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변칙 작전’, 데이터 야구 또 눈물

입력 2009.10.08 (21:59) 수정 2009.10.0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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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SK 감독의 치밀한 계산이 예상을 깬 두산 왼팔 투수들의 연이은 호투에 힘없이 무너졌다.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계속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SK는 불펜 투수 정우람이 쓰러지면서 2연패를 당해 벼랑에 몰렸다.
결정적으로 타선이 1차전 금민철에 이어 2차전 후안 세데뇨까지 이틀 연속 두산의 왼팔 선발 투수에게 꽁꽁 묶인 것이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다.
SK 게릴라 타선이 왼손 투수 공을 이렇게 때리지 못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타선이 침묵하면서 SK는 상대적 우위를 점할 것으로 봤던 '벌떼 계투작전'마저 힘을 잃고 말았다. 시즌 중반 아킬레스건을 다친 주전 포수 박경완의 공백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안방마님 정상호의 아쉬운 볼 배합
1-1로 맞선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이 대타 이성열을 내자 SK는 윤길현을 내리고 왼손투수 정우람으로 맞불을 놨다.
지난해 홀드왕 정우람은 올해 두산과 경기에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2.25로 괜찮았다. 피안타율도 0.154에 불과해 이성열-정수빈-이종욱으로 이어진 두산 왼손 트리오를 충분히 막아줄 만했다.
이성열을 2루 땅볼로 잡은 정우람은 그러나 여섯 차례 대결해 2루타와 3루타를 각각 1개씩 내줬던 정수빈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1점이 중요한 승부에서 박경완 대신 마스크를 쓴 정상호가 더 집중력을 발휘해 정우람을 리드했어야 했지만 2루 도루를 허용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정우람은 폭투까지 범해 2사 3루에 몰렸고 결국 올해 4타수 무안타로 봉쇄했던 이종욱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김성근 감독은 오른손 타자 고영민 타석 때도 정우람을 밀어붙였으나 체인지업이 밋밋하게 형성되면서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2점포를 내주고 사실상 승부를 접었다.
고영민도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정우람에게 삼진 2개를 당하는 등 4타수 무안타로 묶였다.
시즌 중후반부터 SK 안방을 책임져온 정상호는 후반기 19연승을 주도하며 팀을 2위로 이끌어 포수로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거의 없었고 이날 고비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박정권만 '나홀로 펑펑'
두 경기에서 SK 타자 중 호쾌한 타격을 보여준 이는 박정권뿐이었다. 2경기 연속 대포와 2루타를 때려냈으나 우군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때렸던 김재현(SK)을 막겠다던 두산 김경문 감독의 전략은 이날까지 100% 성공했다.
좌완인 금민철과 세데뇨를 투입, 김재현을 계속 벤치에 계속 가둬두면서 SK의 파괴력을 떨어뜨렸다.
김재현은 작년까지 포스트시즌 49경기에서 타율 0.324를 때리고 홈런 9방을 쏘아 올린 '가을의 해결사'였다.
김성근 SK 감독과 타자들은 두산의 두 왼손 투수가 계속 선발로 나올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공략법을 찾지 못했다.
금민철의 커브와 컷 패스트볼에 당한 데 이어 이날도 세데뇨의 몸쪽 커브에 SK 타자들의 방망이는 속수무책으로 헛손질하기에 바빴다.
상대 선발투수를 일찍 마운드에서 내리지 못하면서 불펜 투수를 공략해 이기겠다는 '야신'의 계산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두산의 최대 약점은 1승을 담보할 만한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다는 것이었지만 도리어 이런 약점이 어느 투수가 선발로 나올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변수'가 되면서 가을 잔치에서 오히려 최대 강점이 됐다.
