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서비스·요금 경쟁시대 열린다

입력 2009.09.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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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발표 내용은 그동안 시민단체 등 소비자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통신사별로 차별화된 다양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일률적인 요금 인하보다는 소비자들이 입맛에 맞게 고르도록 선택권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고질적 병폐였던 보조금 과열 경쟁 환경을 업체별 서비스와 요금경쟁으로 질적 향상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요금 인하 정책은 앞으로 정부의 휴대전화 재판매 제도(MVNO)와 주파수 재배치 등을 통한 신규 사업자 진입 등과 맞물려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최신형 휴대전화 단말기를 사기 위해서 가장 많은 보조금을 주는 통신업체로 옮겨다니는 `메뚜기족'과 이를 잡기 위한 업체들의 사활을 건 가입자 빼앗기 싸움 국면이었다면, 내년 이후에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요금으로 고객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새로운 경쟁 환경이 도래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특히 분야별로는 통신 수요의 중심이 음성에서 데이터 시장으로 옮겨가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 무선데이터 요금을 크게 내림으로써 콘텐츠 산업 육성과 무선인터넷 산업 도약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관측된다.
◇진정한 서비스 요금 경쟁 촉발 = 이번 정부의 요금인하 인하 내용은 크게 가입비 인하, 장기 가입자에 대한 기본료 인하, 1초당 과금제 도입, 무선데이터 요금 인하 등 4가지로 요약된다.
이 중에서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고 통신 시장의 건전 경쟁 유발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은 가입비 인하로 평가된다.
가입비는 소비자들이 사용하지도 않은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미리 내는 것으로 사업자에게 부당이익을 보장해주는 한편, 보조금 경쟁의 `총알'로 활용되고 다시 높은 요금을 받는 악순환 고리로 연결됐다.
앞으로 가입비 수익이 줄어들면 결국 이동 통신사들은 신규 가입자 유치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고 기존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는데 힘을 쓸 수 밖에 없다. 이와 맞물려 `장기 가입자 요금 할인 프로그램'도 이 같은 통신 시장의 건전 경쟁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오랫동안 같은 통신사의 가입자로 남아있을수록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을 내는 역차별을 당했다면 이제는 통신사의 수익에 기여한 실질적인 우량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된 것이다.
또 가족이 쓰던 중고폰을 사용해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는 고객에도 `무보조금 요금 할인'이 주어져 굳이 보조금의 유혹으로 인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로써 그동안 얼마 쓰지 않고 버려지는 폐 휴대전화 문제의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의 평균 수명은 18개월로 이통사의 입장에서 보조금을 주고 손익을 맞추는 것이 10개월이 지나서인데, 결국 7-8개월 정도 요금을 벌려고 보조금을 남발하고 휴대전화는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통신사별로 차별화 요금 정책 = 이번 정부의 요금 인하 방향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이 내놓은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제각각이다.
SK텔레콤이 현재 10초당 요금제를 1초당 요금제로 바꾼 것은 뭔가 `특별한 것'을 주문한 정부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점이 크지만, 가장 비싼 요금을 챙겨왔다는 1위 사업자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커'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 내포돼 있다.
이 회사는 이밖에 가입비 인하, 장기간 가입자 할인, 무선인터넷 요금 인하 등 기본료를 제외하고는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해온 인하 방안을 대부분 수용했다는 평가다.
KT는 이번 요금인하를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활용하자는 공세적인 자세로 유무선 융합 경쟁력 강화로 연결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 무선데이터 요율을 업계 최대인 88% 내리기로 했다. 또 장기 가입자에 대한 요금 할인 폭도 가장 크게 했고 보조금을 받는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하도록 차별화했다. 아울러 3G 이동전화와 와이파이(WiFi)를 융합한 홈FMC폰을 서둘러 내달 내놓고 이동전화에서 집전화로 거는 요금을 일반 휴대전화 대비 88% 싸게 책정하기로 했다.
LG텔레콤은 이번 요금 인하에서 가입비 면제와 초당 요금제 도입을 제외하는 등 상대적으로 방어 자세를 보였다.
이 회사는 18-24개월을 약정한 고객의 경우 보조금과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제외하고는 파급력 있는 내용이 없어, 일각에서는 정부의 요금 인하 압력이 선발 업체에 편중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왔다.
◇통신 산업 투자 위축 미미..단말기 제조업 내수는 영향 = 이번 통신사들의 요금 인하 폭이 역대 최대이지만, 통신 산업 투자를 크게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 국장은 "이번 통신 요금 인하는 2010년에는 전체적으로 7-8%,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는 2011년에는 10% 정도로 적지 않다"며 "그러나 통신사들은 이미 매출액 대비 훨씬 큰 비중의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2분기 통신 3사의 매출대비 마케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SK텔레콤이 30.9%, KT(유선 포함)가 14.5%, LG텔레콤이 24.3%에 달했다.
