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서민 등치는 ‘사기 굿’!

입력 2009.10.2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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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굿을 하면 불치병도 고치고 가출한 자식도 돌아오게 할 수 있다는 말 믿으십니까? 굿만하면 말기암 환자도 살릴 수 있다고 속여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무속인이 경찰에 붙잡였습니다. 전직 대통령과 유명연예인도 단골이라며 속였다는 것이죠.

최광호 기자! 이거 말기암으로 막판에 몰린 사람의 마음을 악용한 것 아닙니까?

<리포트>

네. 이번에 붙잡힌 무속인은 자신의 재산이 90억원이 넘는다며 만약 암이 낫지 않으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큰소리까지 쳤습니다.

이런 말에 속아 피해자들은 신용카드를 통째로 주거나 대출까지 받아 굿 비용으로 수 천만 원을 건넸습니다.

절박 할 대로 절박해진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일부 무속인들의 파렴치한 행태를 취재했습니다.

굿이면 모든 일, 만사형통!

<녹취> 굿당 관계자 : "육백만 원, 칠백만 원, 돈 많은 사람들은 1억 원 들여서도 하는 거예요."

암도 고치고, 집나간 사람도 돌아오게 한다는 기이한 굿!

<녹취> 무속인 : "엄마 많이 아프죠? 언제부터 아프셨어? 신바람이야 신바람. 어디든 동자군이 내 기를 다 막고 있어. 그런데 무슨 오 귀살이 해결이 되겠어."

하지만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할까요.?

47살, 김모씨는 지난 3월 청주의 한 굿판에서 53살 무속인 최씨를 만났습니다.

여러 집안 문제로 속을 끓이던 김씨, 김씨는 자신의 사정을 척척 알아맞히는 무속인 최씨가 신통하기만 했는데요.

<녹취> 김모씨(47/ 굿 사기 피해자) : ":그 사람이 굿을 하면서 저에 대해서 다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가정사를. 또 이렇게 다 맞추더라고요. 가출한 딸도 그렇고 모든 문제를 갖다가."

굿만 하면 가출한 딸을 돌아올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 무속인 최씨! 김씨는 최씨 말을 믿고 굿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김모씨(47/굿 사기 피해자) : "한 네 번, 다섯 번 했어요. 정말로 저도 모르게 어떻게 한 건지도 몰라요. 무조건 좋다니까."

5번의 굿에 굿값 명목으로 들어간 돈만 총 9천여만원! 하지만 김씨의 딸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제서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데요.

최씨의 꼬드김에 넘어간 건 45살 천모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취> 천 모씨(굿 사기 피해자) : "그날 굿당에 사람들이 많았었어요. 그래가지고 뭐 아들이 나쁘니 아들이 신기가 와서 신굿을 해야 되느니, 불안하면 조상굿을 하라고 그러더라고요. "

최씨의 말에 쉽게 현혹된 천씨. 하지만 당장 굿 값 삼백만 원이 없었던 천씨는 대신 신용카드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몇 달 뒤 카드 명세서를 받아본 천 씨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요.

<녹취> 천 모씨(굿 사기 피해자) : "한도가 630인데 어떻게 이렇게 많이 썼는지...석유집, 노래방, 용궁박물, 무슨 곱창집도 가고. 떼어보니 별 게 다 있더라고요. 카드를 자기 마음대로 3천만원 가까이 빼서 썼어요."

3천만 원의 카드 빚을 진 천씨는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굿값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뜯어낸 무속인 최씨가 결국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경찰 조사결과 무속인 최씨는 피해자들의 정보를 사전에 알아낸 뒤,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송주성 (경장/청주 흥덕경찰서 경제 1팀) : "피해자가 자신의 딸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절박한 상태를 전해 들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점을 쳐서 피해자의 문제를 알아낸 것처럼...(속였다)"

유명인사들을 내세워 사람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는데요.

<녹취> 송주성(경장/청주 흥덕경찰서 경제 1팀) : "굿을 할 때 자신은 전직 대통령들이나 유명 연예인들 이름을 언급하면서 내가 재산이 90억이 넘는데 굿을 해서 효험이 없으면 그 돈을 돌려주겠다."

심지어 말기암까지 낫게 해준다고 속여 환자의 가족에게 천 4백만 원을 받아내기도 했지만, 환자는 끝내 숨졌습니다.

<녹취> 천 모씨(굿 사기 피해자) : "말은 아주 그럴 듯해요. 변호사 뺨을 치니까. 그러니 여러 사람이 당한 거죠."

현재 무속인 최씨는 구속됐지만, 자신은 말기암 환자를 살린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돈도 돌려주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절박한 사정에 처한 이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거액을 요구하는 경우는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요.

어제 오후 서울의 한 점집을 찾았습니다.

실제로는 부모님이 건강하신 의뢰인이 부모님이 편찮으시다고 하자 바로 신내림 굿을 권합니다.

