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도 막지 못한 ‘양궁 열정’ 감동

입력 2009.09.03 (08:45) 수정 2009.09.0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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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컴파운드(양 끝에 도르래가 달린 활) 예선 라운드가 펼쳐진 2일 울산 국제문수양궁장. 여느 선수들과는 약간 다른 여자 선수가 눈에 띄었다.
포르투갈 컴파운드 대표인 레오노르 로렌코(19). 로렌코는 양 손가락이 각각 두 개뿐이다.
로렌코는 마치 집게와 같은 오른손 두 손가락으로는 활을 쥔 채 왼손 두 손가락으로 활 시위를 거는 기구를 잡고 과녁을 조준했다.
다섯 손가락으로도 하기 어려운 일을 로렌코는 능숙한 자세로 70m, 60m, 50m, 30m에서 모두 144발의 화살을 과녁으로 쏘아보냈다.
그에게 두 손가락만으로 양궁을 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전혀 힘들지 않다"였다.
특별한 장비를 사용하느냐고 묻자 자신의 활을 보여주며 "다른 선수들이 쓰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다만 활 시위를 거는 기구만이 특별한데, 그 이유에 대해 로렌코는 "돈을 아끼려고 엔지니어인 아빠가 직접 만들어줬다"라고 자랑했다.
로렌코는 태어나면서부터 양손 손가락이 두 개씩이었다. 손가락 뿐 아니라 발가락도 두 개였다. 그러나 쾌활한 성격 덕에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10살 때는 집 근처에서 수영을 배웠다. 그러나 이내 로렌코는 손으로 물을 그러모아 뒤로 보내야하는 운동 특성상 수영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아빠가 양궁을 권했다. 로렌코는 곧바로 양궁의 재미에 빠졌다. "시험 삼아 해봤는데, 좋아하게 됐다"고 말하는 그의 눈이 빛났다.
로렌코의 양궁 실력은 이후로 꾸준히 성장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린 포르투갈 국내 선발전에서는 1위를 했다고 포르투갈 양궁 대표팀의 한국인 사령탑 이명용(73) 감독은 전했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왼쪽 손목을 다쳐 3개월 가량 활을 잡지 못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로렌코는 이날 예선전에서 1천299점으로 83명 중 71위에 그쳤다. 그러나 표정은 여전히 밝았다.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해 반드시 금메달을 따고 싶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포르투갈 양궁협회 재정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도 하지만, 곁에 있던 이명용 감독은 "나를 믿으라"라며 손녀뻘 어린 제자의 등을 두드렸다.
로렌코 외에도 스웨덴의 잔드라 레페도 장애를 이기고 대회에 참가해 눈길을 모았다.
레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휠체어에 앉아 144발의 화살을 쏘았다. 각 엔드가 끝나고 선수들이 과녁에 가서 점수를 확인할 때 레페는 휠체어에 앉아 감독이 과녁에서 화살을 뽑아오기를 기다렸다.
레페는 2007년에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무대는 청주에서 열린 `2007 IPC세계양궁선수권대회'였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주최한 장애인 대회였다.
그해 여성 장애인 컴파운드 부문에서 세계랭킹 3위까지 올랐다. 레페는 지난해에는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 출전, 8강까지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레페는 이번에 비장애인 대회에 도전했다. 예선 결과는 1천332점으로 83명 중 41위.
로렌코와 레페 두 선수는 나란히 5일 열리는 본선에 진출했다. 장애에 굴하지 않는 두 여자 궁사들의 도전 정신은 성적과 관계없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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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도 막지 못한 ‘양궁 열정’ 감동
    • 입력 2009-09-03 08:45:41
    • 수정2009-09-03 16:22:48
    연합뉴스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컴파운드(양 끝에 도르래가 달린 활) 예선 라운드가 펼쳐진 2일 울산 국제문수양궁장. 여느 선수들과는 약간 다른 여자 선수가 눈에 띄었다. 포르투갈 컴파운드 대표인 레오노르 로렌코(19). 로렌코는 양 손가락이 각각 두 개뿐이다. 로렌코는 마치 집게와 같은 오른손 두 손가락으로는 활을 쥔 채 왼손 두 손가락으로 활 시위를 거는 기구를 잡고 과녁을 조준했다. 다섯 손가락으로도 하기 어려운 일을 로렌코는 능숙한 자세로 70m, 60m, 50m, 30m에서 모두 144발의 화살을 과녁으로 쏘아보냈다. 그에게 두 손가락만으로 양궁을 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전혀 힘들지 않다"였다. 특별한 장비를 사용하느냐고 묻자 자신의 활을 보여주며 "다른 선수들이 쓰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다만 활 시위를 거는 기구만이 특별한데, 그 이유에 대해 로렌코는 "돈을 아끼려고 엔지니어인 아빠가 직접 만들어줬다"라고 자랑했다. 로렌코는 태어나면서부터 양손 손가락이 두 개씩이었다. 손가락 뿐 아니라 발가락도 두 개였다. 그러나 쾌활한 성격 덕에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10살 때는 집 근처에서 수영을 배웠다. 그러나 이내 로렌코는 손으로 물을 그러모아 뒤로 보내야하는 운동 특성상 수영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아빠가 양궁을 권했다. 로렌코는 곧바로 양궁의 재미에 빠졌다. "시험 삼아 해봤는데, 좋아하게 됐다"고 말하는 그의 눈이 빛났다. 로렌코의 양궁 실력은 이후로 꾸준히 성장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린 포르투갈 국내 선발전에서는 1위를 했다고 포르투갈 양궁 대표팀의 한국인 사령탑 이명용(73) 감독은 전했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왼쪽 손목을 다쳐 3개월 가량 활을 잡지 못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로렌코는 이날 예선전에서 1천299점으로 83명 중 71위에 그쳤다. 그러나 표정은 여전히 밝았다.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해 반드시 금메달을 따고 싶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포르투갈 양궁협회 재정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도 하지만, 곁에 있던 이명용 감독은 "나를 믿으라"라며 손녀뻘 어린 제자의 등을 두드렸다. 로렌코 외에도 스웨덴의 잔드라 레페도 장애를 이기고 대회에 참가해 눈길을 모았다. 레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휠체어에 앉아 144발의 화살을 쏘았다. 각 엔드가 끝나고 선수들이 과녁에 가서 점수를 확인할 때 레페는 휠체어에 앉아 감독이 과녁에서 화살을 뽑아오기를 기다렸다. 레페는 2007년에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무대는 청주에서 열린 `2007 IPC세계양궁선수권대회'였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주최한 장애인 대회였다. 그해 여성 장애인 컴파운드 부문에서 세계랭킹 3위까지 올랐다. 레페는 지난해에는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 출전, 8강까지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레페는 이번에 비장애인 대회에 도전했다. 예선 결과는 1천332점으로 83명 중 41위. 로렌코와 레페 두 선수는 나란히 5일 열리는 본선에 진출했다. 장애에 굴하지 않는 두 여자 궁사들의 도전 정신은 성적과 관계없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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