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그 아쉬움을 딛고…

입력 2009.08.30 (22:28) 수정 2009.09.04 (17: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온 국민의 기대속에 지난 25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우주 발사체 나로호가 발사됐지만 위성의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습니다. 나로호는 미완의 발사로 끝났지만 우리에게 남겨준 성과는 적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주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도 대부분 이러한 실패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우주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우리 땅에서 처음으로 위성이 발사됐습니다. 7차례 발사가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하늘로 오른 나로호, 전국은 환희에 가득찼습니다. 발사장에서 2km 떨어진 통제동 2층 관람석에서 국무총리와 주요 귀빈들이 환호성을 울리는 사이, 유리창 아래 1층, 발사지휘센터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연구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모니터만 들여다봅니다. 몇몇은 일어나 옆 사람과 뭔가를 속삭이고 발사를 주관하던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은 어느 새 자리를 비웠습니다.
페어링 분리 신호가 들어오지 않아 위성 발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위성이 궤도진입에 실패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터뷰> 김중현(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 “나로 궤도 진입 실패....”

결국 나로호는 페어링이 한쪽만 분리되고 나머지 하나는 남아있는 채 비행을 계속했고 이 때문에 우리 기술로 만든 과학기술위성은 제 궤도에 올라갈 수 없었습니다.
발사가 성공했다면 앞으로 2년 이상 지구 궤도를 돌며 정보를 보내올 과학기술위성 2호는 불과 수분정도 우주에 머물렀다 소멸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미 우주의 꿈을 이룬 우주 선진국들도 초기 개발 시기에는 많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 국가들이 모두 4000여회의 로켓 발사를 시도했지만 이 가운데 300번은 실패, 13번 가운데 한번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우주경쟁에 뛰어든 아시아 국가의 경우 하나같이 첫 발사에서 실패의 쓰라린 경험을 맛봐야했습니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인도우주연구기구.
1979년, 첫 우주발사체 ‘SLV’를 하늘로 쏘아올렸지만 2단 로켓의 자세 제어가 잘못돼 위성은 우주의 미아가 됐습니다. 다음해인 1980년 두 번째 발사에서 드디어 성공해 세계에서 7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한 우주 강국이 됐습니다.

<인터뷰> 슈마(인도우주연구기구 발사체부서 총괄책임자) : "우리는 초기의 두 SLV에서 실패는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주발사체 프로그램을 배우는 과정에서 최고의 디딤돌이 됐습니다. 우리에게 성공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인도우주기구는 현재까지 52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했고 현재 21개의 인공위성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도의 대표적인 우주발사체인 ‘PSLV’는 높이 44미터, 무게 300톤의 4단 로켓으로 인도의 위성뿐 아니라 수많은 외국 인공 위성들을 발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만든 우리별 3호도 10년 전 이 로켓에 실려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인도 우주기술의 저력은 모든 로켓을 자력으로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인도의 로켓 기술 국산화율은 85%에 달할 정도로 로켓 설계에서 개발, 발사에 이르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도는 이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3만6천킬로미터의 정지궤도에 위성을 올릴 수 있는 ‘GSLV’ 개발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을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계획은 사람이 타는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것입니다. 인도 동남부 지역의 스리하리코타 발사장은 요즘 우주 탐험을 위해 기존의 2개 발사대 외에 세 번째 새로운 발사대를 짓고 있습니다.

<인터뷰> 발사장 관계자(이름 추후 확인) : "이 발사대는 유인 우주선 발사의 특별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제 3 발사대라고 부릅니다. 3억에서 4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고 이 발사대에서 유인우주선이 이륙할 것입니다."

<녹취>후진타오(중국 주석) : "우리 세 명의 우주인이 처음으로 우주 유영과 우주과학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9월 27일, 중국은 옛 소련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우주 유영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중국도 1970년 첫 로켓 발사에 실패한 아픔을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1996년 ‘창정 3B’ 모델을 개발해 처음 발사할 때는 로켓이 발사 2초 만에 경로를 이탈해 발사장 인근 마을에 추락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후 우주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올 10월에 첫 화성탐사선을 발사하고 약 10년 후인 2020년에는 우주정거장을, 2030년까지 달을 정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개발한 아리안 로켓.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발사된 아리안 4모델은 116회 발사에 113회 성공, 성공률 97.4%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 선진국이라도 로켓의 모델을 바꿀 때는 실패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리안 4의 뒤를 이은 아리안 5는 초기 두 번의 발사에서 연이어 실패했습니다.

<인터뷰>패트릭 쇼벨(EADS 아스트리움사 아리안발사체 기술개발 담당) : "물론 아리안 4를 잇는 로켓의 발사 실패가 있었는데요. 작동 라인 특히 전자 장치 같은 것들에 대한 모든 평가, 점검 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입니다."

