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금융 민원업무 개선 시급

입력 2009.10.22 (07:02) 수정 2009.10.2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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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모 해설위원]

오늘날 우리의 경제생활은 예금과 대출, 증권투자, 보험 등 금융과 밀접히 관련되지 않은 것이 별로 없습니다.

정부가 소비자원과는 별도로 금융감독원에 금융민원 처리업무를 맡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금감원의 민원처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금감원 민원업무에 구조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선 현행 분쟁조정제도는 금융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정을 회피할 수 있는 허점이 있습니다. 금융회사가 민원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 분쟁조정절차가 중단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금융회사들이 분쟁조정 신청 민원인을 상대로 낸 소송은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를 훨씬 넘어설 정도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이 분쟁조정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소송에 기대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팔짱만 낀 채 제도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자연히 소송에 시간과 비용을 빼앗겨야 하는 민원인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원성을 줄이려면 소송 전에 반드시 분쟁조정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해야 합니다. 소송이 많은 금융회사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금감원 민원상담 직원이 네 명 가운데 세 명꼴로 금융회사에서 파견된 사람이라는 겁니다. 민원 대상인 금융회사 직원이 민원을 상담하다 보면 민원인보다는 자연히 금융회사의 입장을 먼저 생각할 개연성이 큽니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돼온 이런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 것은 금융회사의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금감원의 태생적 한계와 무관치 않습니다.

금감원 직원이 퇴임 후 금융회사의 고위 임원으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도 문젭니다. 지난 2005년 이후에만도 금융회사에 취업한 금감원 퇴직 직원이 여든 명에 이릅니다. 이렇다 보니 감독기관의 퇴임 직원이 감독대상 회사의 로비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금감원의 민원업무에 대해 이런저런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급기야 최근 국정감사에서 금감원과는 별도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민원업무 개선을 더 이상 망설일 명분이 없습니다. 의혹이나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스스로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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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금융 민원업무 개선 시급
    • 입력 2009-10-22 06: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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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광장 1부
[정필모 해설위원] 오늘날 우리의 경제생활은 예금과 대출, 증권투자, 보험 등 금융과 밀접히 관련되지 않은 것이 별로 없습니다. 정부가 소비자원과는 별도로 금융감독원에 금융민원 처리업무를 맡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금감원의 민원처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금감원 민원업무에 구조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선 현행 분쟁조정제도는 금융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정을 회피할 수 있는 허점이 있습니다. 금융회사가 민원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 분쟁조정절차가 중단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금융회사들이 분쟁조정 신청 민원인을 상대로 낸 소송은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를 훨씬 넘어설 정도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이 분쟁조정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소송에 기대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팔짱만 낀 채 제도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자연히 소송에 시간과 비용을 빼앗겨야 하는 민원인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원성을 줄이려면 소송 전에 반드시 분쟁조정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해야 합니다. 소송이 많은 금융회사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금감원 민원상담 직원이 네 명 가운데 세 명꼴로 금융회사에서 파견된 사람이라는 겁니다. 민원 대상인 금융회사 직원이 민원을 상담하다 보면 민원인보다는 자연히 금융회사의 입장을 먼저 생각할 개연성이 큽니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돼온 이런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 것은 금융회사의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금감원의 태생적 한계와 무관치 않습니다. 금감원 직원이 퇴임 후 금융회사의 고위 임원으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도 문젭니다. 지난 2005년 이후에만도 금융회사에 취업한 금감원 퇴직 직원이 여든 명에 이릅니다. 이렇다 보니 감독기관의 퇴임 직원이 감독대상 회사의 로비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금감원의 민원업무에 대해 이런저런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급기야 최근 국정감사에서 금감원과는 별도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민원업무 개선을 더 이상 망설일 명분이 없습니다. 의혹이나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스스로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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