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공직자 무분별 재취업 막아야

입력 2009.10.29 (07:53) 수정 2009.10.2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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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제 해설위원]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나라의 최고위 공직을 맡다가 물러나면 후학을 양성하거나 학문을 연구하며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퇴직한 고위 공직자들이 새로운 직장에 몸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물러난 지 한 달도 안 돼 국내 최대 법률회사의 고문으로 재취업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총리까지 하신 분이 퇴직하자마자 영리를 추구하는 법무법인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게 논란의 핵심입니다.
자리에서 물러난 고위 공직자가 산하 기관 단체나 금융기관으로 재취업할 때마다 비슷한 논란에 휩싸입니다. 한 시민단체가 2001년부터 7년 동안 금융감독원 퇴직자 110여 명을 조사했더니 60% 이상이 자신들이 감독했던 금융회사의 감사와 고문 등으로 재취업했다고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고위퇴직자의 절반 이상이 대형 법률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국방부 출신은 군수 관련 업체에, 복지부와 환경부 퇴직자들은 산하 공공기관과 단체로 자리를 옮깁니다. 감사원과 검찰도 예외가 아닙니다.
고위 공직자의 재취업은 ‘공직자윤리법’의 제한을 받습니다. 퇴임 전 맡은 업무와 관련된 민간 회사에, 퇴임 후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을 감독하다가 증권사로 들어가는 방법으로 법망을 피하거나, 퇴직 전 잠깐 내근부서 등에 근무하는 이른바 ‘경력 세탁’으로 법을 무력화시키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공직자윤리법을 들이대도 대부분은 적격판정을 받아 제도 자체가 무색합니다.
공직 시절에 쌓은 전문성을 민간에서 충분히 살린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이득입니다. 그러나 ‘전관예우’를 통해 기업 민원을 해결하는 등 폐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퇴직 후 취업을 생각한 사람이 현직에 있을 때 해당업체를 제대로 감독할리도 없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선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현직과 퇴직 후의 업무 연관성 심사도 보다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위 공직자가 로비 가능성이 있는 민간 기업에 재취업했을 경우 공직자들과 접촉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느슨한 법 조항 때문에 비윤리적인 관행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민·관의 부패사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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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공직자 무분별 재취업 막아야
    • 입력 2009-10-29 06:23:12
    • 수정2009-10-29 07:54:30
    뉴스광장 1부
[전영제 해설위원]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나라의 최고위 공직을 맡다가 물러나면 후학을 양성하거나 학문을 연구하며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퇴직한 고위 공직자들이 새로운 직장에 몸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물러난 지 한 달도 안 돼 국내 최대 법률회사의 고문으로 재취업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총리까지 하신 분이 퇴직하자마자 영리를 추구하는 법무법인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게 논란의 핵심입니다. 자리에서 물러난 고위 공직자가 산하 기관 단체나 금융기관으로 재취업할 때마다 비슷한 논란에 휩싸입니다. 한 시민단체가 2001년부터 7년 동안 금융감독원 퇴직자 110여 명을 조사했더니 60% 이상이 자신들이 감독했던 금융회사의 감사와 고문 등으로 재취업했다고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고위퇴직자의 절반 이상이 대형 법률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국방부 출신은 군수 관련 업체에, 복지부와 환경부 퇴직자들은 산하 공공기관과 단체로 자리를 옮깁니다. 감사원과 검찰도 예외가 아닙니다. 고위 공직자의 재취업은 ‘공직자윤리법’의 제한을 받습니다. 퇴임 전 맡은 업무와 관련된 민간 회사에, 퇴임 후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을 감독하다가 증권사로 들어가는 방법으로 법망을 피하거나, 퇴직 전 잠깐 내근부서 등에 근무하는 이른바 ‘경력 세탁’으로 법을 무력화시키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공직자윤리법을 들이대도 대부분은 적격판정을 받아 제도 자체가 무색합니다. 공직 시절에 쌓은 전문성을 민간에서 충분히 살린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이득입니다. 그러나 ‘전관예우’를 통해 기업 민원을 해결하는 등 폐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퇴직 후 취업을 생각한 사람이 현직에 있을 때 해당업체를 제대로 감독할리도 없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선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현직과 퇴직 후의 업무 연관성 심사도 보다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위 공직자가 로비 가능성이 있는 민간 기업에 재취업했을 경우 공직자들과 접촉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느슨한 법 조항 때문에 비윤리적인 관행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민·관의 부패사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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