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부활 축배 든 ‘호랑이 군단’

입력 2009.09.2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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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국내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호랑이 군단'이 부활하는데는 무려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타이거즈는 프로야구 28년사에서 가장 많은 9번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것은 해태 시절이던 1997년으로 이미 흘러간 과거의 영광만 남아 있었다.
IMF 직격탄을 맞았던 해태가 2001년 후반기 KIA로 간판을 바꿔 단 뒤 팀 재건에 적지않은 투자를 했지만 한국시리즈에는 단 한번도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올시즌도 출발은 불안했다.
4월4일 개막전부터 내리 3연패를 당한 KIA는 4월 중순까지 7∼8위를 오가며 또 한번 호남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듯 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영입한 김상현의 방망이가 5월들어 대폭발하면서 KIA는 상승세를 탔고 후반기에는 파죽의 11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마침내 8월2일 SK를 따돌리고 단독 1위로 나선 KIA는 8월에만 20승4패를 기록해 프로야구 통산 월간 최다승 신기록을 세우는 등 이후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해 12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게 됐다.

◇김상현과 팀 타선의 시너지 효과

올 해 KIA 야구는 `굴러온 복덩어리' 김상현을 빼놓고는 아무 것도 논할 수 없다.
내야 수비라인이 취약했던 KIA가 당초 원했던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KIA는 연초부터 몇몇 구단과 유격수 트레이드를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자 차선책으로 4월19일 LG와 트레이드에 합의, 투수 강철민을 주는 대신 내야수 김상현과 박기남 2명을 받았다.
프로 10년차나 된 김상현은 LG에 있으면서 거포 가능성을 보였지만 변화구 대처능력이 떨어져 주전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단 한번도 한 시즌 홈런을 10개 이상 때린 적이 없었다.
`한 방 타자'가 아쉬웠던 KIA는 김상현을 풀타임으로 내보내 홈런 15개 정도만 때려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김상현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활약을 펼쳤다.
KIA 황병일 타격코치의 깊은 배려속에 심리적인 안정을 찾은 김상현은 시즌 내내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24일까지 홈런 36방과 타점 127개로 단숨에 MVP급 활약을 펼쳤다.
김상현의 방망이가 대폭발하자 KIA 타선은 시너지 효과를 얻어 최희섭이 국내 복귀 3년만에 가장 좋은 성적인 32홈런과 97타점을 뽑았고 나지완도 23홈런, 73타점을 기록하는 등 동반 상승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용병 듀오 구톰슨과 로페즈

타선에서 김상현이 핵이라면 마운드에는 릭 구톰슨과 아킬리노 로페즈가 일등공신이다.
지난 해 KIA는 미국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인 호세 리마와 토마스 데이비스, 펠릭스 디아즈를 교대로 투입했지만 이들이 거둔 승수는 고작 5승.
하지만 올시즌 용병 로페즈가 14승, 구톰슨이 13승으로 둘이 무려 27승을 합작하면서 마운드의 `원투 펀치'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용병들이 거둔 승수가 지난 해 보다 무려 22승이나 많아졌으니 팀 성적은 당연히 좋아지게 됐다.
구톰슨과 로페즈는 승수 뿐만아니라 완투형 투수로 긴 이닝을 책임지다 보니 고질적으로 약해던 불펜의 부담도 대폭 줄었다.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자리잡은 유동훈의 재발견도 KIA의 알찬 수확이다.
KIA 시즌 초반 믿었던 마무리 한기주가 어이없이 무너지자 토종 에이스 윤석민을 불펜으로 돌리는 등 고육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언더핸드 유동훈이 6승2패 21세이브를 기록하며 뒷문을 확실하게 틀어막자 마운드 전체 균형이 잡혔다.
유동훈의 시즌 방어율 0.54만 놓고 평가한다면 가히 `선동열급'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벤치와 프런트의 기다리는 야구

