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디 안재형 ‘아들 챔프 이끈 조언’

입력 2009.09.01 (15:48) 수정 2009.09.0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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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훈이의 강점인 장타력과 강한 승부근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두 가지를 잘 조절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하느냐가 크게 성장할 수 있을지를 좌우할 것입니다”

`골프 대디'로 변신한 왕년의 `탁구 스타' 안재형(44) 전 대한항공 감독은 109회째를 맞은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아들 병훈(18)을 아버지가 아닌 제3자적 위치에서 비교적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이는 안재형 전 감독이 골프백을 메고 따라다니는 캐디이자 최고의 조언자로서 어린 병훈을 뒷바라지하면서 터득한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남자복식 동메달을 땄던 안 감독은 당시 같은 대회에 중국 여자 대표로 나와 복식 은메달과 단식 동메달을 딴 자오즈민(46)과 이듬해 이념과 언어를 초월한 `한.중 핑퐁 커플'로 사랑의 결실을 봤다. 병훈은 둘 사이에서 태어나 부모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안 감독은 선수 시절 승부 근성이라면 따라올 선수가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서울올림픽 복식 동메달 파트너였던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연습벌레'이자 지기 싫어하는 `악바리'였다. 정해진 시간 훈련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는 원칙주의자이기도 했다. 어머니 자오즈민 역시 승리에 대한 집념이 남달랐고 뛰어난 경기 감각이 돋보였다.
피는 못 속이듯 병훈도 집중력과 승부 근성을 바탕으로 피 말리는 매치 플레이에서 최후 승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승부 근성은 우승의 원동력이면서도 그 반대로 지나치면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게 안 감독의 지론이다.
안 감독은 "병훈이는 의욕이 너무 강하다. 이는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심리적으로 자제가 되지 않아 샷이 무너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18홀을 치는 동안 자신을 컨트롤하지 않으면 오히려 경기를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경기 내용을 분석하는 대화를 나누면서 가끔 편지를 써 아들의 마음을 감정을 조절하는 데도 신경 쓴다.
이와 함께 병훈의 강점인 장타력도 `양날의 칼'이다. 그는 186㎝, 96㎏의 건장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드라이브 샷 평균 거리가 290∼300야드에 이를 정도의 파워를 자랑한다. 하지만 안 감독은 "장타는 똑바로 날아가면 다른 선수들보다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조금만 부정확했을 때는 단타를 치는 경쟁자들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교함을 보완해야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감독은 골프도 탁구 못지않은 `멘탈 게임'이라며 정신력을 강조했다.
그는 "탁구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경기가 진행된다. 듀스 접전 때는 과감한 공격을 하느냐 안정적인 플레이로 가느냐의 순간적인 판단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면서 "골프는 탁구보다 역동적이지 않음에도 바람의 변화나 필드 상황 등 자연조건이 변화무쌍하고 매치 플레이에선 상대와 심리적인 수 싸움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이어 병훈이 지난 5월 퍼팅 레슨을 받은 게 경기력 상승의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퍼팅 실력이 나쁘지 않았지만 톱클래스 수준과 비교해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퍼팅이 안정되면서 병훈이가 자신감을 얻었고 이후 상승세를 타 이번 대회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로서 병훈이 최고의 선수 목표를 향해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병훈의 우승이 꿈만 같다는 그는 "US아마추어선수권 타이틀보다 마스터스에서 뛰게 됐다는 게 더욱 기분 좋다. 결승에 올라야 출전권을 얻기 때문에 병훈이가 준결승 전날 잠을 설쳤고 결승에선 오히려 편하게 플레이했다"고 전했다.