하성호 SK텔레콤 정책개발그룹장(상무)은 "요금 인하 폭이 크지만, 기업이 고객에게 차별화된 선진 서비스를 내놓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려면 투자는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단말기 제조사들은 이통사들의 마케팅비 축소로 말미암아 내수 시장의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휴대전화 제조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전체 휴대전화 판매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5-7% 정도로 크지 않다"며 "하지만 국내 시장이 단말기 보조금이 줄어든다면 최고급 제품 위주의 `하이엔드' 시장 환경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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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신 서비스·요금 경쟁시대 열린다
    • 입력 2009-09-27 15:33:20
    연합뉴스
이번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발표 내용은 그동안 시민단체 등 소비자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통신사별로 차별화된 다양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일률적인 요금 인하보다는 소비자들이 입맛에 맞게 고르도록 선택권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고질적 병폐였던 보조금 과열 경쟁 환경을 업체별 서비스와 요금경쟁으로 질적 향상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요금 인하 정책은 앞으로 정부의 휴대전화 재판매 제도(MVNO)와 주파수 재배치 등을 통한 신규 사업자 진입 등과 맞물려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최신형 휴대전화 단말기를 사기 위해서 가장 많은 보조금을 주는 통신업체로 옮겨다니는 `메뚜기족'과 이를 잡기 위한 업체들의 사활을 건 가입자 빼앗기 싸움 국면이었다면, 내년 이후에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요금으로 고객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새로운 경쟁 환경이 도래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특히 분야별로는 통신 수요의 중심이 음성에서 데이터 시장으로 옮겨가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 무선데이터 요금을 크게 내림으로써 콘텐츠 산업 육성과 무선인터넷 산업 도약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관측된다. ◇진정한 서비스 요금 경쟁 촉발 = 이번 정부의 요금인하 인하 내용은 크게 가입비 인하, 장기 가입자에 대한 기본료 인하, 1초당 과금제 도입, 무선데이터 요금 인하 등 4가지로 요약된다. 이 중에서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고 통신 시장의 건전 경쟁 유발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은 가입비 인하로 평가된다. 가입비는 소비자들이 사용하지도 않은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미리 내는 것으로 사업자에게 부당이익을 보장해주는 한편, 보조금 경쟁의 `총알'로 활용되고 다시 높은 요금을 받는 악순환 고리로 연결됐다. 앞으로 가입비 수익이 줄어들면 결국 이동 통신사들은 신규 가입자 유치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고 기존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는데 힘을 쓸 수 밖에 없다. 이와 맞물려 `장기 가입자 요금 할인 프로그램'도 이 같은 통신 시장의 건전 경쟁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오랫동안 같은 통신사의 가입자로 남아있을수록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을 내는 역차별을 당했다면 이제는 통신사의 수익에 기여한 실질적인 우량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된 것이다. 또 가족이 쓰던 중고폰을 사용해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는 고객에도 `무보조금 요금 할인'이 주어져 굳이 보조금의 유혹으로 인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로써 그동안 얼마 쓰지 않고 버려지는 폐 휴대전화 문제의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의 평균 수명은 18개월로 이통사의 입장에서 보조금을 주고 손익을 맞추는 것이 10개월이 지나서인데, 결국 7-8개월 정도 요금을 벌려고 보조금을 남발하고 휴대전화는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통신사별로 차별화 요금 정책 = 이번 정부의 요금 인하 방향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이 내놓은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제각각이다. SK텔레콤이 현재 10초당 요금제를 1초당 요금제로 바꾼 것은 뭔가 `특별한 것'을 주문한 정부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점이 크지만, 가장 비싼 요금을 챙겨왔다는 1위 사업자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커'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 내포돼 있다. 이 회사는 이밖에 가입비 인하, 장기간 가입자 할인, 무선인터넷 요금 인하 등 기본료를 제외하고는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해온 인하 방안을 대부분 수용했다는 평가다. KT는 이번 요금인하를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활용하자는 공세적인 자세로 유무선 융합 경쟁력 강화로 연결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 무선데이터 요율을 업계 최대인 88% 내리기로 했다. 또 장기 가입자에 대한 요금 할인 폭도 가장 크게 했고 보조금을 받는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하도록 차별화했다. 아울러 3G 이동전화와 와이파이(WiFi)를 융합한 홈FMC폰을 서둘러 내달 내놓고 이동전화에서 집전화로 거는 요금을 일반 휴대전화 대비 88% 싸게 책정하기로 했다. LG텔레콤은 이번 요금 인하에서 가입비 면제와 초당 요금제 도입을 제외하는 등 상대적으로 방어 자세를 보였다. 이 회사는 18-24개월을 약정한 고객의 경우 보조금과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제외하고는 파급력 있는 내용이 없어, 일각에서는 정부의 요금 인하 압력이 선발 업체에 편중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왔다. ◇통신 산업 투자 위축 미미..단말기 제조업 내수는 영향 = 이번 통신사들의 요금 인하 폭이 역대 최대이지만, 통신 산업 투자를 크게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 국장은 "이번 통신 요금 인하는 2010년에는 전체적으로 7-8%,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는 2011년에는 10% 정도로 적지 않다"며 "그러나 통신사들은 이미 매출액 대비 훨씬 큰 비중의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2분기 통신 3사의 매출대비 마케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SK텔레콤이 30.9%, KT(유선 포함)가 14.5%, LG텔레콤이 24.3%에 달했다. 하성호 SK텔레콤 정책개발그룹장(상무)은 "요금 인하 폭이 크지만, 기업이 고객에게 차별화된 선진 서비스를 내놓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려면 투자는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단말기 제조사들은 이통사들의 마케팅비 축소로 말미암아 내수 시장의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휴대전화 제조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전체 휴대전화 판매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5-7% 정도로 크지 않다"며 "하지만 국내 시장이 단말기 보조금이 줄어든다면 최고급 제품 위주의 `하이엔드' 시장 환경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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