공수의 핵인 김상현과 2명의 용병투수가 굴러온 복이라면 조범현 감독의 용병술과 프런트의 지원은 정규리그 1위의 밑거름이 됐다.
KIA 사령탑을 맡은 첫 해 6위에 그친 조범현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나자 마자 경남 남해에 캠프를 차리고 42일간에 걸친 마무리 훈련을 펼쳤다.
마무리 훈련의 주된 내용은 기술적인 부분보다 체력 강화에 주력했다.
KIA는 올 초에도 괌과 일본 미야자키를 오가며 두 달여 걸친 장기간의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수단 조율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처럼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KIA의 시즌 초반 레이스는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조범현 감독은 물론 프런트도 서두르지는 않았다.
조감독은 4월의 부진에도 마운드의 정상적인 운용에 주력했으며 상승세를 탄 5월과 6월에도 6인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투수들의 체력을 비축했다.
"조만간 더 기다리면 반드시 결정적인 기회가 올 것"이라고 신중함을 감추지 않았던 조 감독은 후반기 초반 11연승을 진두지휘하며 마침내 1위로 올라서는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
달라진 KIA 프런트도 팀 재건의 밑거름이 됐다.
'조용한 내조'를 표방한 KIA는 선수단에 전권을 부여하면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 `호랑이 군단' 부활의 가장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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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 만에 부활 축배 든 ‘호랑이 군단’
    • 입력 2009-09-24 21:36:20
    연합뉴스
1980∼90년대 국내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호랑이 군단'이 부활하는데는 무려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타이거즈는 프로야구 28년사에서 가장 많은 9번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것은 해태 시절이던 1997년으로 이미 흘러간 과거의 영광만 남아 있었다. IMF 직격탄을 맞았던 해태가 2001년 후반기 KIA로 간판을 바꿔 단 뒤 팀 재건에 적지않은 투자를 했지만 한국시리즈에는 단 한번도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올시즌도 출발은 불안했다. 4월4일 개막전부터 내리 3연패를 당한 KIA는 4월 중순까지 7∼8위를 오가며 또 한번 호남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듯 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영입한 김상현의 방망이가 5월들어 대폭발하면서 KIA는 상승세를 탔고 후반기에는 파죽의 11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마침내 8월2일 SK를 따돌리고 단독 1위로 나선 KIA는 8월에만 20승4패를 기록해 프로야구 통산 월간 최다승 신기록을 세우는 등 이후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해 12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게 됐다. ◇김상현과 팀 타선의 시너지 효과 올 해 KIA 야구는 `굴러온 복덩어리' 김상현을 빼놓고는 아무 것도 논할 수 없다. 내야 수비라인이 취약했던 KIA가 당초 원했던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KIA는 연초부터 몇몇 구단과 유격수 트레이드를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자 차선책으로 4월19일 LG와 트레이드에 합의, 투수 강철민을 주는 대신 내야수 김상현과 박기남 2명을 받았다. 프로 10년차나 된 김상현은 LG에 있으면서 거포 가능성을 보였지만 변화구 대처능력이 떨어져 주전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단 한번도 한 시즌 홈런을 10개 이상 때린 적이 없었다. `한 방 타자'가 아쉬웠던 KIA는 김상현을 풀타임으로 내보내 홈런 15개 정도만 때려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김상현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활약을 펼쳤다. KIA 황병일 타격코치의 깊은 배려속에 심리적인 안정을 찾은 김상현은 시즌 내내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24일까지 홈런 36방과 타점 127개로 단숨에 MVP급 활약을 펼쳤다. 김상현의 방망이가 대폭발하자 KIA 타선은 시너지 효과를 얻어 최희섭이 국내 복귀 3년만에 가장 좋은 성적인 32홈런과 97타점을 뽑았고 나지완도 23홈런, 73타점을 기록하는 등 동반 상승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용병 듀오 구톰슨과 로페즈 타선에서 김상현이 핵이라면 마운드에는 릭 구톰슨과 아킬리노 로페즈가 일등공신이다. 지난 해 KIA는 미국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인 호세 리마와 토마스 데이비스, 펠릭스 디아즈를 교대로 투입했지만 이들이 거둔 승수는 고작 5승. 하지만 올시즌 용병 로페즈가 14승, 구톰슨이 13승으로 둘이 무려 27승을 합작하면서 마운드의 `원투 펀치'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용병들이 거둔 승수가 지난 해 보다 무려 22승이나 많아졌으니 팀 성적은 당연히 좋아지게 됐다. 구톰슨과 로페즈는 승수 뿐만아니라 완투형 투수로 긴 이닝을 책임지다 보니 고질적으로 약해던 불펜의 부담도 대폭 줄었다.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자리잡은 유동훈의 재발견도 KIA의 알찬 수확이다. KIA 시즌 초반 믿었던 마무리 한기주가 어이없이 무너지자 토종 에이스 윤석민을 불펜으로 돌리는 등 고육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언더핸드 유동훈이 6승2패 21세이브를 기록하며 뒷문을 확실하게 틀어막자 마운드 전체 균형이 잡혔다. 유동훈의 시즌 방어율 0.54만 놓고 평가한다면 가히 `선동열급'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벤치와 프런트의 기다리는 야구 공수의 핵인 김상현과 2명의 용병투수가 굴러온 복이라면 조범현 감독의 용병술과 프런트의 지원은 정규리그 1위의 밑거름이 됐다. KIA 사령탑을 맡은 첫 해 6위에 그친 조범현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나자 마자 경남 남해에 캠프를 차리고 42일간에 걸친 마무리 훈련을 펼쳤다. 마무리 훈련의 주된 내용은 기술적인 부분보다 체력 강화에 주력했다. KIA는 올 초에도 괌과 일본 미야자키를 오가며 두 달여 걸친 장기간의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수단 조율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처럼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KIA의 시즌 초반 레이스는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조범현 감독은 물론 프런트도 서두르지는 않았다. 조감독은 4월의 부진에도 마운드의 정상적인 운용에 주력했으며 상승세를 탄 5월과 6월에도 6인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투수들의 체력을 비축했다. "조만간 더 기다리면 반드시 결정적인 기회가 올 것"이라고 신중함을 감추지 않았던 조 감독은 후반기 초반 11연승을 진두지휘하며 마침내 1위로 올라서는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 달라진 KIA 프런트도 팀 재건의 밑거름이 됐다. '조용한 내조'를 표방한 KIA는 선수단에 전권을 부여하면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 `호랑이 군단' 부활의 가장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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