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략·선수 투지로 만든 16강

입력 2009.10.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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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의 지략과 태극전사들의 강한 투지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값진 승리다’

3일(한국시간) 한국-미국 간 200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C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이 열리는 이집트 수에즈의 무바라크 스타디움.

한국은 1무1패(승점 1)로 `죽음의 C조'에서 최하위로 밀려 반드시 승리해야만 16강에 오를 수 있기에 배수의 진을 쳤다. 반면 카메룬과 2차전에서 4-1 대승을 낚으면서 1승1패(승점 3)로 비기기만 하더라도 16강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상황이었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은 유럽의 강호 독일을 상대로 값진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던 2차전 베스트 11 전원을 미국과 최종전에도 선발로 기용했다.
골 결정력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최전방 공격수 박희성(고려대)을 변함없이 원톱으로 재신임했고 골키퍼 김승규(울산)와 포백 수비라인의 윤석영(전남)-김영권(전주대)-홍정호(조선대)-오재석(경희대),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배치하는 `더블 볼란테'의 구자철(제주)과 문기한(서울) 조합도 그대로 중용했다.
4-2-3-1 전형에서 달라진 점은 왼쪽 날개로 나서 독일과 2차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던 `작은 거인' 김민우(연세대)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박희성을 받치고 김보경(홍익대)이 김민우 자리로 옮긴 것뿐이었다. 미국을 꺾으려면 반드시 골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피드와 골 감각이 좋은 김민우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워 상대 골문을 열겠다는 홍명보 감독의 승부수였다. 오른쪽 날개는 빠른 돌파력을 가진 서정진(전북)이 그대로 섰다.
홍명보 감독의 카드는 주효했다. 김민우는 중앙과 측면을 종횡무진 오가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김보경은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공격진의 머리를 겨냥했다. 또 서정진은 오른쪽에서 활발한 측면 돌파로 득점 기회를 엿봤다.
카메룬, 독일과 1, 2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주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했던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공세로 미국을 밀어붙였고 몇 차례 득점 기회를 날렸지만 쉴새 없이 골문을 두드린 끝에 마침내 미국의 수비벽을 허물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전반 23분.

