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영웅’ 홍명보, 명장 싹 피웠다

입력 2009.10.10 (01:32) 수정 2009.10.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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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진출에 아쉽게 실패했지만 `초보 감독' 홍명보의 리더십은 한국 축구계에 희망의 빛을 던졌다.
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을 이끈 홍명보 감독은 기대 이상의 성적인 8강 진출을 이뤄냈다. 우리나라가 청소년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것은 18년 만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선수로서 주장 완장을 차고 4강 진출을 견인해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가 된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의 앞날을 짊어질 지도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홍 감독이 궁극적으로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것이 떼놓은 당상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제기될 정도다.
특히 8강 진출만으로 홍 감독의 지도력은 한국 축구사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2002 한일 월드컵의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에 비견되기 시작하면서 그의 존재감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실제 여러 면에서 히딩크 감독과 홍 감독의 지도력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우선 땅에 묻혀 있어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원석'을 찾아내 갈고 닦아 상품성이 있는 `보석'으로 만드는 안목이 뛰어나다.
이번 대회에서 스타로 떠오른 `작은 거인' 김민우(연세대)와 `왼발 달인' 김보경(홍익대)은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대학생이다.
2002 월드컵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박지성의 성공기를 연상케 한다.
체력을 중시하는 점도 히딩크와 닮았다. 당시 히딩크는 네덜란드 출신인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체력담당 트레이너를 영입, 지칠 줄 모르는 태극전사들을 만들어냈다.
홍 감독은 `히딩크식 맞춤형 체력훈련'의 적임자로 일본 우라와 레즈 구단의 이케다 세이고(49) 피지컬 트레이너를 낙점, 지난 8월 삼고초려 끝에 그를 직접 영입했다.
덕분에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독일과 경기에서 체력적으로 전혀 밀리지 않으면서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2개 이상의 포지션을 뛸 수 있는 전천후 선수를 중시한 것도 히딩크가 간 길을 따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파라과이와 16강전에서 두 골을 터뜨린 김민우는 왼쪽 풀백은 물론 왼쪽 측면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오가며 맹활약을 펼쳤다. 김보경도 왼쪽 날개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번갈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단지 히딩크를 벤치마킹하는 것으로만 끝났다면 8강 진출이라는 선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홍 감독은 히딩크는 물론 자신이 함께 한 외국인 지도자들의 장점에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미해 `홍명보 리더십'을 만들어냈다.
그는 히딩크에게서는 체력 훈련의 중요성을 배웠고, 핌 베어벡 감독으로부터 훈련법과 업무 분담 방식을 익혔으며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게는 훈련을 지휘하는 방식과 선수들과의 관계를 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홍 감독은 "나는 선수들을 정직하게 대한다. 심리적으로 선수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한다. 홍 감독이 선수들과 미팅을 가질 때면 항상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린 선수들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스스로 판단해 경기를 창의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홍명보만의 지도방식이라 할 수 있다.
`스타 출신 감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스포츠계의 금언을 무색하게 만든 홍명보 감독의 성공 스토리는 한국 축구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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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영웅’ 홍명보, 명장 싹 피웠다
    • 입력 2009-10-10 01:32:48
    • 수정2009-10-10 01:33:35
    연합뉴스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진출에 아쉽게 실패했지만 `초보 감독' 홍명보의 리더십은 한국 축구계에 희망의 빛을 던졌다. 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을 이끈 홍명보 감독은 기대 이상의 성적인 8강 진출을 이뤄냈다. 우리나라가 청소년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것은 18년 만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선수로서 주장 완장을 차고 4강 진출을 견인해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가 된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의 앞날을 짊어질 지도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홍 감독이 궁극적으로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것이 떼놓은 당상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제기될 정도다. 특히 8강 진출만으로 홍 감독의 지도력은 한국 축구사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2002 한일 월드컵의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에 비견되기 시작하면서 그의 존재감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실제 여러 면에서 히딩크 감독과 홍 감독의 지도력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우선 땅에 묻혀 있어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원석'을 찾아내 갈고 닦아 상품성이 있는 `보석'으로 만드는 안목이 뛰어나다. 이번 대회에서 스타로 떠오른 `작은 거인' 김민우(연세대)와 `왼발 달인' 김보경(홍익대)은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대학생이다. 2002 월드컵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박지성의 성공기를 연상케 한다. 체력을 중시하는 점도 히딩크와 닮았다. 당시 히딩크는 네덜란드 출신인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체력담당 트레이너를 영입, 지칠 줄 모르는 태극전사들을 만들어냈다. 홍 감독은 `히딩크식 맞춤형 체력훈련'의 적임자로 일본 우라와 레즈 구단의 이케다 세이고(49) 피지컬 트레이너를 낙점, 지난 8월 삼고초려 끝에 그를 직접 영입했다. 덕분에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독일과 경기에서 체력적으로 전혀 밀리지 않으면서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2개 이상의 포지션을 뛸 수 있는 전천후 선수를 중시한 것도 히딩크가 간 길을 따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파라과이와 16강전에서 두 골을 터뜨린 김민우는 왼쪽 풀백은 물론 왼쪽 측면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오가며 맹활약을 펼쳤다. 김보경도 왼쪽 날개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번갈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단지 히딩크를 벤치마킹하는 것으로만 끝났다면 8강 진출이라는 선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홍 감독은 히딩크는 물론 자신이 함께 한 외국인 지도자들의 장점에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미해 `홍명보 리더십'을 만들어냈다. 그는 히딩크에게서는 체력 훈련의 중요성을 배웠고, 핌 베어벡 감독으로부터 훈련법과 업무 분담 방식을 익혔으며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게는 훈련을 지휘하는 방식과 선수들과의 관계를 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홍 감독은 "나는 선수들을 정직하게 대한다. 심리적으로 선수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한다. 홍 감독이 선수들과 미팅을 가질 때면 항상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린 선수들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스스로 판단해 경기를 창의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홍명보만의 지도방식이라 할 수 있다. `스타 출신 감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스포츠계의 금언을 무색하게 만든 홍명보 감독의 성공 스토리는 한국 축구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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