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안경현 ‘친정 울린 2점포’

입력 2009.09.03 (23:04) 수정 2009.09.0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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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을 눈앞에 둔 베테랑 안경현(39.SK)이 17년 몸담았던 친정에 비수를 꽂았다.
안경현은 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 원정 경기에서 4회말 대수비로 투입됐다.
9월1일부터 엔트리 확대로 1군에 올라와 이틀 만에 어렵사리 출전 기회를 잡았다. SK가 대타 이호준을 쓰고 나서 마땅한 수비 요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고작 36경기에 나와 타율 0.216에 홈런 없이 타점 3개만 올린 안경현에게 타격은 그다지 기대할 것이 없었다.
그러던 안경현에게 6회초 찬스가 찾아왔다.
두산이 5이닝을 잘 막은 금민철을 내리고 잠수함 고창성을 투입한 뒤 최정에게 좌선 2루타를 맞아 무사 2루가 된 상황.
고창성이 불안하자 두산 김경문 감독은 선발로 쓰던 홍상삼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날 경기는 반드시 잡고 가겠다는 심산.
홍상삼이 폭투를 범하고 볼카운트 1-3에 몰리자 안경현은 노련한 노림수를 발휘했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온 가운데 직구(145㎞)를 힘껏 잡아당겼고 타구는 의외로 쭉 뻗어나가 좌중간 펜스를 넘겼다. 3-3 동점을 만든 2점포.
이후 두산 마운드는 마구 흔들렸고 SK는 안경현의 대포로 시작해 6회에만 5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다.
안경현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던 작년 5월30일 이후 무려 461일 만에 아치를 그렸다.
1992년 OB에서 시작한 안경현은 작년까지 두산에서 17년 '한우물'을 팠지만 시즌 종료 후 '전력외'로 분류돼 방출 통보를 받았다. 야구광이자 두산 팬인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방출 소식에 아쉬워했다는 선수가 안경현이다.
'다른 구단의 제안이 없다면 미련없이 유니폼을 벗겠다'던 안경현에게 SK가 러브콜을 보냈다. 정든 두산을 떠나 SK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SK는 그저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1루와 2루 수비가 다 가능하니 수비 요원으로 적절히 쓰겠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안경현은 이날 결정적인 홈런 한 방으로 노장의 투혼을 빛냈다. 7회말에는 고영민의 총알 같은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했고 9회초에는 희생번트를 성공해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안경현은 경기 후 "SK에서 배운 게 많다. 두산 팬에 죄송하지만 SK에서 즐겁게 야구하고 있다"며 "친정인 두산을 의식하진 않지만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근 SK 감독은 "안경현이 팀을 살렸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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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아홉 안경현 ‘친정 울린 2점포’
    • 입력 2009-09-03 23:04:41
    • 수정2009-09-03 23:05:42
    연합뉴스
불혹을 눈앞에 둔 베테랑 안경현(39.SK)이 17년 몸담았던 친정에 비수를 꽂았다. 안경현은 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 원정 경기에서 4회말 대수비로 투입됐다. 9월1일부터 엔트리 확대로 1군에 올라와 이틀 만에 어렵사리 출전 기회를 잡았다. SK가 대타 이호준을 쓰고 나서 마땅한 수비 요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고작 36경기에 나와 타율 0.216에 홈런 없이 타점 3개만 올린 안경현에게 타격은 그다지 기대할 것이 없었다. 그러던 안경현에게 6회초 찬스가 찾아왔다. 두산이 5이닝을 잘 막은 금민철을 내리고 잠수함 고창성을 투입한 뒤 최정에게 좌선 2루타를 맞아 무사 2루가 된 상황. 고창성이 불안하자 두산 김경문 감독은 선발로 쓰던 홍상삼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날 경기는 반드시 잡고 가겠다는 심산. 홍상삼이 폭투를 범하고 볼카운트 1-3에 몰리자 안경현은 노련한 노림수를 발휘했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온 가운데 직구(145㎞)를 힘껏 잡아당겼고 타구는 의외로 쭉 뻗어나가 좌중간 펜스를 넘겼다. 3-3 동점을 만든 2점포. 이후 두산 마운드는 마구 흔들렸고 SK는 안경현의 대포로 시작해 6회에만 5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다. 안경현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던 작년 5월30일 이후 무려 461일 만에 아치를 그렸다. 1992년 OB에서 시작한 안경현은 작년까지 두산에서 17년 '한우물'을 팠지만 시즌 종료 후 '전력외'로 분류돼 방출 통보를 받았다. 야구광이자 두산 팬인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방출 소식에 아쉬워했다는 선수가 안경현이다. '다른 구단의 제안이 없다면 미련없이 유니폼을 벗겠다'던 안경현에게 SK가 러브콜을 보냈다. 정든 두산을 떠나 SK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SK는 그저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1루와 2루 수비가 다 가능하니 수비 요원으로 적절히 쓰겠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안경현은 이날 결정적인 홈런 한 방으로 노장의 투혼을 빛냈다. 7회말에는 고영민의 총알 같은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했고 9회초에는 희생번트를 성공해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안경현은 경기 후 "SK에서 배운 게 많다. 두산 팬에 죄송하지만 SK에서 즐겁게 야구하고 있다"며 "친정인 두산을 의식하진 않지만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근 SK 감독은 "안경현이 팀을 살렸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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