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무명 딛고 ‘황금세대’ 희망!

입력 2009.10.06 (10:59) 수정 2009.10.06 (13:2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이름값에서는 다른 팀들보다 떨어지지만 기술이나 축구 지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00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 청소년 대표팀을 이끄는 홍명보(41) 감독은 대학생이 주축을 이룬 선수들로 18년 만에 8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남북 단일팀이 1991년 포르투갈 대회 때 8강 진출에 성공했으나 4강 신화를 이뤘던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로는 이번이 한국 선수들만으로 이룬 최고의 성적이다.
특히 당시는 조별리그만 통과하면 곧바로 8강에 오른 반면 1997년 말레이시아 대회부터는 참가국이 지금처럼 24개국으로 확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8강 진출은 4강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다.
특히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를 찾아보기 어려운 아마추어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해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 21명 가운데 K-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8명, 일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4명 등 프로가 12명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파라과이와 16강에서 두 골을 사냥했던 `작은 거인' 김민우(연세대)와 선제골의 주인공인 `왼발 달인' 김보경(홍익대)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대학생이다.
또 최전방 공격수 박희성(고려대)과 포백 수비라인의 김영권(전주대), 홍정호(조선대), 부상 직전까지 붙박이 오른쪽 풀백이었던 오재석(경희대) 등 베스트 11 절반 이상이 아마추어 선수다.
주전으로 뛰는 프로축구 K-리거는 주장인 구자철(제주)과 오른쪽 날개를 책임지는 서정진(전북), `더블 볼란테'의 한 축을 맡은 문기한(서울), 골키퍼 김승규(울산), 수비수 윤석영(전남) 등 다섯 명 정도다.
지난해 프로축구 신인왕에 빛나는 스트라이커 이승렬(서울)과 일본파 조영철(니가타), 김동섭(도쿠시마) 등은 교체 멤버로 간간이 출장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같은 또래 선수들과 기량을 겨뤄보고 싶어했던 특급 미드필더 기성용(서울)은 `A대표팀에 전념하라'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결정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역대 U-20 월드컵에 참가했던 1999년 나이지리아 대회의 이동국,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의 최성국, 정조국, 2005년 네덜란드 대회의 박주영 같은 걸출한 스타가 없다. 또 신영록, 이상호, 하태균, 심영성 등 프로 선수 15명이 참가해 최고의 멤버를 자랑했던 2007년 캐나다 대회보다 무게감과 선수들의 이름값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은 지난 3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히딩크식 파워 프로그램으로 체력을 끌어올렸고 톱니바퀴 같은 탄탄한 조직력을 가진 팀으로 만들었다.
특히 한 두 포지션을 겹쳐 뛸 수 있는 전천후 선수들을 중용했다. 왼쪽 풀백과 왼쪽 측면 미드필더는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를 넘나들며 홍명보 감독이 구사하는 전략의 핵심 역할을 했던 김민우와 왼쪽 날개와 처진 스트라이커를 오가는 김보경이 대표적이다.
대표팀은 경험 부족에도 `죽음의 C조'에서 카메룬에 0-2로 덜미를 잡혔을 뿐 우승 후보로 꼽히는 독일을 상대로 값진 1-1 무승부를 거두고 미국에 3-0으로 완승을 낚아 조별리그 관문을 통과했다. 여세를 몰아 파라과이마저 3-0으로 대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
선수 시절 스타 플레이어에서 지도자로 변신한 초보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사령탑을 맡기로 임기를 보장받은 상태다. U-20 대표팀 선수들이 2년 후 올림픽까지 주축으로 활약할 뿐 아나라 미래에는 A대표팀의 근간이 될 수 있다.
선수 차출의 어려움과 관심 부족 속에 어렵게 출발했던 청소년 대표팀이 한국 축구의 위상을 한 차원 끌어올리며 진정한 `황금세대'로 인정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홍명보호, 무명 딛고 ‘황금세대’ 희망!
