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 8대0 차이’ 긴장한 롯데 자멸

입력 2009.10.03 (19:04) 수정 2009.10.0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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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야구 전문가들은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경험은 두산이 앞서고 기세는 롯데가 낫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모호한' 개념인 경험과 기세가 실제 경기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지는 못했다.
2001∼2007년 '8-8-8-8-5-7-7'위로 7년 동안 가을잔치에서 소외됐던 롯데는 지난 시즌 8년 만에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그걸로는 그동안 부족했던 경험을 다 채울 수 없었던 모양이다.
9월29일 1차전에서 롯데가 선발 조정훈의 명품 포크볼과 장단 15안타를 몰아친 방망이를 앞세워 7-2로 완승하자 '올해는 롯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치열한 4위 싸움에서 살아남은 롯데의 기세가 두산의 경험을 압도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도 '우리는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라며 3전 전패로 끝났던 지난 시즌 기억을 불식시켰다.
하지만 극도의 긴장감을 동반하는 포스트시즌에서 경험의 역할은 상상 이상이었다.
2005년부터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두산 선수들에게 준플레이오프는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
반면 롯데는 결정적인 고비마다 실책을 저지르다 자멸하고 말았다.
실책의 원인은 여러 가지 찾을 수 있겠지만 결국 경험 부족에서 오는 긴장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나친 긴장이 움직임을 경직시키고 이로 인해 위축된 플레이가 다시 실책을 부르는 악순환을 몰고오는 것이다.
이번 시리즈 4경기에서 롯데는 8개의 실책을 범했고 두산은 '에러 제로'의 완벽한 수비를 보여줬다.
정규시즌에도 롯데의 실책(87개)이 두산(67개)보다 많았지만 이 정도 차이는 아니었다.
좌익수 김주찬은 3경기 연속 실책을 기록했고 내야수 조성환, 정보명과 투수 송승준, 포수 장성우가 실수를 저질렀다.
롯데가 0-6으로 패한 2차전에서 첫 실점을 내주게 만든 고영민의 내야땅볼은 어렵게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내야안타로 만들어준 게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보이지 않는 실책이 흐름을 좌우했다.
3차전에서도 두산이 2회 6득점의 기폭제로 삼은 것은 김주찬의 송구 실책과 번트타구를 더듬은 송승준의 에러였다.
4차전도 3회 3-1로 뒤집은 두산이 4점을 더 뽑아내는데 평범한 내야땅볼을 더듬은 조성환의 실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4차전 선발 배장호는 8실점했지만 이 실책이 섞여 자책점은 4점에 불과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뒤 "수비에서 실수가 나왔다. 그런 야구를 하면 안 된다"면서 "수비를 잘 했다면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롯데 주장 조성환은 준플레이오프 직전 미디어데이에서 '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비싼 수업료를 다 지불했다'고 말했지만 올해도 역시 롯데는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경험을 얻어가는데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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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책 8대0 차이’ 긴장한 롯데 자멸
    • 입력 2009-10-03 18:51:51
    • 수정2009-10-03 19:25:13
    연합뉴스
대다수 야구 전문가들은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경험은 두산이 앞서고 기세는 롯데가 낫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모호한' 개념인 경험과 기세가 실제 경기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지는 못했다. 2001∼2007년 '8-8-8-8-5-7-7'위로 7년 동안 가을잔치에서 소외됐던 롯데는 지난 시즌 8년 만에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그걸로는 그동안 부족했던 경험을 다 채울 수 없었던 모양이다. 9월29일 1차전에서 롯데가 선발 조정훈의 명품 포크볼과 장단 15안타를 몰아친 방망이를 앞세워 7-2로 완승하자 '올해는 롯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치열한 4위 싸움에서 살아남은 롯데의 기세가 두산의 경험을 압도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도 '우리는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라며 3전 전패로 끝났던 지난 시즌 기억을 불식시켰다. 하지만 극도의 긴장감을 동반하는 포스트시즌에서 경험의 역할은 상상 이상이었다. 2005년부터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두산 선수들에게 준플레이오프는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 반면 롯데는 결정적인 고비마다 실책을 저지르다 자멸하고 말았다. 실책의 원인은 여러 가지 찾을 수 있겠지만 결국 경험 부족에서 오는 긴장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나친 긴장이 움직임을 경직시키고 이로 인해 위축된 플레이가 다시 실책을 부르는 악순환을 몰고오는 것이다. 이번 시리즈 4경기에서 롯데는 8개의 실책을 범했고 두산은 '에러 제로'의 완벽한 수비를 보여줬다. 정규시즌에도 롯데의 실책(87개)이 두산(67개)보다 많았지만 이 정도 차이는 아니었다. 좌익수 김주찬은 3경기 연속 실책을 기록했고 내야수 조성환, 정보명과 투수 송승준, 포수 장성우가 실수를 저질렀다. 롯데가 0-6으로 패한 2차전에서 첫 실점을 내주게 만든 고영민의 내야땅볼은 어렵게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내야안타로 만들어준 게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보이지 않는 실책이 흐름을 좌우했다. 3차전에서도 두산이 2회 6득점의 기폭제로 삼은 것은 김주찬의 송구 실책과 번트타구를 더듬은 송승준의 에러였다. 4차전도 3회 3-1로 뒤집은 두산이 4점을 더 뽑아내는데 평범한 내야땅볼을 더듬은 조성환의 실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4차전 선발 배장호는 8실점했지만 이 실책이 섞여 자책점은 4점에 불과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뒤 "수비에서 실수가 나왔다. 그런 야구를 하면 안 된다"면서 "수비를 잘 했다면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롯데 주장 조성환은 준플레이오프 직전 미디어데이에서 '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비싼 수업료를 다 지불했다'고 말했지만 올해도 역시 롯데는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경험을 얻어가는데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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