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피할 수 없는 ‘부상 전쟁’

입력 2009.09.2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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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질 때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부상을 최소화하도록 훈련하지만 쉽지는 않죠"
지난 24일 오후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500m 예선 8조 경기가 치러지던 도중 레이스에 나섰던 벨기에의 빔 데 데인(32)은 마지막 코너를 돌아 나오다 중심을 잃었다.
데인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오른발 스케이트로 원심력과 체중을 버텼지만 발목이 꺾이며 넘어졌고, 뒤따라오던 선수와 충돌을 피하려 안간힘을 다해 기어서 코스를 벗어났다. 다행히 충돌사고는 없었지만 발목이 부러진 데인은 병원으로 호송돼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111.12m의 짧은 트랙을 빠른 속도로 달려 순위를 다투는 쇼트트랙 선수들은 빙상 종목과 달리 선수끼리 몸싸움을 어느 정도 허용하기 때문에 라이벌과 경쟁뿐 아니라 '부상과 전쟁'도 필수적이다.
국내 선수들도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에 빛나는 안현수(성남시청)도 지난해 1월 훈련 도중 코너에서 넘어지면서 펜스와 출동, 무릎뼈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올해 대표선발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안현수와 함께 3관왕에 올랐던 진선유도 지난 시즌 쇼트트랙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중국 선수와 몸싸움 과정에서 발목이 꺾이면서 인대를 다쳐 끝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피할 수 없는 부상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쇼트트랙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복장 규정을 세밀하게 제시하고 있다.
딱딱한 얼음에서 경기를 치르는 만큼 헬멧은 기본이다. 헬멧은 다른 선수들과 충돌에 대비해 절대로 튀어나온 부분이 없어야만 한다.
더불어 안전용 장갑과 축구선수들이 착용하는 정강이 보호대도 필수이고, 무릎 보호 차원에서 경기복 안에 보호용 패드를 넣어야 한다.
특히 앞서 가는 선수의 스케이트 뒷날에 찔리는 것을 막는 차원에서 뒤쪽 날은 동전 크기인 곡률 10㎜로 둥글게 깎아놔야 한다.
경기복도 스케이트날로부터 목을 보호하도록 목 부위가 충분히 가려지게 제작됐고, 경기복의 재질도 스케이트날에 잘 찢어지지 않는 원단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안전규정이 엄격해도 돌발적인 사고는 피할 수 없다.
미국의 기대주로 떠오른 J.R 셀스키는 지난 8월 미국대표선발전에서 코너에서 넘어지면서 펜스와 충돌, 자신의 스케이트 날이 허벅지를 관통하는 사고를 당해 대수술을 받았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심판으로 나서는 윤원호(57) 씨는 "국내에서도 한 여자 선수가 자신의 스케이트 날에 허벅지를 찔려 동맥이 끊어지는 사고로 결국 다리를 절단했던 사례도 있었다"라고 귀띔했다.