안 감독은 자신의 꿈도 포기할 수 없다. 바로 한국에 돌아와 탁구인으로 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마음속에서 한국 탁구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 병훈이가 대학에 들어가 자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실업이나 대표팀을 맡지 않더라도 한국 탁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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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대디 안재형 ‘아들 챔프 이끈 조언’
    • 입력 2009-09-01 15:19:53
    • 수정2009-09-01 15:52:51
    연합뉴스
“병훈이의 강점인 장타력과 강한 승부근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두 가지를 잘 조절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하느냐가 크게 성장할 수 있을지를 좌우할 것입니다” `골프 대디'로 변신한 왕년의 `탁구 스타' 안재형(44) 전 대한항공 감독은 109회째를 맞은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아들 병훈(18)을 아버지가 아닌 제3자적 위치에서 비교적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이는 안재형 전 감독이 골프백을 메고 따라다니는 캐디이자 최고의 조언자로서 어린 병훈을 뒷바라지하면서 터득한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남자복식 동메달을 땄던 안 감독은 당시 같은 대회에 중국 여자 대표로 나와 복식 은메달과 단식 동메달을 딴 자오즈민(46)과 이듬해 이념과 언어를 초월한 `한.중 핑퐁 커플'로 사랑의 결실을 봤다. 병훈은 둘 사이에서 태어나 부모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안 감독은 선수 시절 승부 근성이라면 따라올 선수가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서울올림픽 복식 동메달 파트너였던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연습벌레'이자 지기 싫어하는 `악바리'였다. 정해진 시간 훈련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는 원칙주의자이기도 했다. 어머니 자오즈민 역시 승리에 대한 집념이 남달랐고 뛰어난 경기 감각이 돋보였다. 피는 못 속이듯 병훈도 집중력과 승부 근성을 바탕으로 피 말리는 매치 플레이에서 최후 승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승부 근성은 우승의 원동력이면서도 그 반대로 지나치면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게 안 감독의 지론이다. 안 감독은 "병훈이는 의욕이 너무 강하다. 이는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심리적으로 자제가 되지 않아 샷이 무너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18홀을 치는 동안 자신을 컨트롤하지 않으면 오히려 경기를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경기 내용을 분석하는 대화를 나누면서 가끔 편지를 써 아들의 마음을 감정을 조절하는 데도 신경 쓴다. 이와 함께 병훈의 강점인 장타력도 `양날의 칼'이다. 그는 186㎝, 96㎏의 건장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드라이브 샷 평균 거리가 290∼300야드에 이를 정도의 파워를 자랑한다. 하지만 안 감독은 "장타는 똑바로 날아가면 다른 선수들보다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조금만 부정확했을 때는 단타를 치는 경쟁자들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교함을 보완해야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감독은 골프도 탁구 못지않은 `멘탈 게임'이라며 정신력을 강조했다. 그는 "탁구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경기가 진행된다. 듀스 접전 때는 과감한 공격을 하느냐 안정적인 플레이로 가느냐의 순간적인 판단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면서 "골프는 탁구보다 역동적이지 않음에도 바람의 변화나 필드 상황 등 자연조건이 변화무쌍하고 매치 플레이에선 상대와 심리적인 수 싸움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이어 병훈이 지난 5월 퍼팅 레슨을 받은 게 경기력 상승의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퍼팅 실력이 나쁘지 않았지만 톱클래스 수준과 비교해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퍼팅이 안정되면서 병훈이가 자신감을 얻었고 이후 상승세를 타 이번 대회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로서 병훈이 최고의 선수 목표를 향해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병훈의 우승이 꿈만 같다는 그는 "US아마추어선수권 타이틀보다 마스터스에서 뛰게 됐다는 게 더욱 기분 좋다. 결승에 올라야 출전권을 얻기 때문에 병훈이가 준결승 전날 잠을 설쳤고 결승에선 오히려 편하게 플레이했다"고 전했다. 안 감독은 자신의 꿈도 포기할 수 없다. 바로 한국에 돌아와 탁구인으로 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마음속에서 한국 탁구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 병훈이가 대학에 들어가 자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실업이나 대표팀을 맡지 않더라도 한국 탁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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