초기의 문제점을 모두 고친 아리안 5는 현재 31회 연속 발사 성공으로 내후년까지 발사 예약이 밀려있을 정도로 세계 발사체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이렇게 우주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48년동안 여러번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지원정책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우주항공정책을 총괄하는 크네스, 프랑스국립우주국은 1961년 처음 설립됐습니다. 당시 드골 대통령은 우주항공을 국가 5대 정책과제로 삼고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우주정책은 정권이 몇 차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진행됐습니다.

정부는 우주항공분야를 총괄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민간 회사가 직접 기술을 개발하도록 뒤에서 지원해왔습니다.

<인터뷰> 장 파스칼(르 프랑/CNES 유럽담당국장) : "우주국이 위성, 로켓이나 우주 미션 같은 것을 구상하면 기업이 그것을 만들고 실현하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기업체에서 로켓이나 위성을 제작한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기술적인 혁신이 기업에서 실현된다는 것이죠. 우주국은 그 기술이 태어나도록 해준다고 할까요"

프랑스는 또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힘을 합쳐 우주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리안 발사체 1단은 프랑스에서, 2단은 독일에서 만들어지며 발사는 대서양 한복판의 쿠루기지에서 이뤄집니다.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아스트리움에서는 이러한 분업이 더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통신 위성의 경우 전체 위성의 구상과 조립은 프랑스에서 하지만 무선 주파수는 영국이, 레이더 기술은 독일이 담당하는 식입니다.

<인터뷰> 다니엘 가린도(아스트리움 위성담당) : "아스트리움 위성은 프랑스 회사가 아니라 유럽 회사입니다.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이 각기 자신들의 경쟁력있는 기술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각자 하는 것보다 각 분야의 연구개발을 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인 거죠. 유럽도 이같은 구조로 우주연구활동을 하는 것이고요."

이렇게 세계 각국이 우주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주기술은 국력을 키우는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줍니다.

프랑스 남부지방의 뚤루즈 시는 씨떼 데 에스파세, 우리말로 ‘우주도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년 30만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아올 정도로 인깁니다. 달의 중력을 체험하는 우주비행, 가볍게 발을 굴리는 것만으로 훌쩍 의자가 솟구칩니다.

<인터뷰> 폴 마쏭( ) : "우주공간에서 뛰는 것을 배우기 위해 한번 해보고 있어요."

우리나라 국립과천과학관보다 2배이상 넓은 공간을 모두 우주기술 전시에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막 무탱(씨떼 데 에스파세 전시개발담당) : "처음에는 정치적인 의지로 우주개발이 시작됐지만 지금은 일반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산업이 돼 경제개발 수단이 되기도 하고 또 일반 시민들 생활에 쓰이는 많은 도구들을 제공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재도전을 앞둔 나로호 발사에 이번 첫 발사 선례는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비록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첫 우주 발사체의 ‘시험비행’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갑니다.

이번에 페어링 분리 실패를 초기에 잡아낼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원격 발사체 추적 시스템 덕분입니다. 나로호에는 무선 통신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날아가는 로켓의 위치와 속도, 온도, 기압, 연료 상태 등을 통제 센터에서 즉각 알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채연석(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 "우주센터의 기능이라든지 추적 관제시스템, 그리고 나로호 로켓에 대한 성능과 기능까지도 파악했기때문에 전반적인 시험은 성공적이 아니냐."

하지만 이번 나로호 발사를 통해 보완해야 할 점도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로켓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1단 엔진은 러시아에서 돈을 주고 사 왔습니다. 이 때문에 번번이 발사가 연기될 때마다 속사정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러시아 연구진의 입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로켓 개발에 5천억원, 우주센터 건설에 8천억원이나 들었지만 우리 기술로 만드는 독자 발사체 개발을 위해서는 1단 엔진과 발사대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정부는 2018년까지 우리 기술로 독자 발사체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KSLV-2'는 길이 50미터의 3단형 로켓으로 추진력은 300톤에 달합니다. 이번에 발사한 나로호가 100kg의 과학위성을 쏘아올린 것에 비해 독자발사체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우주에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장영근(한국항공대 교수) : "여태까지 발사체 개발하는데 계획이 어떻게 돼있냐면은 한 번 두 번 발사하는 게 끝입니다. 어떻게 보면 발사사업이 이벤트성으로 비춰질 수 있거든요. 실제적으로 개발하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위성을 발사하고 상용화도 할 수 있으려면은 우리가 신뢰성을 극대화해야 됩니다."