SK 타자들의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도 2연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박재상은 0-1로 끌려가던 4회말 무사 1루에서 두 번이나 번트를 실패해 결국 1루수 병살타로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고 6회 1사 2루에서는 3구 삼진으로 물러나는 등 기대와는 정반대 결과로 실망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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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 변칙 작전’, 데이터 야구 또 눈물
    • 입력 2009-10-08 21:59:07
    • 수정2009-10-08 22:01:44
    연합뉴스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SK 감독의 치밀한 계산이 예상을 깬 두산 왼팔 투수들의 연이은 호투에 힘없이 무너졌다.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계속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SK는 불펜 투수 정우람이 쓰러지면서 2연패를 당해 벼랑에 몰렸다. 결정적으로 타선이 1차전 금민철에 이어 2차전 후안 세데뇨까지 이틀 연속 두산의 왼팔 선발 투수에게 꽁꽁 묶인 것이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다. SK 게릴라 타선이 왼손 투수 공을 이렇게 때리지 못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타선이 침묵하면서 SK는 상대적 우위를 점할 것으로 봤던 '벌떼 계투작전'마저 힘을 잃고 말았다. 시즌 중반 아킬레스건을 다친 주전 포수 박경완의 공백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안방마님 정상호의 아쉬운 볼 배합 1-1로 맞선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이 대타 이성열을 내자 SK는 윤길현을 내리고 왼손투수 정우람으로 맞불을 놨다. 지난해 홀드왕 정우람은 올해 두산과 경기에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2.25로 괜찮았다. 피안타율도 0.154에 불과해 이성열-정수빈-이종욱으로 이어진 두산 왼손 트리오를 충분히 막아줄 만했다. 이성열을 2루 땅볼로 잡은 정우람은 그러나 여섯 차례 대결해 2루타와 3루타를 각각 1개씩 내줬던 정수빈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1점이 중요한 승부에서 박경완 대신 마스크를 쓴 정상호가 더 집중력을 발휘해 정우람을 리드했어야 했지만 2루 도루를 허용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정우람은 폭투까지 범해 2사 3루에 몰렸고 결국 올해 4타수 무안타로 봉쇄했던 이종욱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김성근 감독은 오른손 타자 고영민 타석 때도 정우람을 밀어붙였으나 체인지업이 밋밋하게 형성되면서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2점포를 내주고 사실상 승부를 접었다. 고영민도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정우람에게 삼진 2개를 당하는 등 4타수 무안타로 묶였다. 시즌 중후반부터 SK 안방을 책임져온 정상호는 후반기 19연승을 주도하며 팀을 2위로 이끌어 포수로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거의 없었고 이날 고비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박정권만 '나홀로 펑펑' 두 경기에서 SK 타자 중 호쾌한 타격을 보여준 이는 박정권뿐이었다. 2경기 연속 대포와 2루타를 때려냈으나 우군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때렸던 김재현(SK)을 막겠다던 두산 김경문 감독의 전략은 이날까지 100% 성공했다. 좌완인 금민철과 세데뇨를 투입, 김재현을 계속 벤치에 계속 가둬두면서 SK의 파괴력을 떨어뜨렸다. 김재현은 작년까지 포스트시즌 49경기에서 타율 0.324를 때리고 홈런 9방을 쏘아 올린 '가을의 해결사'였다. 김성근 SK 감독과 타자들은 두산의 두 왼손 투수가 계속 선발로 나올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공략법을 찾지 못했다. 금민철의 커브와 컷 패스트볼에 당한 데 이어 이날도 세데뇨의 몸쪽 커브에 SK 타자들의 방망이는 속수무책으로 헛손질하기에 바빴다. 상대 선발투수를 일찍 마운드에서 내리지 못하면서 불펜 투수를 공략해 이기겠다는 '야신'의 계산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두산의 최대 약점은 1승을 담보할 만한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다는 것이었지만 도리어 이런 약점이 어느 투수가 선발로 나올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변수'가 되면서 가을 잔치에서 오히려 최대 강점이 됐다. SK 타자들의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도 2연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박재상은 0-1로 끌려가던 4회말 무사 1루에서 두 번이나 번트를 실패해 결국 1루수 병살타로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고 6회 1사 2루에서는 3구 삼진으로 물러나는 등 기대와는 정반대 결과로 실망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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