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소액 사기사건

입력 2009.08.2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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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천만 원 미만의 사건을 소액 사건이라고 하는데요.

이 소액사건을 당하면 경찰에 사건을 의뢰하기도 어렵고, 해결은 더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왜 그런건지 이정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한 여행사에 항공기 예약을 맡겼던 천여 명이 단체로 돈을 떼였습니다.

한 명에 수십만 원 씩 모두 4억 원.

이들은 여행사 대표 등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개별처리는 어려우니 피해 내역을 정리해와라, 피해액수를 통일시켜라 등의 이유를 대며 피해자를 6번이나 돌려 보냈습니다.

<인터뷰> 황금화(피해자) : "거기 맞추지 않으면 이거 자기가 접수 못한다, 수사를 다시 해야한다는 식으로 계속 하거든요."

지지부진하게 수사가 진행되는 사이 여덟 달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녹취> 경찰 : "(예전 수사관이) 본인도 그냥 고향가서...조사 안 하겠다고 자원해서 고향으로 가버린거예요"

한 여성이 어디론가 부리나케 달아납니다.

의료기기를 사겠다며 수표를 보여주고는 거스름돈 70만 원만 챙겨 도망간 겁니다.

피해 업주는 CCTV 화면을 근거로 지구대에 신고했지만 사건은 접수조차 안됐습니다.

<녹취> 지구대 경찰관 : "본인들이 주의해야 하는 거예요. 이렇게 사진이 잘 나와도 못 잡는다니까. 인적사항이 다 나와도 못 잡는다니까."

경찰에 신고해봐야 해결이 쉽지 않은 소액사건.

경찰은 개인 간의 경제적 분쟁까지 일일이 형사고소로 해결하겠다는 풍토가 문제라며 수많은 소액 사건 때문에 수사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피해액이 적다곤해도 범죄성격이 짙은 사건에까지 일손부족을 이유로 처리에 소극적인 건 직무유기라는 비판도 높습니다.

<인터뷰> 송태경(민생연대 사무처장) : "처리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처리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너무 많은 사건이 있다고 해서 사건을 방치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경찰은 또 소액사건에 민사절차 이용을 권하는 한편, 공권력 대신 사설기관 조사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면 서민입장에선 피해액수 못지않은 적잖은 돈이 든다는 사실을 경찰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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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면받는 소액 사기사건
    • 입력 2009-08-27 06:38:27
    뉴스광장 1부
<앵커 멘트> 천만 원 미만의 사건을 소액 사건이라고 하는데요. 이 소액사건을 당하면 경찰에 사건을 의뢰하기도 어렵고, 해결은 더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왜 그런건지 이정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한 여행사에 항공기 예약을 맡겼던 천여 명이 단체로 돈을 떼였습니다. 한 명에 수십만 원 씩 모두 4억 원. 이들은 여행사 대표 등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개별처리는 어려우니 피해 내역을 정리해와라, 피해액수를 통일시켜라 등의 이유를 대며 피해자를 6번이나 돌려 보냈습니다. <인터뷰> 황금화(피해자) : "거기 맞추지 않으면 이거 자기가 접수 못한다, 수사를 다시 해야한다는 식으로 계속 하거든요." 지지부진하게 수사가 진행되는 사이 여덟 달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녹취> 경찰 : "(예전 수사관이) 본인도 그냥 고향가서...조사 안 하겠다고 자원해서 고향으로 가버린거예요" 한 여성이 어디론가 부리나케 달아납니다. 의료기기를 사겠다며 수표를 보여주고는 거스름돈 70만 원만 챙겨 도망간 겁니다. 피해 업주는 CCTV 화면을 근거로 지구대에 신고했지만 사건은 접수조차 안됐습니다. <녹취> 지구대 경찰관 : "본인들이 주의해야 하는 거예요. 이렇게 사진이 잘 나와도 못 잡는다니까. 인적사항이 다 나와도 못 잡는다니까." 경찰에 신고해봐야 해결이 쉽지 않은 소액사건. 경찰은 개인 간의 경제적 분쟁까지 일일이 형사고소로 해결하겠다는 풍토가 문제라며 수많은 소액 사건 때문에 수사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피해액이 적다곤해도 범죄성격이 짙은 사건에까지 일손부족을 이유로 처리에 소극적인 건 직무유기라는 비판도 높습니다. <인터뷰> 송태경(민생연대 사무처장) : "처리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처리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너무 많은 사건이 있다고 해서 사건을 방치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경찰은 또 소액사건에 민사절차 이용을 권하는 한편, 공권력 대신 사설기관 조사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면 서민입장에선 피해액수 못지않은 적잖은 돈이 든다는 사실을 경찰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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