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이호준, 필요할 때 한방 쾅!

입력 2009.10.23 (22:09) 수정 2009.10.2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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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잠에 빠져 있던 SK 와이번스의 슬러거 이호준(33)이 마침내 이름값에 걸맞은 대포 한 방을 쏘아 올렸다.
이호준은 2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 6번 지명타자로 나왔다.
사실 선발 출장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2003, 2004시즌 30홈런-100타점을 넘기는 등 SK 타선을 대표해온 토종 거포였지만 요즘에는 도통 방망이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신' 김성근 SK 감독에게 이호준은 '애증'의 대상이었다.
올해 정규시즌 103경기에 나와 타율 0.298, 16홈런, 55타점으로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가을잔치를 앞두고 헛손질이 심해졌다. 특타 소집과 2군행 통보를 받는 단골손님이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4차전을 앞두고 이호준을 '키 플레이어'로 꼽았다. '그동안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던 이유를 찾았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타격 준비 동작에서 배트를 약간 뉘였으니 '지켜보라'고도 주문했다.
그러나 그날 3번 타자로 나온 이호준은 3타수 무안타로 철저히 침묵했다. 신예 양현종에게 삼진만 두 개 먹었다. 제대로 노림수를 발휘한 박재홍의 홈런 덕에 SK가 이겼기 망정이지 자칫 역적이 될 뻔했다.
김성근 감독은 잠실로 건너온 뒤 다시 이호준에 대해 묻자 "키 플레이어는 무슨.."이라며 실망한 빛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 17일 2차전에서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병살타를 때리며 패배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시리즈 성적은 6타수 무안타였다. 두산과 플레이오프에도 거의 나올 기회가 없어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지명타자를 맡는 좌타자 김재현의 성적도 8타수 무안타로 곤두박질을 친 탓에 오히려 이호준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찾아왔다.
이호준은 2회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KIA 선발 윤석민의 볼 배합을 눈여겨봤다.
정근우, 박재홍, 정상호가 삼진을 당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나름대로 노림수를 품었다.
볼카운트 1-1에서 윤석민의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자 이호준의 배트가 타이밍을 포착했다. 완벽한 풀스윙은 아니었지만 중심에 정확히 걸린 타구는 왼쪽 폴옆 안쪽 스탠드에 꽂혔다. 비거리 105m로 잠실구장에서 가장 가까운 홈런존을 찾았다.
무려 7타수 만에 터진 첫 안타는 벼랑 끝에서 SK를 구해내는 '천금 같은' 선취점이 됐다.
이호준은 2-0으로 앞선 4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와 포문을 열었다. 다시 윤석민을 상대로 10구까지 끈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좌전안타를 때리고 나갔고 나주환의 희생번트에 이어 조동화의 중전안타가 터지자 홈을 찍었다.
5회엔 밀어친 타구가 최희섭의 호수비에 걸리고 7회 2사 1,2루에선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앞선 두 타석의 활약만으로도 그동안의 부진을 씻어낼 만했다.
광주일고 출신으로 해태에 고졸 신인으로 입단했다가 2000년 SK로 옮긴 이호준이 친정에 제대로 비수를 꽂았다.
이호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변화된 것은 없었다. 부담없이 재미있게 하고 싶었다"면서 "윤석민에게는 (2차전에서) 병살타를 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는 심정으로 타석에 섰다"고 말했다.
승리 인터뷰가 2년 만이라며 활짝 웃은 이호준은 4회 10구까지 간 승부에 대해서도 "무조건 1루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존을 잡아놓고 커트를 해냈다. 홈런을 칠 때도 낮게 보고 있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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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자던 이호준, 필요할 때 한방 쾅!
    • 입력 2009-10-23 22:09:07
    • 수정2009-10-23 22:40:11
    연합뉴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SK 와이번스의 슬러거 이호준(33)이 마침내 이름값에 걸맞은 대포 한 방을 쏘아 올렸다. 이호준은 2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 6번 지명타자로 나왔다. 사실 선발 출장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2003, 2004시즌 30홈런-100타점을 넘기는 등 SK 타선을 대표해온 토종 거포였지만 요즘에는 도통 방망이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신' 김성근 SK 감독에게 이호준은 '애증'의 대상이었다. 올해 정규시즌 103경기에 나와 타율 0.298, 16홈런, 55타점으로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가을잔치를 앞두고 헛손질이 심해졌다. 특타 소집과 2군행 통보를 받는 단골손님이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4차전을 앞두고 이호준을 '키 플레이어'로 꼽았다. '그동안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던 이유를 찾았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타격 준비 동작에서 배트를 약간 뉘였으니 '지켜보라'고도 주문했다. 그러나 그날 3번 타자로 나온 이호준은 3타수 무안타로 철저히 침묵했다. 신예 양현종에게 삼진만 두 개 먹었다. 제대로 노림수를 발휘한 박재홍의 홈런 덕에 SK가 이겼기 망정이지 자칫 역적이 될 뻔했다. 김성근 감독은 잠실로 건너온 뒤 다시 이호준에 대해 묻자 "키 플레이어는 무슨.."이라며 실망한 빛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 17일 2차전에서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병살타를 때리며 패배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시리즈 성적은 6타수 무안타였다. 두산과 플레이오프에도 거의 나올 기회가 없어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지명타자를 맡는 좌타자 김재현의 성적도 8타수 무안타로 곤두박질을 친 탓에 오히려 이호준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찾아왔다. 이호준은 2회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KIA 선발 윤석민의 볼 배합을 눈여겨봤다. 정근우, 박재홍, 정상호가 삼진을 당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나름대로 노림수를 품었다. 볼카운트 1-1에서 윤석민의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자 이호준의 배트가 타이밍을 포착했다. 완벽한 풀스윙은 아니었지만 중심에 정확히 걸린 타구는 왼쪽 폴옆 안쪽 스탠드에 꽂혔다. 비거리 105m로 잠실구장에서 가장 가까운 홈런존을 찾았다. 무려 7타수 만에 터진 첫 안타는 벼랑 끝에서 SK를 구해내는 '천금 같은' 선취점이 됐다. 이호준은 2-0으로 앞선 4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와 포문을 열었다. 다시 윤석민을 상대로 10구까지 끈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좌전안타를 때리고 나갔고 나주환의 희생번트에 이어 조동화의 중전안타가 터지자 홈을 찍었다. 5회엔 밀어친 타구가 최희섭의 호수비에 걸리고 7회 2사 1,2루에선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앞선 두 타석의 활약만으로도 그동안의 부진을 씻어낼 만했다. 광주일고 출신으로 해태에 고졸 신인으로 입단했다가 2000년 SK로 옮긴 이호준이 친정에 제대로 비수를 꽂았다. 이호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변화된 것은 없었다. 부담없이 재미있게 하고 싶었다"면서 "윤석민에게는 (2차전에서) 병살타를 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는 심정으로 타석에 섰다"고 말했다. 승리 인터뷰가 2년 만이라며 활짝 웃은 이호준은 4회 10구까지 간 승부에 대해서도 "무조건 1루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존을 잡아놓고 커트를 해냈다. 홈런을 칠 때도 낮게 보고 있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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