알만도 브라운(자메이카, 단거리) 코치 등 외국인 지도자들을 대거 영입해 총력전을 기울였지만 손에 쥔 성과는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퇴보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19명이 출전했지만 단 한 명도 세계 10위 안에 들지 못한 채 모조리 좌절했다. 2007년 오사카 세계대회 개최국이었던 일본이 남자마라톤 단체전 은메달, 400m 계주 4위 등으로 비교적 선전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육상은 뭐라도 내놓을 만한 성적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외국인 지도자 체제를 성급히 거둘 단계는 아니라는 게 육상계 안팎의 중론이다. 오히려 육상연맹이 그동안 추진해온 거물급 외국인 총감독제라든지, 여자대표팀 전담 코치제 등을 도입해 '육상판 히딩크 프로젝트'를 한층 더 체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거꾸로 한국 지도자를 외국에 보내 육성하는 시스템도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오동진 연맹 회장은 이번 대회 기간 미국, 자메이카 등 육상 선진국 연맹 관계자들과 만나 기초적인 협의를 진행했다. ◇'간판 스타 발굴' 늦지 않았다 한국 육상은 이번 대회에서 이른바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선수가 없었다. 이번 대회 개최국 독일은 여자 창던지기 슈테피 네리우스가 대회 중반 금메달을 따내면서 올림피아 슈타디온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고 개최국 체면도 세웠다. 한국은 국내에서 각광받았던 남자 세단뛰기 김덕현(광주시청)과 여자 멀리뛰기 정순옥(광주시청), 여자 장대높이뛰기 임은지(부산 연제구청) 등을 내세웠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중위권에도 들기 힘든 '벽'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경보, 도약, 허들, 장대높이뛰기 등을 틈새 종목으로 짜고 집중 육성한 육상연맹의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2년 남은 대구 대회까지 간판 스타 발굴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 종별선수권대회와 꿈나무대회 등 전국 단위 각종 대회에서는 2011년을 바라보고 키워볼 만한 재목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고 육상인들은 전한다. 문제는 자질이 있는 선수를 일찌감치 발굴해 얼마나 체계적으로 육성시키느냐에 달려있다. 역시 육상연맹과 대구 조직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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