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살 때는 비싸게, 팔 때는 싸게…이상한 매매

입력 2009.10.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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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시가 땅을 살 때는 비싸게 팔 때는 싸게 팔고 있습니다.

개인이라면 그 반대일 겁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이정록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서울 강북지역에 개장된 대규모 공원입니다.

서울시는 이 공원을 만들기위해 지난 2008년 30여 만 제곱미터의 옛 드림랜드 부지를 천 3백 여 억원에 매입했습니다.

그러나 이땅은 2020년까지 공원으로 묶여 있어서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전 제 2금융권 부동산 팀장 : "8백억원에 나왔다가 9백억원에 나왔다가 우리가 살려고 할 때가 천백억까지 이야기를 했거든요."

버스차고지인 이 땅 역시 한 개인이 경매를 통해 32억원에 낙찰받은 것을 서울시가 160억 원을 주고 샀습니다.

반대로 강남요지에 있는 만 5천여 제곱미터의 이땅은 지난 2000년 대토형식으로 헐값에 삼청각 소유주에 팔았습니다.

당시 감정 평가액으로 개포동 땅은 301억 원, 삼청각은 227억원이었는 데 3/4비율 교환조건을 맞추기 위해 감정조작을 했다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현재 아파트가 들어선 이 땅의 가격은 2천 3백억원, 서울시는 600억원에 불과한 삼청각과 이 땅을 바꿨습니다.

자료를 보면 지난 2004년부터 2년 여 동안 땅을 산 게 모두 890건.

이 가운데 공시지가의 130% 이상으로 사들인 땅이 90%가까운 780여건 입니다.

반대로 공시지가의 130%이하 가격으로 판 땅은 전체 2천 4백여건 가운데 절반이 넘습니다.

서울시는 관련법에 따라 매각매입절차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인터뷰>정윤택(서울시 재무국장) : "감정평가의 산정에 의해서 구입할 때 공시지가 대비 많으면 3배,1.5배까지도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고..."

문제는 매입 매각 절차입니다.

땅을 사고 팔기전에 시의회의 사전승인을 받는데 이때는 공시지가가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실제 거래 때는 감정평가를 통해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전승인 때와는 가격차가 크게 나게 되는 것입니다.

<인터뷰>남재경(서울시의회의원) : "지금 현재 감정평가사 2인이 상의 가격을 평균한 금액으로 매입,매각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부분을 현시가로 매입,매각할 수 있도록 하면될 것 같습니다."

더우기 토지 매각매입을 전담할 부서가 없어 전문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인터뷰>박원갑(부동산학 박사) : "기준없이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문제고요. 기준이나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싸게 팔고 비싸게 사는게 위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법규정에 맞다고 해서 시민재산의 낭비가 구조적으로 이뤄진다면 시급히 관련법규정을 고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가 보유한 부동산은 공시지가로 73조원이 넘습니다.

KBS 뉴스 이정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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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살 때는 비싸게, 팔 때는 싸게…이상한 매매
    • 입력 2009-10-26 21: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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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시가 땅을 살 때는 비싸게 팔 때는 싸게 팔고 있습니다. 개인이라면 그 반대일 겁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이정록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서울 강북지역에 개장된 대규모 공원입니다. 서울시는 이 공원을 만들기위해 지난 2008년 30여 만 제곱미터의 옛 드림랜드 부지를 천 3백 여 억원에 매입했습니다. 그러나 이땅은 2020년까지 공원으로 묶여 있어서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전 제 2금융권 부동산 팀장 : "8백억원에 나왔다가 9백억원에 나왔다가 우리가 살려고 할 때가 천백억까지 이야기를 했거든요." 버스차고지인 이 땅 역시 한 개인이 경매를 통해 32억원에 낙찰받은 것을 서울시가 160억 원을 주고 샀습니다. 반대로 강남요지에 있는 만 5천여 제곱미터의 이땅은 지난 2000년 대토형식으로 헐값에 삼청각 소유주에 팔았습니다. 당시 감정 평가액으로 개포동 땅은 301억 원, 삼청각은 227억원이었는 데 3/4비율 교환조건을 맞추기 위해 감정조작을 했다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현재 아파트가 들어선 이 땅의 가격은 2천 3백억원, 서울시는 600억원에 불과한 삼청각과 이 땅을 바꿨습니다. 자료를 보면 지난 2004년부터 2년 여 동안 땅을 산 게 모두 890건. 이 가운데 공시지가의 130% 이상으로 사들인 땅이 90%가까운 780여건 입니다. 반대로 공시지가의 130%이하 가격으로 판 땅은 전체 2천 4백여건 가운데 절반이 넘습니다. 서울시는 관련법에 따라 매각매입절차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인터뷰>정윤택(서울시 재무국장) : "감정평가의 산정에 의해서 구입할 때 공시지가 대비 많으면 3배,1.5배까지도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고..." 문제는 매입 매각 절차입니다. 땅을 사고 팔기전에 시의회의 사전승인을 받는데 이때는 공시지가가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실제 거래 때는 감정평가를 통해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전승인 때와는 가격차가 크게 나게 되는 것입니다. <인터뷰>남재경(서울시의회의원) : "지금 현재 감정평가사 2인이 상의 가격을 평균한 금액으로 매입,매각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부분을 현시가로 매입,매각할 수 있도록 하면될 것 같습니다." 더우기 토지 매각매입을 전담할 부서가 없어 전문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인터뷰>박원갑(부동산학 박사) : "기준없이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문제고요. 기준이나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싸게 팔고 비싸게 사는게 위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법규정에 맞다고 해서 시민재산의 낭비가 구조적으로 이뤄진다면 시급히 관련법규정을 고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가 보유한 부동산은 공시지가로 73조원이 넘습니다. KBS 뉴스 이정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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