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 퇴출’ 잇단 기강 해이에 경종

입력 2009.09.01 (20:37) 수정 2009.09.0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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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악동’ 정수근(32.롯데 자이언츠)이 끝내 그라운드를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롯데 구단이 1일 음주 사건의 진상과 관계없이 정수근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며 전격적으로 퇴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야구 규약에 '퇴출'이라는 용어는 없지만 롯데가 시즌 종료 후 그냥 자유계약선수로 풀어버리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영구 실격 처분을 내리든 이제 정수근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자유계약으로 풀리더라도 다른 구단들이 이미 '최악의 문제 선수'로 낙인찍힌 정수근을 데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롯데와 KBO의 섣부른 결정 '또 화를 불렀다'

정수근은 지난해 7월16일 만취 상태에서 경비원과 경찰관을 잇달아 폭행해 입건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바로 다음날 정수근에게 무기한 실격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롯데는 올 시즌 초반 성적 부진에 빠지자 구단 안팎에서 정수근 복귀 얘기가 흘러나왔고 결국 6월초 KBO에 징계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징계 해제 요청의 이유는 "충분히 자숙할 시간을 가졌고 유소년 야구교실 봉사활동 등을 했기에 참작해줄 만하다"는 것이었다. KBO도 롯데의 요청을 받은 뒤 며칠간 고심하다 결국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풀어주고 말았다.
하지만 롯데와 KBO의 결정은 이번 사건 재발로 결국 '오판'이었음이 분명해졌다.
눈앞의 성적에 급급한 구단의 잘못된 결정이 먼저 원인을 제공했다. 여기다 구단의 이해관계에 원칙 없이 끌려다니며 스스로 징계를 '솜방망이'로 만들어버린 KBO의 오락가락 행정도 문제였다.
당시 정수근의 징계 해제를 놓고는 '한 번 세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야구계의 쓴소리도 적지않았다. 그럼에도 롯데와 KBO의 온정주의가 또 화를 부르고 말았다.

◇정수근 '재능있는 톱타자에서 그라운드의 문제아로'

1995년 OB에 입단한 정수근은 3년차에 시즌 50도루 고지에 오르고 1999년에는 타율 0.325에 57도루를 기록해 최고의 톱타자로 주목받았다. 2004년 롯데로 옮기면서 40억원이 넘는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더그아웃에서 활기 넘치는 재담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전성기에 상당한 팬층을 거느리기도 했던 재능있는 선수였다.
그러나 언제나 그라운드 바깥 생활이 문제였다.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교민을 폭행해 현지에서 벌금 450달러를 부과받으면서 정수근은 처음 도마 위에 올랐다.
2004년에도 해운대에서 시민에게 방망이를 휘둘러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그 때도 불과 20경기 만에 제재를 풀어준 것이 불상사의 씨앗을 키웠다.
2008년 7월 경비원과 경찰관을 폭행한 사건은 정식 입건됐고 법정에서 벌금형도 받았다.
작년 사건 이후 정수근은 경성대 등에서 개인훈련을 진행하면서 나름대로 구슬땀을 흘렸다. 언젠가 그라운드에 복귀할 날이 있으리라는 기대 속에 자숙의 시간도 가졌다.
하지만 음주와 관련된 물의는 복귀 이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재발했다.
정수근은 공격, 수비, 주루에 두루 재능을 갖춘 보기 드문 선수 중 하나였지만 결과적으로 프로 선수가 자기 관리에 실패할 경우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일깨워준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그라운드 기강 잡는 계기 돼야