<녹취> 무속인 : "눈에 신기가 가득 찼어. 본인은 안 아파요. 집 안 사람들이 다 아파.엄마 많이 아프죠? 이게 신바람이야. 신바람."

당장 굿을 하지 않으면 부모님에게 큰 화가 닥친다는 것입니다.

<녹취> 무속인 : "엄마 더 오래 보고 싶고, 있는 동안 편하게 보내시려면 기도일 하시라고. 저 다 500만원씩 받았거든요. 근데 본인 사정을 보니까 안 돼 보여서...430만 원만 할게요.(430만원이요?) 그걸 아깝게 생각하지 말아요. 본인 엄마하고 아빠하고 생명이 걸린 문제야. 생명이 걸린 문제라고."

인근의 또 다른 점집, 이번엔 취직이 안 돼 찾아왔다고 하자, 액땜을 권유합니다.

<녹취> 무속인 : "내년 정월달에 30만 원만 가져와. 언니 팬티하고 갖고 와. (왜요?) 티에다가 자기 나쁜 것을 소원을 해서 없애줘야지. 계란도 딱 세 개 하고, 북어 두 마리가 필요하거든."

시 부모님 건강이 안 좋다고 말을 바꾸자, 이번에도 역시 굿 얘기가 나옵니다.

<녹취> 무속인 : "금 어머니는 지금 거동을 못하시고 계시고만. 일자로 누워계신다고 보이거든. 여기. 일(굿) 하면 할머니가 나와서 알려 주실거에요.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굿하면 나으실 수 있을까요?) 그렇지. 오래 더 살 수 있지. 완쾌 될 수도 있고, 그러니 그렇게 공수들 들여. 다 천만 원씩. 내일은 오백만 원 짜리 하는데 거의 일하면 오백이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솔깃할 내용.

하지만 아무런 효험도 없고 돈만 날렸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무속인이 굿을 이용하여 돈을 편취하는 경우, 현재로선 처벌도 쉽지 않습니다.

<녹취> 김 모씨(47/굿 사기 피해자) : "어떻게 그런 사람한테 내가 얽혔나 하는 생각에 제가 지금 우울증도 다 왔어요. 제가 제 자신을 못 이겨서."

<녹취> 천 모씨(굿 사기 피해자) : "카드 값 날아 올 때 진짜 그랬어요. 내가 아우 약 먹고 죽을까..."

