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기록 풍년’은 수영복 덕?

입력 2009.10.2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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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세계 수영계의 화두는 `기술도핑'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첨단 수영복이었다.
최첨단 수영복이 지난해 초 등장한 이후 작년에만 무려 108차례 세계기록이 쏟아졌고, 올해도 7월 개막한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이전까지 30여 차례나 세계 신기록이 나왔다.
그리고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무려 43차례나 세계 기록이 깨지면서 첨단 수영복에 대한 논란은 절정에 달했다.
여자 접영 100m(56초44)에서는 9년 동안 꿈쩍 않던 기록이 깨졌고, '수영의 꽃'인 남자 자유형 100m(46초91)에서는 '마(魔)의 47초 벽'까지 무너졌다.
첨단 수영복 효과는 대전에서 열리는 제90회 전국체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4일까지 수영 경영 경기가 치러진 나흘 동안 무려 15개의 한국 신기록이 쏟아졌다.
아직 경기가 이틀 더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세워진 한국 신기록 수(11개)를 훌쩍 넘어섰다. 대회 신기록도 69개나 나왔다.
물론 아직 아시아 기록과도 거리가 먼 경우가 많지만, 가치 면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 적지 않았다.
남유선(강원도청)이 여자 개인혼영 400m에서 4분41초55로 4년 만에 한국 기록을 새로 작성했는가 하면, 고교생 김민규(인천체고)는 남자 개인혼영 200m(2분01초27)에서 3년 동안 깨지지 않던 한국 기록을 허물었다.
선수, 지도자, 연맹 관계자들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과 경쟁 강화로 기록이 향상됐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수영복 효과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부터 서서히 첨단 수영복을 입어보기 시작한 선수들이 새 옷에 적응하면서 기록 향상에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첨단 수영복은 선수들의 심리적인 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기록 행진이 수영복 덕인지, 선수 기량 향상 때문인지는 내년에 명백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국제수영연맹(FINA)은 최첨단 수영복이 기록을 양산해 가치를 떨어뜨리고, 선의의 경쟁을 가로막는다고 판단해 내년 1월부터 착용을 전면 금지키로 결정했다.
우선 수영복 재질을 직물로 한정해 폴리우레탄 수영복을 퇴출했다.
또 모양도 남자는 허리의 배꼽부터 무릎 위로 제한했고, 여자는 목을 덮거나 어깨선을 넘어서는 안 되고 무릎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등장한 신기록 행진의 첨병 `전신 수영복'은 퇴출된다.
결국 선수들이 첨단 수영복을 입고 물살을 가르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올해 세워진 세계 기록뿐만아니라 한국 기록이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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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체전 ‘기록 풍년’은 수영복 덕?
    • 입력 2009-10-25 08:45:43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세계 수영계의 화두는 `기술도핑'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첨단 수영복이었다. 최첨단 수영복이 지난해 초 등장한 이후 작년에만 무려 108차례 세계기록이 쏟아졌고, 올해도 7월 개막한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이전까지 30여 차례나 세계 신기록이 나왔다. 그리고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무려 43차례나 세계 기록이 깨지면서 첨단 수영복에 대한 논란은 절정에 달했다. 여자 접영 100m(56초44)에서는 9년 동안 꿈쩍 않던 기록이 깨졌고, '수영의 꽃'인 남자 자유형 100m(46초91)에서는 '마(魔)의 47초 벽'까지 무너졌다. 첨단 수영복 효과는 대전에서 열리는 제90회 전국체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4일까지 수영 경영 경기가 치러진 나흘 동안 무려 15개의 한국 신기록이 쏟아졌다. 아직 경기가 이틀 더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세워진 한국 신기록 수(11개)를 훌쩍 넘어섰다. 대회 신기록도 69개나 나왔다. 물론 아직 아시아 기록과도 거리가 먼 경우가 많지만, 가치 면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 적지 않았다. 남유선(강원도청)이 여자 개인혼영 400m에서 4분41초55로 4년 만에 한국 기록을 새로 작성했는가 하면, 고교생 김민규(인천체고)는 남자 개인혼영 200m(2분01초27)에서 3년 동안 깨지지 않던 한국 기록을 허물었다. 선수, 지도자, 연맹 관계자들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과 경쟁 강화로 기록이 향상됐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수영복 효과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부터 서서히 첨단 수영복을 입어보기 시작한 선수들이 새 옷에 적응하면서 기록 향상에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첨단 수영복은 선수들의 심리적인 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기록 행진이 수영복 덕인지, 선수 기량 향상 때문인지는 내년에 명백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국제수영연맹(FINA)은 최첨단 수영복이 기록을 양산해 가치를 떨어뜨리고, 선의의 경쟁을 가로막는다고 판단해 내년 1월부터 착용을 전면 금지키로 결정했다. 우선 수영복 재질을 직물로 한정해 폴리우레탄 수영복을 퇴출했다. 또 모양도 남자는 허리의 배꼽부터 무릎 위로 제한했고, 여자는 목을 덮거나 어깨선을 넘어서는 안 되고 무릎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등장한 신기록 행진의 첨병 `전신 수영복'은 퇴출된다. 결국 선수들이 첨단 수영복을 입고 물살을 가르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올해 세워진 세계 기록뿐만아니라 한국 기록이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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