지난 세기엔 바다와 하늘을 지배하는 나라가 강대국이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나라가 강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비록 우주를 향한 꿈은 미완의 도전으로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은 한국 우주개발의 초석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나로, 그 아쉬움을 딛고…
    • 입력 2009-08-30 11:12:14
    • 수정2009-09-04 17:33:38
    취재파일K
온 국민의 기대속에 지난 25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우주 발사체 나로호가 발사됐지만 위성의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습니다. 나로호는 미완의 발사로 끝났지만 우리에게 남겨준 성과는 적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주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도 대부분 이러한 실패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우주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우리 땅에서 처음으로 위성이 발사됐습니다. 7차례 발사가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하늘로 오른 나로호, 전국은 환희에 가득찼습니다. 발사장에서 2km 떨어진 통제동 2층 관람석에서 국무총리와 주요 귀빈들이 환호성을 울리는 사이, 유리창 아래 1층, 발사지휘센터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연구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모니터만 들여다봅니다. 몇몇은 일어나 옆 사람과 뭔가를 속삭이고 발사를 주관하던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은 어느 새 자리를 비웠습니다. 페어링 분리 신호가 들어오지 않아 위성 발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위성이 궤도진입에 실패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터뷰> 김중현(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 “나로 궤도 진입 실패....” 결국 나로호는 페어링이 한쪽만 분리되고 나머지 하나는 남아있는 채 비행을 계속했고 이 때문에 우리 기술로 만든 과학기술위성은 제 궤도에 올라갈 수 없었습니다. 발사가 성공했다면 앞으로 2년 이상 지구 궤도를 돌며 정보를 보내올 과학기술위성 2호는 불과 수분정도 우주에 머물렀다 소멸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미 우주의 꿈을 이룬 우주 선진국들도 초기 개발 시기에는 많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 국가들이 모두 4000여회의 로켓 발사를 시도했지만 이 가운데 300번은 실패, 13번 가운데 한번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우주경쟁에 뛰어든 아시아 국가의 경우 하나같이 첫 발사에서 실패의 쓰라린 경험을 맛봐야했습니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인도우주연구기구. 1979년, 첫 우주발사체 ‘SLV’를 하늘로 쏘아올렸지만 2단 로켓의 자세 제어가 잘못돼 위성은 우주의 미아가 됐습니다. 다음해인 1980년 두 번째 발사에서 드디어 성공해 세계에서 7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한 우주 강국이 됐습니다. <인터뷰> 슈마(인도우주연구기구 발사체부서 총괄책임자) : "우리는 초기의 두 SLV에서 실패는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주발사체 프로그램을 배우는 과정에서 최고의 디딤돌이 됐습니다. 우리에게 성공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인도우주기구는 현재까지 52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했고 현재 21개의 인공위성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도의 대표적인 우주발사체인 ‘PSLV’는 높이 44미터, 무게 300톤의 4단 로켓으로 인도의 위성뿐 아니라 수많은 외국 인공 위성들을 발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만든 우리별 3호도 10년 전 이 로켓에 실려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인도 우주기술의 저력은 모든 로켓을 자력으로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인도의 로켓 기술 국산화율은 85%에 달할 정도로 로켓 설계에서 개발, 발사에 이르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도는 이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3만6천킬로미터의 정지궤도에 위성을 올릴 수 있는 ‘GSLV’ 개발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을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계획은 사람이 타는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것입니다. 인도 동남부 지역의 스리하리코타 발사장은 요즘 우주 탐험을 위해 기존의 2개 발사대 외에 세 번째 새로운 발사대를 짓고 있습니다. <인터뷰> 발사장 관계자(이름 추후 확인) : "이 발사대는 유인 우주선 발사의 특별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제 3 발사대라고 부릅니다. 3억에서 4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고 이 발사대에서 유인우주선이 이륙할 것입니다." <녹취>후진타오(중국 주석) : "우리 세 명의 우주인이 처음으로 우주 유영과 우주과학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9월 27일, 중국은 옛 소련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우주 유영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중국도 1970년 첫 로켓 발사에 실패한 아픔을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1996년 ‘창정 3B’ 모델을 개발해 처음 발사할 때는 로켓이 발사 2초 만에 경로를 이탈해 발사장 인근 마을에 추락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후 우주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올 10월에 첫 화성탐사선을 발사하고 약 10년 후인 2020년에는 우주정거장을, 2030년까지 달을 정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개발한 아리안 로켓.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발사된 아리안 4모델은 116회 발사에 113회 성공, 성공률 97.4%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 선진국이라도 로켓의 모델을 바꿀 때는 실패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리안 4의 뒤를 이은 아리안 5는 초기 두 번의 발사에서 연이어 실패했습니다. <인터뷰>패트릭 쇼벨(EADS 아스트리움사 아리안발사체 기술개발 담당) : "물론 아리안 4를 잇는 로켓의 발사 실패가 있었는데요. 