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3년의 ‘가을 신화’ 막 내렸다

입력 2009.09.2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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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1997년부터 써 내려온 가을 잔치 신화가 2009년 막을 내렸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나섰던 삼성이 23일 '위대한 도전'을 마쳤다.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 역시 초유의 기록이었으나 올해는 뒷심에서 밀려 기록 연장에 실패했다.
삼성은 이날 인천 문학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방문경기에서 극적인 뒤집기를 노렸지만 4-7로 패해 포스트시즌 진출 매직넘버 1을 남겨둔 4위 롯데에 가을 잔치 초대권을 내줬다. 2경기를 남긴 삼성은 5위를 확정했다.
1997년 4위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탔던 삼성은 지난해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가을을 즐겼다.
2002년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고 '국보급 투수' 선동열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2005년과 2006년에는 '지키는 야구'로 잇달아 한국시리즈를 제패, 전성시대를 열었다.
2001년과 2004년에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언제나 정상권을 맴돌았다.
지난 2년간 '토털 야구' SK에 왕좌를 내줬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오랜 기간 쌓인 경험과 노하우를 앞세워 가을 잔칫상에 개근했다.
하지만 올해는 버팀목 노릇을 했던 양준혁과 진갑용, 박진만 등이 시즌 초반부터 각종 부상으로 제 몫을 못했던 데다 상대에 위협을 줄 만한 거포가 없어 중위권에서 고전했다.
4~5월 중위권을 유지했던 삼성은 6월21일에는 2년 만에 7위까지 추락했다. 한번 떨어진 순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이후 롯데, 히어로즈와 물고 물리는 4위 싸움이 숨 가쁘게 전개됐다.
이어 운명의 9월. 초순까지 4위를 안정적으로 지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밝혔지만 12~13일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맞대결에서 2연패, 순식간에 불리한 상황에 닥쳤고 4연패에 빠지면서 결국 포스트시즌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4연패 중 롯데에 연패도 뼈아팠지만 하위팀인 LG에 2-3으로 패하고 한화에 7-13으로 무릎을 꿇은 등 꼭 이길 경기를 놓친 게 아쉬웠다"고 곱씹었다.
윤성환이 14승(5패)을 올리며 토종 에이스 노릇을 했지만 외국인 투수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프란시스코 크루세타가 9승(9패)을 올렸지만 퇴출된 루넬비스 에르난데스가 2승(3패), 대체 용병 브랜든 나이트가 6승(1패)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릭 구톰슨, 아퀼리노 로페즈(이상 13승)가 맹활약한 KIA와 게리 글로버와 카도쿠라 켄이 각각 8승씩을 올린 SK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믿었던 왕년의 에이스 배영수가 팔꿈치 통증에서 완쾌하지 못해 12패(1승)나 당하며 부진했고 마무리 오승환이 어깨 통증으로 이탈하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필승 계투조 정현욱과 권혁이 분전했지만 과부하로 어쩔 수 없이 피로를 호소했고 결국 시즌 후반 집중난타로 이어졌다.
그러나 강봉규(31)와 신명철(31) 잊혀졌던 아마추어 스타들이 10년 만에 맹활약을 펼쳐 삼성의 새로운 중심으로 거듭났고 최형우, 채태인, 박석민 등 젊은 사자들이 시행착오를 딛고 무난히 성장한 것은 수확이었다.
시즌 중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통보를 받고 집권 2기를 구상 중인 선 감독은 "올해는 베테랑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많았음에도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특히 오승환의 부상이 결정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우리 팀은 세대교체가 착실히 이뤄졌다. 남은 2경기 잘 마무리하고 성원해 주신 팬들에게 보답하겠다. 타선은 지금 정도면 해볼만 하다. 다시 투수 부문을 집중 육성해 '지키는 야구'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은 시즌 후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 내년 정상 도전을 향해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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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13년의 ‘가을 신화’ 막 내렸다
    • 입력 2009-09-23 22:06:04
    연합뉴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1997년부터 써 내려온 가을 잔치 신화가 2009년 막을 내렸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나섰던 삼성이 23일 '위대한 도전'을 마쳤다.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 역시 초유의 기록이었으나 올해는 뒷심에서 밀려 기록 연장에 실패했다. 삼성은 이날 인천 문학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방문경기에서 극적인 뒤집기를 노렸지만 4-7로 패해 포스트시즌 진출 매직넘버 1을 남겨둔 4위 롯데에 가을 잔치 초대권을 내줬다. 2경기를 남긴 삼성은 5위를 확정했다. 1997년 4위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탔던 삼성은 지난해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가을을 즐겼다. 2002년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고 '국보급 투수' 선동열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2005년과 2006년에는 '지키는 야구'로 잇달아 한국시리즈를 제패, 전성시대를 열었다. 2001년과 2004년에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언제나 정상권을 맴돌았다. 지난 2년간 '토털 야구' SK에 왕좌를 내줬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오랜 기간 쌓인 경험과 노하우를 앞세워 가을 잔칫상에 개근했다. 하지만 올해는 버팀목 노릇을 했던 양준혁과 진갑용, 박진만 등이 시즌 초반부터 각종 부상으로 제 몫을 못했던 데다 상대에 위협을 줄 만한 거포가 없어 중위권에서 고전했다. 4~5월 중위권을 유지했던 삼성은 6월21일에는 2년 만에 7위까지 추락했다. 한번 떨어진 순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이후 롯데, 히어로즈와 물고 물리는 4위 싸움이 숨 가쁘게 전개됐다. 이어 운명의 9월. 초순까지 4위를 안정적으로 지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밝혔지만 12~13일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맞대결에서 2연패, 순식간에 불리한 상황에 닥쳤고 4연패에 빠지면서 결국 포스트시즌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4연패 중 롯데에 연패도 뼈아팠지만 하위팀인 LG에 2-3으로 패하고 한화에 7-13으로 무릎을 꿇은 등 꼭 이길 경기를 놓친 게 아쉬웠다"고 곱씹었다. 윤성환이 14승(5패)을 올리며 토종 에이스 노릇을 했지만 외국인 투수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프란시스코 크루세타가 9승(9패)을 올렸지만 퇴출된 루넬비스 에르난데스가 2승(3패), 대체 용병 브랜든 나이트가 6승(1패)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릭 구톰슨, 아퀼리노 로페즈(이상 13승)가 맹활약한 KIA와 게리 글로버와 카도쿠라 켄이 각각 8승씩을 올린 SK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믿었던 왕년의 에이스 배영수가 팔꿈치 통증에서 완쾌하지 못해 12패(1승)나 당하며 부진했고 마무리 오승환이 어깨 통증으로 이탈하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필승 계투조 정현욱과 권혁이 분전했지만 과부하로 어쩔 수 없이 피로를 호소했고 결국 시즌 후반 집중난타로 이어졌다. 그러나 강봉규(31)와 신명철(31) 잊혀졌던 아마추어 스타들이 10년 만에 맹활약을 펼쳐 삼성의 새로운 중심으로 거듭났고 최형우, 채태인, 박석민 등 젊은 사자들이 시행착오를 딛고 무난히 성장한 것은 수확이었다. 시즌 중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통보를 받고 집권 2기를 구상 중인 선 감독은 "올해는 베테랑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많았음에도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특히 오승환의 부상이 결정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우리 팀은 세대교체가 착실히 이뤄졌다. 남은 2경기 잘 마무리하고 성원해 주신 팬들에게 보답하겠다. 타선은 지금 정도면 해볼만 하다. 다시 투수 부문을 집중 육성해 '지키는 야구'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은 시즌 후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 내년 정상 도전을 향해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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