    • 입력 2009-10-06 10:49:49
    • 수정2009-10-06 13:24:00
    연합뉴스
"우리 선수들이 이름값에서는 다른 팀들보다 떨어지지만 기술이나 축구 지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00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 청소년 대표팀을 이끄는 홍명보(41) 감독은 대학생이 주축을 이룬 선수들로 18년 만에 8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남북 단일팀이 1991년 포르투갈 대회 때 8강 진출에 성공했으나 4강 신화를 이뤘던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로는 이번이 한국 선수들만으로 이룬 최고의 성적이다. 특히 당시는 조별리그만 통과하면 곧바로 8강에 오른 반면 1997년 말레이시아 대회부터는 참가국이 지금처럼 24개국으로 확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8강 진출은 4강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다. 특히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를 찾아보기 어려운 아마추어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해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 21명 가운데 K-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8명, 일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4명 등 프로가 12명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파라과이와 16강에서 두 골을 사냥했던 `작은 거인' 김민우(연세대)와 선제골의 주인공인 `왼발 달인' 김보경(홍익대)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대학생이다. 또 최전방 공격수 박희성(고려대)과 포백 수비라인의 김영권(전주대), 홍정호(조선대), 부상 직전까지 붙박이 오른쪽 풀백이었던 오재석(경희대) 등 베스트 11 절반 이상이 아마추어 선수다. 주전으로 뛰는 프로축구 K-리거는 주장인 구자철(제주)과 오른쪽 날개를 책임지는 서정진(전북), `더블 볼란테'의 한 축을 맡은 문기한(서울), 골키퍼 김승규(울산), 수비수 윤석영(전남) 등 다섯 명 정도다. 지난해 프로축구 신인왕에 빛나는 스트라이커 이승렬(서울)과 일본파 조영철(니가타), 김동섭(도쿠시마) 등은 교체 멤버로 간간이 출장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같은 또래 선수들과 기량을 겨뤄보고 싶어했던 특급 미드필더 기성용(서울)은 `A대표팀에 전념하라'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결정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역대 U-20 월드컵에 참가했던 1999년 나이지리아 대회의 이동국,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의 최성국, 정조국, 2005년 네덜란드 대회의 박주영 같은 걸출한 스타가 없다. 또 신영록, 이상호, 하태균, 심영성 등 프로 선수 15명이 참가해 최고의 멤버를 자랑했던 2007년 캐나다 대회보다 무게감과 선수들의 이름값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은 지난 3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히딩크식 파워 프로그램으로 체력을 끌어올렸고 톱니바퀴 같은 탄탄한 조직력을 가진 팀으로 만들었다. 특히 한 두 포지션을 겹쳐 뛸 수 있는 전천후 선수들을 중용했다. 왼쪽 풀백과 왼쪽 측면 미드필더는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를 넘나들며 홍명보 감독이 구사하는 전략의 핵심 역할을 했던 김민우와 왼쪽 날개와 처진 스트라이커를 오가는 김보경이 대표적이다. 대표팀은 경험 부족에도 `죽음의 C조'에서 카메룬에 0-2로 덜미를 잡혔을 뿐 우승 후보로 꼽히는 독일을 상대로 값진 1-1 무승부를 거두고 미국에 3-0으로 완승을 낚아 조별리그 관문을 통과했다. 여세를 몰아 파라과이마저 3-0으로 대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 선수 시절 스타 플레이어에서 지도자로 변신한 초보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사령탑을 맡기로 임기를 보장받은 상태다. U-20 대표팀 선수들이 2년 후 올림픽까지 주축으로 활약할 뿐 아나라 미래에는 A대표팀의 근간이 될 수 있다. 선수 차출의 어려움과 관심 부족 속에 어렵게 출발했던 청소년 대표팀이 한국 축구의 위상을 한 차원 끌어올리며 진정한 `황금세대'로 인정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