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리드’ 철벽 허문 후반 대공습

입력 2009.10.06 (07:29) 수정 2009.10.0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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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승전보였다.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6일 오전(한국시간) 이집트 카이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에서 남미 강호 파라과이를 3-0으로 완파하고 사뿐히 8강에 올랐다.
한국은 파라과이보다 불리한 여건이었다. 일단 조별리그를 치르고 파라과이보다 하루를 덜 쉬어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었다.
게다가 파라과이는 조별리그도 카이로에서 치렀고, 특히 이날 16강전을 치른 경기장에서 이미 두 차례 뛰어봤다. 반면 한국은 수에즈에서 조별리그를 치르고 카이로로 이동했다.
하지만 주변 여건은 `리틀 태극전사'들의 상승세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단 1점만 내준 파라과이에 소나기골을 퍼부으며 `멕시코 4강 신화 재현'이라는 꿈을 이어갔다.

◇기회를 엿본 전반

16강부터는 조별리그와는 달리 패하면 바로 탈락한다. 그래서 양 팀 모두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고 자기 진영 깊숙이 수비진을 친 뒤 조심스럽게 경기를 끌고 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중원에서 압박도 심해 공격의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위협적 장면은 물론 전반 45분 동안 양팀 통틀어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나오지 않았을 만큼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전반 20분 골키퍼 김승규(울산)가 백패스를 손으로 잡아 페널티지역 안에서 간접 프리킥을 내준 것 정도가 위기라면 위기였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도 홍명보 감독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 의지는 드러났다.
홍 감독은 왼쪽 허벅지 근육을 다친 오른쪽 풀백 오재석(경희대) 대신 이번 대회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던 정동호(요코하마)를 투입한 것을 빼고는 기본 틀을 그대로 가져갔다.
멀티 플레이어 김민우(연세대)를 왼쪽 풀백 자리에 세우고 윤석영(전남)을 왼쪽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옮기는 것도 고려했지만, 정동호를 내보내며 변화를 최소화했다.
대신 김민우는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다. 김민우의 공격적 재능을 극대화하려는 이 카드는 결국 후반 빛을 발했다.

◇철벽 허문 후반 대공습

파라과이는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2득점에 그쳤지만 단 한 골만 내줬을 만큼 수비 조직력이 뛰어난 팀이다. 두 경기는 아예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파라과이의 철벽 수비벽을 뚫으려면 중앙보다는 측면을 공략하는 등 다양한 공격을 펼쳐 상대 수비를 크게 흔들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전반 `발톱'을 숨긴 채 기회를 엿보며 힘을 비축한 한국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거세게 파라과이를 몰아붙였다.
결국 후반 10분 김보경(홍익대)의 생일 자축포가 터져 리드를 잡았다. 이 한 방으로 무게 중심은 급격히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5분 뒤에는 역습으로 다시 파라과이 골문을 열었다. 김민우가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잡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그림같은 왼발슛으로 추가골을 뽑으면서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파라과이는 크게 흔들렸고 후반 16분 미드필도 로드리고 부르고스가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며 자멸했다.
홍 감독이 고심 끝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김민우는 한 골을 더 보태는 만점 활약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투박하지만 경기를 치를 수록 나아지고 있는 최전방 원톱 박희성(고려대)은 비록 골맛은 보지 못했지만 상대 수비를 끌고다니면서 미국과 조별리그 3차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제 몫을 해줬다. 이번 대회 첫 출전이라는 부담을 안고 나선 오른쪽 풀백 정동호도 풀타임을 뛰면서 무실점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초보' 홍 감독의 전략과 선수들의 전술 이해가 어우러진 기분좋은 승리였고, 남은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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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경 리드’ 철벽 허문 후반 대공습
    • 입력 2009-10-06 07:14:26
    • 수정2009-10-06 07:51:18
    연합뉴스
완벽한 승전보였다.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6일 오전(한국시간) 이집트 카이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에서 남미 강호 파라과이를 3-0으로 완파하고 사뿐히 8강에 올랐다. 한국은 파라과이보다 불리한 여건이었다. 일단 조별리그를 치르고 파라과이보다 하루를 덜 쉬어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었다. 게다가 파라과이는 조별리그도 카이로에서 치렀고, 특히 이날 16강전을 치른 경기장에서 이미 두 차례 뛰어봤다. 반면 한국은 수에즈에서 조별리그를 치르고 카이로로 이동했다. 하지만 주변 여건은 `리틀 태극전사'들의 상승세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단 1점만 내준 파라과이에 소나기골을 퍼부으며 `멕시코 4강 신화 재현'이라는 꿈을 이어갔다. ◇기회를 엿본 전반 16강부터는 조별리그와는 달리 패하면 바로 탈락한다. 그래서 양 팀 모두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고 자기 진영 깊숙이 수비진을 친 뒤 조심스럽게 경기를 끌고 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중원에서 압박도 심해 공격의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위협적 장면은 물론 전반 45분 동안 양팀 통틀어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나오지 않았을 만큼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전반 20분 골키퍼 김승규(울산)가 백패스를 손으로 잡아 페널티지역 안에서 간접 프리킥을 내준 것 정도가 위기라면 위기였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도 홍명보 감독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 의지는 드러났다. 홍 감독은 왼쪽 허벅지 근육을 다친 오른쪽 풀백 오재석(경희대) 대신 이번 대회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던 정동호(요코하마)를 투입한 것을 빼고는 기본 틀을 그대로 가져갔다. 멀티 플레이어 김민우(연세대)를 왼쪽 풀백 자리에 세우고 윤석영(전남)을 왼쪽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옮기는 것도 고려했지만, 정동호를 내보내며 변화를 최소화했다. 대신 김민우는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다. 김민우의 공격적 재능을 극대화하려는 이 카드는 결국 후반 빛을 발했다. ◇철벽 허문 후반 대공습 파라과이는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2득점에 그쳤지만 단 한 골만 내줬을 만큼 수비 조직력이 뛰어난 팀이다. 두 경기는 아예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파라과이의 철벽 수비벽을 뚫으려면 중앙보다는 측면을 공략하는 등 다양한 공격을 펼쳐 상대 수비를 크게 흔들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전반 `발톱'을 숨긴 채 기회를 엿보며 힘을 비축한 한국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거세게 파라과이를 몰아붙였다. 결국 후반 10분 김보경(홍익대)의 생일 자축포가 터져 리드를 잡았다. 이 한 방으로 무게 중심은 급격히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5분 뒤에는 역습으로 다시 파라과이 골문을 열었다. 김민우가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잡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그림같은 왼발슛으로 추가골을 뽑으면서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파라과이는 크게 흔들렸고 후반 16분 미드필도 로드리고 부르고스가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며 자멸했다. 홍 감독이 고심 끝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김민우는 한 골을 더 보태는 만점 활약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투박하지만 경기를 치를 수록 나아지고 있는 최전방 원톱 박희성(고려대)은 비록 골맛은 보지 못했지만 상대 수비를 끌고다니면서 미국과 조별리그 3차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제 몫을 해줬다. 이번 대회 첫 출전이라는 부담을 안고 나선 오른쪽 풀백 정동호도 풀타임을 뛰면서 무실점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초보' 홍 감독의 전략과 선수들의 전술 이해가 어우러진 기분좋은 승리였고, 남은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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