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가을야구 ‘만루홈런 사나이’

입력 2009.10.02 (16:31) 수정 2009.10.02 (17: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가장 조심해야 할 두산 베어스 타자로 김현수와 김동주를 꼽았다.
로이스터는 "최고 타자인 김현수는 어떤 상황이라도 안타를 때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볼넷을 주면 안 된다. 다음 타자(김동주)가 타점 생산 능력만 놓고 보면 더 뛰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경계했다.
3차전 롯데 선발 투수 송승준에 대해서는 "볼넷을 주면 롯데에 긴 하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는 로이스터 감독이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말았다.
송승준은 롯데가 0-3으로 뒤진 2회초 1사 2,3루에서 김현수가 타석에 나오자 고의사구로 걸렀다.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홈런을 하나씩 때린 김현수를 무조건 피한 것이다. 만루를 채워놓고 내야땅볼을 유도해 병살을 노리겠다는 작전.
4번 타자 김동주(33)가 다음 타석에 들어섰다.
송승준은 몸쪽에 붙는 시속 143㎞짜리 직구를 뿌렸다. 병살타를 이끌어내려면 몸쪽 승부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 정도 수에 당할 김동주가 아니았다.
김동주는 기다릴 것 없이 초구에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고 공은 좌측 펜스 상단에 그대로 날아가 꽂혔다. 비거리 125m짜리 포스트시즌 통산 9번째 만루홈런.
2001년 10월25일 잠실구장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을 상대로 만루포를 때린 적이 있는 김동주는 유일하게 포스트 시즌에서 만루홈런을 두 개 날린 타자가 됐다.
김동주는 공을 친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듯 타석에 그대로 서서 찬찬히 눈으로 공의 궤적을 좇았다. 이윽고 공이 펜스를 넘어가자 김동주는 방망이를 제자리에서 위로 던지고는 유유히 녹색 다이아몬드를 돌아 후배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김동주는 "송승준이 올 시즌에는 나한테 바깥쪽 공을 던지다 안타를 많이 맞아 몸쪽 승부를 걸어오리라 생각했다. 만루라도 초구에 몸쪽 공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후배인 김현수를 거르고 자신과 승부한데 대해서는 "시즌 때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다"며 "1사 만루여서 마음이 편했고 더없이 좋았다"고 말했다.
두산은 2회 김동주의 만루홈런으로 7-0으로 달아나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김동주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고의사구만 하나 얻었을 뿐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2차전에서는 2타수 2안타에 1타점 1득점을 올리면서 감각을 찾기 시작했다.
이날 7회 대타 오재원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4타수 3안타에 5타점, 2득점을 올리면서 최고 활약을 펼쳤다.
1998년 OB 1차 지명으로 입단해 프로 12년차인 김동주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최고참으로 주장도 맡고 있다.
지난 연말 일본 진출에 실패해 아픔이 컸지만 4번 타자로서 제 구실을 묵묵히 해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타율 0.353으로 타격 4위에 올랐고 19홈런(19위)과 86타점(8위)을 치면서 김현수, 최준석을 앞뒤에 놓은 곰 타선 클린업트리오의 중심으로 팀을 이끌었다.
김동주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 MVP인 '넥센타이어 맨 오브 매치'에 뽑혀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김동주, 가을야구 ‘만루홈런 사나이’
    • 입력 2009-10-02 16:31:47
    • 수정2009-10-02 17:33:20
    연합뉴스
제리 로이스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가장 조심해야 할 두산 베어스 타자로 김현수와 김동주를 꼽았다. 로이스터는 "최고 타자인 김현수는 어떤 상황이라도 안타를 때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볼넷을 주면 안 된다. 다음 타자(김동주)가 타점 생산 능력만 놓고 보면 더 뛰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경계했다. 3차전 롯데 선발 투수 송승준에 대해서는 "볼넷을 주면 롯데에 긴 하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는 로이스터 감독이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말았다. 송승준은 롯데가 0-3으로 뒤진 2회초 1사 2,3루에서 김현수가 타석에 나오자 고의사구로 걸렀다.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홈런을 하나씩 때린 김현수를 무조건 피한 것이다. 만루를 채워놓고 내야땅볼을 유도해 병살을 노리겠다는 작전. 4번 타자 김동주(33)가 다음 타석에 들어섰다. 송승준은 몸쪽에 붙는 시속 143㎞짜리 직구를 뿌렸다. 병살타를 이끌어내려면 몸쪽 승부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 정도 수에 당할 김동주가 아니았다. 김동주는 기다릴 것 없이 초구에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고 공은 좌측 펜스 상단에 그대로 날아가 꽂혔다. 비거리 125m짜리 포스트시즌 통산 9번째 만루홈런. 2001년 10월25일 잠실구장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을 상대로 만루포를 때린 적이 있는 김동주는 유일하게 포스트 시즌에서 만루홈런을 두 개 날린 타자가 됐다. 김동주는 공을 친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듯 타석에 그대로 서서 찬찬히 눈으로 공의 궤적을 좇았다. 이윽고 공이 펜스를 넘어가자 김동주는 방망이를 제자리에서 위로 던지고는 유유히 녹색 다이아몬드를 돌아 후배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김동주는 "송승준이 올 시즌에는 나한테 바깥쪽 공을 던지다 안타를 많이 맞아 몸쪽 승부를 걸어오리라 생각했다. 만루라도 초구에 몸쪽 공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후배인 김현수를 거르고 자신과 승부한데 대해서는 "시즌 때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다"며 "1사 만루여서 마음이 편했고 더없이 좋았다"고 말했다. 두산은 2회 김동주의 만루홈런으로 7-0으로 달아나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김동주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고의사구만 하나 얻었을 뿐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2차전에서는 2타수 2안타에 1타점 1득점을 올리면서 감각을 찾기 시작했다. 이날 7회 대타 오재원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4타수 3안타에 5타점, 2득점을 올리면서 최고 활약을 펼쳤다. 1998년 OB 1차 지명으로 입단해 프로 12년차인 김동주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최고참으로 주장도 맡고 있다. 지난 연말 일본 진출에 실패해 아픔이 컸지만 4번 타자로서 제 구실을 묵묵히 해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타율 0.353으로 타격 4위에 올랐고 19홈런(19위)과 86타점(8위)을 치면서 김현수, 최준석을 앞뒤에 놓은 곰 타선 클린업트리오의 중심으로 팀을 이끌었다. 김동주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 MVP인 '넥센타이어 맨 오브 매치'에 뽑혀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