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팬 모독한 ‘박용택 타격왕 만들기’

입력 2009.09.25 (22:37) 수정 2009.09.25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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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거쳐야 진정한 타격왕이 아닙니까. 타율을 관리해준다고 경기에 내보내지도 않다니. 이건 야구 팬을 모독하는 행위입니다."
25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LG가 소속 선수인 박용택을 타격왕으로 밀어주기 위해 타율 경쟁을 벌이는 롯데 홍성흔에게 고의사구를 난발하면서 팬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다친 곳이 없는 박용택은 타율 관리를 위해 이날 경기에 출장하지 않고 더그아웃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혹시 안타를 못 쳐 타율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해준 김재박 LG 감독의 '지나친 배려' 때문이었다.
박용택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타율 0.374를 치며 타격왕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 경기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인 홍성흔은 0.372로 단 2리 차이로 바짝 뒤좇고 있었다.
여차 해서 홍성흔이 이날 2타수 2안타나 4타수 3안타를 치면 타율 1,2위가 역전되는 상황이라 LG는 타율에 영향을 전혀 못 주는 볼넷으로만 거른 것이다.
LG 투수들이 롯데 홍성흔에게 안타를 맞지 않도록 볼을 바깥쪽으로 멀찍이 뺄 때마다 3루 뒤 롯데 관중석에서는 '에이 씨, 우~', '박용택 나와라' 등 야유와 욕설이 터져 나왔다.
LG 포수 박영복은 스트라이크 존 밖에 멀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았고 공은 모두 홍성흔의 배트가 전혀 닿지 않는 곳으로만 들어왔다.
홍성흔은 볼넷을 얻을 때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보이며 1루로 걸어나갔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던 김태완(32)씨는 "고의로 볼넷을 줘서 자기 팀 선수가 타격왕에 오르게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박용택도 정정당당하게 나와 경쟁해야 타격왕이 되더라도 안 찝찝하지 않겠느냐"며 화를 감추지 못했다.
홍성흔은 이날 5번 타석에 들어서 볼넷을 4개나 얻었다. 안타를 쳐 타격왕이 되기 어렵게 된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홍성흔은 안타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타율이 0.371로 1리 떨어져 결국 박용택에 이어 타율 부문 2위에 머물렀다.
홍성흔은 경기 뒤 "내가 못한 것이라 후회 없다. 내가 타격 1위였어도 우리 동료들이 그랬을 것이다. 박용택이 타격왕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3할7푼 이상의 높은 타율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프로야구에서 창피한 작전이다. 매우 실망했다. 사실 1안타를 맞아도 박용택을 못 이기는데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재박 감독은 경기 뒤 "(박)용택이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맞기 어려운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아서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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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 팬 모독한 ‘박용택 타격왕 만들기’
    • 입력 2009-09-25 22:25:03
    • 수정2009-09-25 23:17:02
    연합뉴스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거쳐야 진정한 타격왕이 아닙니까. 타율을 관리해준다고 경기에 내보내지도 않다니. 이건 야구 팬을 모독하는 행위입니다." 25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LG가 소속 선수인 박용택을 타격왕으로 밀어주기 위해 타율 경쟁을 벌이는 롯데 홍성흔에게 고의사구를 난발하면서 팬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다친 곳이 없는 박용택은 타율 관리를 위해 이날 경기에 출장하지 않고 더그아웃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혹시 안타를 못 쳐 타율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해준 김재박 LG 감독의 '지나친 배려' 때문이었다. 박용택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타율 0.374를 치며 타격왕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 경기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인 홍성흔은 0.372로 단 2리 차이로 바짝 뒤좇고 있었다. 여차 해서 홍성흔이 이날 2타수 2안타나 4타수 3안타를 치면 타율 1,2위가 역전되는 상황이라 LG는 타율에 영향을 전혀 못 주는 볼넷으로만 거른 것이다. LG 투수들이 롯데 홍성흔에게 안타를 맞지 않도록 볼을 바깥쪽으로 멀찍이 뺄 때마다 3루 뒤 롯데 관중석에서는 '에이 씨, 우~', '박용택 나와라' 등 야유와 욕설이 터져 나왔다. LG 포수 박영복은 스트라이크 존 밖에 멀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았고 공은 모두 홍성흔의 배트가 전혀 닿지 않는 곳으로만 들어왔다. 홍성흔은 볼넷을 얻을 때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보이며 1루로 걸어나갔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던 김태완(32)씨는 "고의로 볼넷을 줘서 자기 팀 선수가 타격왕에 오르게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박용택도 정정당당하게 나와 경쟁해야 타격왕이 되더라도 안 찝찝하지 않겠느냐"며 화를 감추지 못했다. 홍성흔은 이날 5번 타석에 들어서 볼넷을 4개나 얻었다. 안타를 쳐 타격왕이 되기 어렵게 된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홍성흔은 안타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타율이 0.371로 1리 떨어져 결국 박용택에 이어 타율 부문 2위에 머물렀다. 홍성흔은 경기 뒤 "내가 못한 것이라 후회 없다. 내가 타격 1위였어도 우리 동료들이 그랬을 것이다. 박용택이 타격왕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3할7푼 이상의 높은 타율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프로야구에서 창피한 작전이다. 매우 실망했다. 사실 1안타를 맞아도 박용택을 못 이기는데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재박 감독은 경기 뒤 "(박)용택이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맞기 어려운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아서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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