◇경기장 펜스를 없애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오벌은 '사고율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링크의 단단한 외벽을 모두 철거하면서 기존에 외벽을 덮고 있던 보호용 패드 두께의 3배에 달하는 새로운 이동식 안전 패드를 설치했다. 선수가 넘어지면서 보호용 패드에 부딪히면 함께 밀려나가면서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장권옥(42) 코치는 "선수들이 넘어지면서 패드와 함께 미끄러져 나가기 때문에 부상 확률이 크게 줄었다"라며 "기존 외벽을 철거하면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하지 못하게 됐지만 피겨와 쇼트트랙은 물론 컬링 대회를 유치해 경기장의 운영비를 맞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 코치는 "단단한 외벽에 부딪히면 비록 안전용 패드가 덮여 있어도 충격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자신의 스케이트날에 찔리는 사고가 빈번했다"라며 "단단한 외벽을 철거하고 이동식 패드를 설치하면서 매번 2-3명씩 나오던 부상 선수가 이제는 없어졌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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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트트랙, 피할 수 없는 ‘부상 전쟁’
    • 입력 2009-09-26 07:36:27
    연합뉴스
"넘어질 때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부상을 최소화하도록 훈련하지만 쉽지는 않죠" 지난 24일 오후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500m 예선 8조 경기가 치러지던 도중 레이스에 나섰던 벨기에의 빔 데 데인(32)은 마지막 코너를 돌아 나오다 중심을 잃었다. 데인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오른발 스케이트로 원심력과 체중을 버텼지만 발목이 꺾이며 넘어졌고, 뒤따라오던 선수와 충돌을 피하려 안간힘을 다해 기어서 코스를 벗어났다. 다행히 충돌사고는 없었지만 발목이 부러진 데인은 병원으로 호송돼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111.12m의 짧은 트랙을 빠른 속도로 달려 순위를 다투는 쇼트트랙 선수들은 빙상 종목과 달리 선수끼리 몸싸움을 어느 정도 허용하기 때문에 라이벌과 경쟁뿐 아니라 '부상과 전쟁'도 필수적이다. 국내 선수들도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에 빛나는 안현수(성남시청)도 지난해 1월 훈련 도중 코너에서 넘어지면서 펜스와 출동, 무릎뼈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올해 대표선발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안현수와 함께 3관왕에 올랐던 진선유도 지난 시즌 쇼트트랙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중국 선수와 몸싸움 과정에서 발목이 꺾이면서 인대를 다쳐 끝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피할 수 없는 부상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쇼트트랙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복장 규정을 세밀하게 제시하고 있다. 딱딱한 얼음에서 경기를 치르는 만큼 헬멧은 기본이다. 헬멧은 다른 선수들과 충돌에 대비해 절대로 튀어나온 부분이 없어야만 한다. 더불어 안전용 장갑과 축구선수들이 착용하는 정강이 보호대도 필수이고, 무릎 보호 차원에서 경기복 안에 보호용 패드를 넣어야 한다. 특히 앞서 가는 선수의 스케이트 뒷날에 찔리는 것을 막는 차원에서 뒤쪽 날은 동전 크기인 곡률 10㎜로 둥글게 깎아놔야 한다. 경기복도 스케이트날로부터 목을 보호하도록 목 부위가 충분히 가려지게 제작됐고, 경기복의 재질도 스케이트날에 잘 찢어지지 않는 원단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안전규정이 엄격해도 돌발적인 사고는 피할 수 없다. 미국의 기대주로 떠오른 J.R 셀스키는 지난 8월 미국대표선발전에서 코너에서 넘어지면서 펜스와 충돌, 자신의 스케이트 날이 허벅지를 관통하는 사고를 당해 대수술을 받았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심판으로 나서는 윤원호(57) 씨는 "국내에서도 한 여자 선수가 자신의 스케이트 날에 허벅지를 찔려 동맥이 끊어지는 사고로 결국 다리를 절단했던 사례도 있었다"라고 귀띔했다. ◇경기장 펜스를 없애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오벌은 '사고율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링크의 단단한 외벽을 모두 철거하면서 기존에 외벽을 덮고 있던 보호용 패드 두께의 3배에 달하는 새로운 이동식 안전 패드를 설치했다. 선수가 넘어지면서 보호용 패드에 부딪히면 함께 밀려나가면서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장권옥(42) 코치는 "선수들이 넘어지면서 패드와 함께 미끄러져 나가기 때문에 부상 확률이 크게 줄었다"라며 "기존 외벽을 철거하면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하지 못하게 됐지만 피겨와 쇼트트랙은 물론 컬링 대회를 유치해 경기장의 운영비를 맞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 코치는 "단단한 외벽에 부딪히면 비록 안전용 패드가 덮여 있어도 충격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자신의 스케이트날에 찔리는 사고가 빈번했다"라며 "단단한 외벽을 철거하고 이동식 패드를 설치하면서 매번 2-3명씩 나오던 부상 선수가 이제는 없어졌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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