프로야구는 2년 연속 500만 관중을 돌파하고 연간 최다 관중 신기록을 눈앞에 두는 등 '제2의 르네상스'를 활짝 열어젖혔다.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대표팀이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강호들을 잇달아 물리치고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고, 올 시즌 프로야구는 사상 유례없는 경쟁 체제에다 과거 명가였던 KIA의 부활로 그 어느 해보다도 풍성한 한 해를 맞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그라운드 안팎에서 잇달아 벌어진 기강 해이 사건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수근 사건이 있기 전에도 LG 팀내에서 배터리가 마운드에 올라 심한 언쟁을 벌여 징계를 받고 투수 서승화가 후배들을 체벌한다며 방망이를 휘두르는 사건이 터졌다.
야구계에서는 정수근 사건이 그라운드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두 세시간을 기다린 끝에 어렵게 표를 구해 3시간이 넘도록 목청 터지게 응원전을 펼치는 프로야구 팬들은 누구보다도 '깨끗한 선수들의 깨끗한 플레이'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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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9-01 20:37:20
    • 수정2009-09-01 20:39:53
    연합뉴스
‘그라운드의 악동’ 정수근(32.롯데 자이언츠)이 끝내 그라운드를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롯데 구단이 1일 음주 사건의 진상과 관계없이 정수근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며 전격적으로 퇴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야구 규약에 '퇴출'이라는 용어는 없지만 롯데가 시즌 종료 후 그냥 자유계약선수로 풀어버리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영구 실격 처분을 내리든 이제 정수근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자유계약으로 풀리더라도 다른 구단들이 이미 '최악의 문제 선수'로 낙인찍힌 정수근을 데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롯데와 KBO의 섣부른 결정 '또 화를 불렀다' 정수근은 지난해 7월16일 만취 상태에서 경비원과 경찰관을 잇달아 폭행해 입건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바로 다음날 정수근에게 무기한 실격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롯데는 올 시즌 초반 성적 부진에 빠지자 구단 안팎에서 정수근 복귀 얘기가 흘러나왔고 결국 6월초 KBO에 징계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징계 해제 요청의 이유는 "충분히 자숙할 시간을 가졌고 유소년 야구교실 봉사활동 등을 했기에 참작해줄 만하다"는 것이었다. KBO도 롯데의 요청을 받은 뒤 며칠간 고심하다 결국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풀어주고 말았다. 하지만 롯데와 KBO의 결정은 이번 사건 재발로 결국 '오판'이었음이 분명해졌다. 눈앞의 성적에 급급한 구단의 잘못된 결정이 먼저 원인을 제공했다. 여기다 구단의 이해관계에 원칙 없이 끌려다니며 스스로 징계를 '솜방망이'로 만들어버린 KBO의 오락가락 행정도 문제였다. 당시 정수근의 징계 해제를 놓고는 '한 번 세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야구계의 쓴소리도 적지않았다. 그럼에도 롯데와 KBO의 온정주의가 또 화를 부르고 말았다. ◇정수근 '재능있는 톱타자에서 그라운드의 문제아로' 1995년 OB에 입단한 정수근은 3년차에 시즌 50도루 고지에 오르고 1999년에는 타율 0.325에 57도루를 기록해 최고의 톱타자로 주목받았다. 2004년 롯데로 옮기면서 40억원이 넘는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더그아웃에서 활기 넘치는 재담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전성기에 상당한 팬층을 거느리기도 했던 재능있는 선수였다. 그러나 언제나 그라운드 바깥 생활이 문제였다.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교민을 폭행해 현지에서 벌금 450달러를 부과받으면서 정수근은 처음 도마 위에 올랐다. 2004년에도 해운대에서 시민에게 방망이를 휘둘러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그 때도 불과 20경기 만에 제재를 풀어준 것이 불상사의 씨앗을 키웠다. 2008년 7월 경비원과 경찰관을 폭행한 사건은 정식 입건됐고 법정에서 벌금형도 받았다. 작년 사건 이후 정수근은 경성대 등에서 개인훈련을 진행하면서 나름대로 구슬땀을 흘렸다. 언젠가 그라운드에 복귀할 날이 있으리라는 기대 속에 자숙의 시간도 가졌다. 하지만 음주와 관련된 물의는 복귀 이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재발했다. 정수근은 공격, 수비, 주루에 두루 재능을 갖춘 보기 드문 선수 중 하나였지만 결과적으로 프로 선수가 자기 관리에 실패할 경우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일깨워준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그라운드 기강 잡는 계기 돼야 프로야구는 2년 연속 500만 관중을 돌파하고 연간 최다 관중 신기록을 눈앞에 두는 등 '제2의 르네상스'를 활짝 열어젖혔다.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대표팀이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강호들을 잇달아 물리치고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고, 올 시즌 프로야구는 사상 유례없는 경쟁 체제에다 과거 명가였던 KIA의 부활로 그 어느 해보다도 풍성한 한 해를 맞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그라운드 안팎에서 잇달아 벌어진 기강 해이 사건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수근 사건이 있기 전에도 LG 팀내에서 배터리가 마운드에 올라 심한 언쟁을 벌여 징계를 받고 투수 서승화가 후배들을 체벌한다며 방망이를 휘두르는 사건이 터졌다. 야구계에서는 정수근 사건이 그라운드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두 세시간을 기다린 끝에 어렵게 표를 구해 3시간이 넘도록 목청 터지게 응원전을 펼치는 프로야구 팬들은 누구보다도 '깨끗한 선수들의 깨끗한 플레이'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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