작동 라인 특히 전자 장치 같은 것들에 대한 모든 평가, 점검 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입니다." 초기의 문제점을 모두 고친 아리안 5는 현재 31회 연속 발사 성공으로 내후년까지 발사 예약이 밀려있을 정도로 세계 발사체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이렇게 우주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48년동안 여러번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지원정책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우주항공정책을 총괄하는 크네스, 프랑스국립우주국은 1961년 처음 설립됐습니다. 당시 드골 대통령은 우주항공을 국가 5대 정책과제로 삼고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우주정책은 정권이 몇 차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진행됐습니다. 정부는 우주항공분야를 총괄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민간 회사가 직접 기술을 개발하도록 뒤에서 지원해왔습니다. <인터뷰> 장 파스칼(르 프랑/CNES 유럽담당국장) : "우주국이 위성, 로켓이나 우주 미션 같은 것을 구상하면 기업이 그것을 만들고 실현하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기업체에서 로켓이나 위성을 제작한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기술적인 혁신이 기업에서 실현된다는 것이죠. 우주국은 그 기술이 태어나도록 해준다고 할까요" 프랑스는 또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힘을 합쳐 우주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리안 발사체 1단은 프랑스에서, 2단은 독일에서 만들어지며 발사는 대서양 한복판의 쿠루기지에서 이뤄집니다.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아스트리움에서는 이러한 분업이 더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통신 위성의 경우 전체 위성의 구상과 조립은 프랑스에서 하지만 무선 주파수는 영국이, 레이더 기술은 독일이 담당하는 식입니다. <인터뷰> 다니엘 가린도(아스트리움 위성담당) : "아스트리움 위성은 프랑스 회사가 아니라 유럽 회사입니다.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이 각기 자신들의 경쟁력있는 기술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각자 하는 것보다 각 분야의 연구개발을 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인 거죠. 유럽도 이같은 구조로 우주연구활동을 하는 것이고요." 이렇게 세계 각국이 우주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주기술은 국력을 키우는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줍니다. 프랑스 남부지방의 뚤루즈 시는 씨떼 데 에스파세, 우리말로 ‘우주도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년 30만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아올 정도로 인깁니다. 달의 중력을 체험하는 우주비행, 가볍게 발을 굴리는 것만으로 훌쩍 의자가 솟구칩니다. <인터뷰> 폴 마쏭( ) : "우주공간에서 뛰는 것을 배우기 위해 한번 해보고 있어요." 우리나라 국립과천과학관보다 2배이상 넓은 공간을 모두 우주기술 전시에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막 무탱(씨떼 데 에스파세 전시개발담당) : "처음에는 정치적인 의지로 우주개발이 시작됐지만 지금은 일반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산업이 돼 경제개발 수단이 되기도 하고 또 일반 시민들 생활에 쓰이는 많은 도구들을 제공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재도전을 앞둔 나로호 발사에 이번 첫 발사 선례는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비록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첫 우주 발사체의 ‘시험비행’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갑니다. 이번에 페어링 분리 실패를 초기에 잡아낼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원격 발사체 추적 시스템 덕분입니다. 나로호에는 무선 통신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날아가는 로켓의 위치와 속도, 온도, 기압, 연료 상태 등을 통제 센터에서 즉각 알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채연석(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 "우주센터의 기능이라든지 추적 관제시스템, 그리고 나로호 로켓에 대한 성능과 기능까지도 파악했기때문에 전반적인 시험은 성공적이 아니냐." 하지만 이번 나로호 발사를 통해 보완해야 할 점도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로켓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1단 엔진은 러시아에서 돈을 주고 사 왔습니다. 이 때문에 번번이 발사가 연기될 때마다 속사정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러시아 연구진의 입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로켓 개발에 5천억원, 우주센터 건설에 8천억원이나 들었지만 우리 기술로 만드는 독자 발사체 개발을 위해서는 1단 엔진과 발사대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정부는 2018년까지 우리 기술로 독자 발사체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KSLV-2'는 길이 50미터의 3단형 로켓으로 추진력은 300톤에 달합니다. 이번에 발사한 나로호가 100kg의 과학위성을 쏘아올린 것에 비해 독자발사체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우주에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장영근(한국항공대 교수) : "여태까지 발사체 개발하는데 계획이 어떻게 돼있냐면은 한 번 두 번 발사하는 게 끝입니다. 어떻게 보면 발사사업이 이벤트성으로 비춰질 수 있거든요. 실제적으로 개발하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위성을 발사하고 상용화도 할 수 있으려면은 우리가 신뢰성을 극대화해야 됩니다." 지난 세기엔 바다와 하늘을 지배하는 나라가 강대국이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나라가 강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비록 우주를 향한 꿈은 미완의 도전으로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은 한국 우주개발의 초석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