경찰은 구속된 무속인 최씨를 사기혐의로 조사하는가 한편, 추가 피해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최씨를 상대로 추가조사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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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10-23 08: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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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굿을 하면 불치병도 고치고 가출한 자식도 돌아오게 할 수 있다는 말 믿으십니까? 굿만하면 말기암 환자도 살릴 수 있다고 속여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무속인이 경찰에 붙잡였습니다. 전직 대통령과 유명연예인도 단골이라며 속였다는 것이죠. 최광호 기자! 이거 말기암으로 막판에 몰린 사람의 마음을 악용한 것 아닙니까? <리포트> 네. 이번에 붙잡힌 무속인은 자신의 재산이 90억원이 넘는다며 만약 암이 낫지 않으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큰소리까지 쳤습니다. 이런 말에 속아 피해자들은 신용카드를 통째로 주거나 대출까지 받아 굿 비용으로 수 천만 원을 건넸습니다. 절박 할 대로 절박해진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일부 무속인들의 파렴치한 행태를 취재했습니다. 굿이면 모든 일, 만사형통! <녹취> 굿당 관계자 : "육백만 원, 칠백만 원, 돈 많은 사람들은 1억 원 들여서도 하는 거예요." 암도 고치고, 집나간 사람도 돌아오게 한다는 기이한 굿! <녹취> 무속인 : "엄마 많이 아프죠? 언제부터 아프셨어? 신바람이야 신바람. 어디든 동자군이 내 기를 다 막고 있어. 그런데 무슨 오 귀살이 해결이 되겠어." 하지만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할까요.? 47살, 김모씨는 지난 3월 청주의 한 굿판에서 53살 무속인 최씨를 만났습니다. 여러 집안 문제로 속을 끓이던 김씨, 김씨는 자신의 사정을 척척 알아맞히는 무속인 최씨가 신통하기만 했는데요. <녹취> 김모씨(47/ 굿 사기 피해자) : ":그 사람이 굿을 하면서 저에 대해서 다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가정사를. 또 이렇게 다 맞추더라고요. 가출한 딸도 그렇고 모든 문제를 갖다가." 굿만 하면 가출한 딸을 돌아올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 무속인 최씨! 김씨는 최씨 말을 믿고 굿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김모씨(47/굿 사기 피해자) : "한 네 번, 다섯 번 했어요. 정말로 저도 모르게 어떻게 한 건지도 몰라요. 무조건 좋다니까." 5번의 굿에 굿값 명목으로 들어간 돈만 총 9천여만원! 하지만 김씨의 딸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제서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데요. 최씨의 꼬드김에 넘어간 건 45살 천모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취> 천 모씨(굿 사기 피해자) : "그날 굿당에 사람들이 많았었어요. 그래가지고 뭐 아들이 나쁘니 아들이 신기가 와서 신굿을 해야 되느니, 불안하면 조상굿을 하라고 그러더라고요. " 최씨의 말에 쉽게 현혹된 천씨. 하지만 당장 굿 값 삼백만 원이 없었던 천씨는 대신 신용카드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몇 달 뒤 카드 명세서를 받아본 천 씨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요. <녹취> 천 모씨(굿 사기 피해자) : "한도가 630인데 어떻게 이렇게 많이 썼는지...석유집, 노래방, 용궁박물, 무슨 곱창집도 가고. 떼어보니 별 게 다 있더라고요. 카드를 자기 마음대로 3천만원 가까이 빼서 썼어요." 3천만 원의 카드 빚을 진 천씨는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굿값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뜯어낸 무속인 최씨가 결국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경찰 조사결과 무속인 최씨는 피해자들의 정보를 사전에 알아낸 뒤,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송주성 (경장/청주 흥덕경찰서 경제 1팀) : "피해자가 자신의 딸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절박한 상태를 전해 들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점을 쳐서 피해자의 문제를 알아낸 것처럼...(속였다)" 유명인사들을 내세워 사람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는데요. <녹취> 송주성(경장/청주 흥덕경찰서 경제 1팀) : "굿을 할 때 자신은 전직 대통령들이나 유명 연예인들 이름을 언급하면서 내가 재산이 90억이 넘는데 굿을 해서 효험이 없으면 그 돈을 돌려주겠다." 심지어 말기암까지 낫게 해준다고 속여 환자의 가족에게 천 4백만 원을 받아내기도 했지만, 환자는 끝내 숨졌습니다. <녹취> 천 모씨(굿 사기 피해자) : "말은 아주 그럴 듯해요. 변호사 뺨을 치니까. 그러니 여러 사람이 당한 거죠." 현재 무속인 최씨는 구속됐지만, 자신은 말기암 환자를 살린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돈도 돌려주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절박한 사정에 처한 이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거액을 요구하는 경우는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요. 어제 오후 서울의 한 점집을 찾았습니다. 실제로는 부모님이 건강하신 의뢰인이 부모님이 편찮으시다고 하자 바로 신내림 굿을 권합니다. <녹취> 무속인 : "눈에 신기가 가득 찼어. 본인은 안 아파요. 집 안 사람들이 다 아파.엄마 많이 아프죠? 이게 신바람이야. 신바람." 당장 굿을 하지 않으면 부모님에게 큰 화가 닥친다는 것입니다. <녹취> 무속인 : "엄마 더 오래 보고 싶고, 있는 동안 편하게 보내시려면 기도일 하시라고. 저 다 500만원씩 받았거든요. 근데 본인 사정을 보니까 안 돼 보여서...430만 원만 할게요.(430만원이요?) 그걸 아깝게 생각하지 말아요. 본인 엄마하고 아빠하고 생명이 걸린 문제야. 생명이 걸린 문제라고." 인근의 또 다른 점집, 이번엔 취직이 안 돼 찾아왔다고 하자, 액땜을 권유합니다. <녹취> 무속인 : "내년 정월달에 30만 원만 가져와. 언니 팬티하고 갖고 와. (왜요?) 티에다가 자기 나쁜 것을 소원을 해서 없애줘야지. 계란도 딱 세 개 하고, 북어 두 마리가 필요하거든." 시 부모님 건강이 안 좋다고 말을 바꾸자, 이번에도 역시 굿 얘기가 나옵니다. <녹취> 무속인 : "금 어머니는 지금 거동을 못하시고 계시고만. 일자로 누워계신다고 보이거든. 여기. 일(굿) 하면 할머니가 나와서 알려 주실거에요.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굿하면 나으실 수 있을까요?) 그렇지. 오래 더 살 수 있지. 완쾌 될 수도 있고, 그러니 그렇게 공수들 들여. 다 천만 원씩. 내일은 오백만 원 짜리 하는데 거의 일하면 오백이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솔깃할 내용. 하지만 아무런 효험도 없고 돈만 날렸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무속인이 굿을 이용하여 돈을 편취하는 경우, 현재로선 처벌도 쉽지 않습니다. <녹취> 김 모씨(47/굿 사기 피해자) : "어떻게 그런 사람한테 내가 얽혔나 하는 생각에 제가 지금 우울증도 다 왔어요. 제가 제 자신을 못 이겨서." <녹취> 천 모씨(굿 사기 피해자) : "카드 값 날아 올 때 진짜 그랬어요. 내가 아우 약 먹고 죽을까..." 경찰은 구속된 무속인 최씨를 사기혐의로 조사하는가 한편, 추가 피해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최씨를 상대로 추가조사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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