문기한이 오른쪽 프리킥 찬스에 공을 올리자 혼전 상황에서 공이 수비수를 맞고 흘러나왔고 골지역 중앙에서 도사리고 있던 김영권(전주대)이 오른발로 한 번 공을 정지시킨 뒤 왼발로 감아찼다. 공은 그대로 왼쪽 골대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홍명보 감독의 지휘 아래 꾸준하게 훈련해왔던 세트피스에서 뽑은 선제골이라서 의미가 더욱 컸다.
1-0 리드를 잡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던 한국의 추가골은 마무리 부족으로 애를 태웠던 `앙리' 박희성과 `왼발 달인' 김보경의 합작품이었다.
박희성은 전반 42분 오른쪽 측면에서 골지역으로 달려드는 김보경을 보고 스루패스를 찔러줬고 김보경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카메룬과 1차전 때 왼쪽 허리를 다쳐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김동섭(도쿠시마) 대신 3차전에서도 기회를 잡은 박희성은 득점은 환상적인 어시스트로 홍명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전담 키커 특명을 맡아 날카로운 슈팅력을 뽐내던 김보경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귀중한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7분 오른쪽 풀백 오재석(경희대)이 부상으로 빠지자 이승렬(서울)을 투입해 김보경이 맡았던 왼쪽 날개로 돌리고 김보경은 공격형 미드필더 임무를 맡겼다. 김민우는 전부터 맡아왔던 풀백으로 내려가 수비벽을 쳤다. 공격의 수위를 낮추지 않으면서도 수비를 견고하게 하겠다는 홍명보 감독의 계산이었다. 한국은 2-0으로 앞선 후반 30분에는 구자철이 상대 수비수 이케 오파라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홍명보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 못지않게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향한 열정과 투혼도 돋보였다.
한국은 미국과 청소년 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4승3무1패로 크게 앞서 있지만 정작 U-20 월드컵에서는 미국에 세 차례 만나 한 번의 승리 없이 2무 1패 중이었다.
처음 만났던 지난 1993년 호주 대회 때 3차전에서 2-2로 비겨 결국 3무로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마셨고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때는 최종 3차전에서 미국과 리턴매치를 펼쳐 0-2로 졌다. 다행히 한국은 1승2패에도 조 3위에 주는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미국은 2007년 캐나다 대회 때도 조동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을 상대로 1-1 무승부로 한국의 16강 진출을 막았다.
태극전사들은 카메룬과 경기 패배 후 주장 구자철을 중심으로 뭉치자고 결의했고 독일과 2차전 1-1 무승부에 이어 미국과 3차전에서도 3-0 대승을 거뒀다.
오재석이 경기 중 부상으로 빠졌고 구자철이 후반 종반 오른쪽 허리 부분을 다쳤음에도 이를 악물고 뛰어 마침내 값진 승리를 일궜다. 김동섭이 1차전에서 허리를 다치고 김민우가 2차전에서 근육 경련이 나는 악조건에서도 투혼을 발휘한 태극전사들이 만들어낸 귀중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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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명보 전략·선수 투지로 만든 16강
    • 입력 2009-10-03 06:49:52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의 지략과 태극전사들의 강한 투지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값진 승리다’ 3일(한국시간) 한국-미국 간 200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C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이 열리는 이집트 수에즈의 무바라크 스타디움. 한국은 1무1패(승점 1)로 `죽음의 C조'에서 최하위로 밀려 반드시 승리해야만 16강에 오를 수 있기에 배수의 진을 쳤다. 반면 카메룬과 2차전에서 4-1 대승을 낚으면서 1승1패(승점 3)로 비기기만 하더라도 16강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상황이었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은 유럽의 강호 독일을 상대로 값진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던 2차전 베스트 11 전원을 미국과 최종전에도 선발로 기용했다. 골 결정력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최전방 공격수 박희성(고려대)을 변함없이 원톱으로 재신임했고 골키퍼 김승규(울산)와 포백 수비라인의 윤석영(전남)-김영권(전주대)-홍정호(조선대)-오재석(경희대),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배치하는 `더블 볼란테'의 구자철(제주)과 문기한(서울) 조합도 그대로 중용했다. 4-2-3-1 전형에서 달라진 점은 왼쪽 날개로 나서 독일과 2차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던 `작은 거인' 김민우(연세대)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박희성을 받치고 김보경(홍익대)이 김민우 자리로 옮긴 것뿐이었다. 미국을 꺾으려면 반드시 골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피드와 골 감각이 좋은 김민우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워 상대 골문을 열겠다는 홍명보 감독의 승부수였다. 오른쪽 날개는 빠른 돌파력을 가진 서정진(전북)이 그대로 섰다. 홍명보 감독의 카드는 주효했다. 김민우는 중앙과 측면을 종횡무진 오가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김보경은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공격진의 머리를 겨냥했다. 또 서정진은 오른쪽에서 활발한 측면 돌파로 득점 기회를 엿봤다. 카메룬, 독일과 1, 2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주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했던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공세로 미국을 밀어붙였고 몇 차례 득점 기회를 날렸지만 쉴새 없이 골문을 두드린 끝에 마침내 미국의 수비벽을 허물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전반 23분. 문기한이 오른쪽 프리킥 찬스에 공을 올리자 혼전 상황에서 공이 수비수를 맞고 흘러나왔고 골지역 중앙에서 도사리고 있던 김영권(전주대)이 오른발로 한 번 공을 정지시킨 뒤 왼발로 감아찼다. 공은 그대로 왼쪽 골대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홍명보 감독의 지휘 아래 꾸준하게 훈련해왔던 세트피스에서 뽑은 선제골이라서 의미가 더욱 컸다. 1-0 리드를 잡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던 한국의 추가골은 마무리 부족으로 애를 태웠던 `앙리' 박희성과 `왼발 달인' 김보경의 합작품이었다. 박희성은 전반 42분 오른쪽 측면에서 골지역으로 달려드는 김보경을 보고 스루패스를 찔러줬고 김보경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카메룬과 1차전 때 왼쪽 허리를 다쳐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김동섭(도쿠시마) 대신 3차전에서도 기회를 잡은 박희성은 득점은 환상적인 어시스트로 홍명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전담 키커 특명을 맡아 날카로운 슈팅력을 뽐내던 김보경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귀중한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7분 오른쪽 풀백 오재석(경희대)이 부상으로 빠지자 이승렬(서울)을 투입해 김보경이 맡았던 왼쪽 날개로 돌리고 김보경은 공격형 미드필더 임무를 맡겼다. 김민우는 전부터 맡아왔던 풀백으로 내려가 수비벽을 쳤다. 공격의 수위를 낮추지 않으면서도 수비를 견고하게 하겠다는 홍명보 감독의 계산이었다. 한국은 2-0으로 앞선 후반 30분에는 구자철이 상대 수비수 이케 오파라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홍명보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 못지않게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향한 열정과 투혼도 돋보였다. 한국은 미국과 청소년 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4승3무1패로 크게 앞서 있지만 정작 U-20 월드컵에서는 미국에 세 차례 만나 한 번의 승리 없이 2무 1패 중이었다. 처음 만났던 지난 1993년 호주 대회 때 3차전에서 2-2로 비겨 결국 3무로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마셨고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때는 최종 3차전에서 미국과 리턴매치를 펼쳐 0-2로 졌다. 다행히 한국은 1승2패에도 조 3위에 주는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미국은 2007년 캐나다 대회 때도 조동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을 상대로 1-1 무승부로 한국의 16강 진출을 막았다. 태극전사들은 카메룬과 경기 패배 후 주장 구자철을 중심으로 뭉치자고 결의했고 독일과 2차전 1-1 무승부에 이어 미국과 3차전에서도 3-0 대승을 거뒀다. 오재석이 경기 중 부상으로 빠졌고 구자철이 후반 종반 오른쪽 허리 부분을 다쳤음에도 이를 악물고 뛰어 마침내 값진 승리를 일궜다. 김동섭이 1차전에서 허리를 다치고 김민우가 2차전에서 근육 경련이 나는 악조건에서도 투혼을 발휘한 태극전사들이 만들어낸 귀중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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