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악동 유소년 축구팀’, 희망의 슛

입력 2009.10.29 (11:51) 수정 2009.10.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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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의 한 '악동' 유소년 축구팀이 지역 대회는 물론 전국 축구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축구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2004년 5월 정읍의 한 학교에서 소위 문제아 학생들을 모아 만들어진 이 팀의 정식 이름은 '리더스 유나이티드'.
2년 전 팀 명을 '프린스'에서 '리더스 유나이티드'로 바꾸고 나서 이젠 정읍의 희망 클럽으로 변신, 현재 14개 초,중,고교생 축구 꿈나무 8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결손 가정의 자녀, 다문화 가정 자녀, 새터민,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아이들,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학생 등 어려운 주변 환경에 있는 선수들이 절반에 가깝다.
'악동'이 주축이 된 축구 클럽의 창단에 애초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 클럽에 들어가면나쁜 친구를 사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학부모의 우려도 심했고 일부 학생들은 '축구를 왜 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읍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김명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강팀으로 거듭났다.
전용 훈련 구장이 없어 주말에 1~2차례 정읍 지역 교내 운동장에서 구슬땀을 흘려야 하는 열악한 조건이지만 김 감독은 매달 간식비와 운영비 등으로 100만 원 이상의 사비를 털면서까지 축구 지도에 남다를 열정을 보였다.
10여년 동안 아마추어 클럽을 지도해온 김 감독은 "열악한 환경에서 축구를 가르쳐야 하는 게 아쉽지만 학생들이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면서 "칭찬을 자주 하고 동기부여를 해 주면서 전력도 차츰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적도 매년 좋았다.
2004년 정읍 정진배 축구대회 3위를 시작으로 2005년 전북 교육감배 청소년 풋살대회 우승, 2006년 정읍 YMCA 축구대회 우승, 2007년 정읍시 중등부 대표 선발 2위, 2008년 정읍 청소년 풋살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열린 제2회 국민생활 전국청소년 중등부 축구대회 3위, 제3회 금강배 리틀 K-리그 전국유소년축구대회 3위 등 지역 대회는 물론 전국권 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냈다.
김 감독이 '문제아'가 다수 포함된 클럽을 만든 이유는 그 역시 비슷한 유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전남 강진에서 '김명철'은 바로 문제아로 통할만큼 사고뭉치였다. 학창 시절에 술을 마시고 담배를피웠을 뿐 아니라 툭하면 싸움질이라서 누구나 피해 다닐 정도였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마을 교회 목사를 만나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고 1때 축구와 처음 인연을 맺은 뒤 4급(D급) 축구 지도자 자격증, 3급 심판 자격증까지 따냈다.
김 감독은 "소외된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즐거움을 찾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면서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주신 분께 보답하는 차원에서라도 더 열심히 가르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최근 개인적인 희망마저 이뤄져 더 기쁘단다.
풀뿌리 축구 후원 캠페인인 '드림 풋볼'을 통해 축구 스승으로 삼은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이끄는 리더스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내달 3일 목동 주경기장에서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공개하며 홍명보 감독과 함께 특별한 축구 클리닉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김 감독은 "정말 기적이 이뤄진 것 같다"면서 "시골에서 서울 구경을 간다는 소식에 벌써 잠을 설레는 학생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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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읍 ‘악동 유소년 축구팀’, 희망의 슛
    • 입력 2009-10-29 11:49:01
    • 수정2009-10-29 14:00:27
    연합뉴스
전북 정읍의 한 '악동' 유소년 축구팀이 지역 대회는 물론 전국 축구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축구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2004년 5월 정읍의 한 학교에서 소위 문제아 학생들을 모아 만들어진 이 팀의 정식 이름은 '리더스 유나이티드'. 2년 전 팀 명을 '프린스'에서 '리더스 유나이티드'로 바꾸고 나서 이젠 정읍의 희망 클럽으로 변신, 현재 14개 초,중,고교생 축구 꿈나무 8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결손 가정의 자녀, 다문화 가정 자녀, 새터민,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아이들,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학생 등 어려운 주변 환경에 있는 선수들이 절반에 가깝다. '악동'이 주축이 된 축구 클럽의 창단에 애초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 클럽에 들어가면나쁜 친구를 사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학부모의 우려도 심했고 일부 학생들은 '축구를 왜 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읍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김명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강팀으로 거듭났다. 전용 훈련 구장이 없어 주말에 1~2차례 정읍 지역 교내 운동장에서 구슬땀을 흘려야 하는 열악한 조건이지만 김 감독은 매달 간식비와 운영비 등으로 100만 원 이상의 사비를 털면서까지 축구 지도에 남다를 열정을 보였다. 10여년 동안 아마추어 클럽을 지도해온 김 감독은 "열악한 환경에서 축구를 가르쳐야 하는 게 아쉽지만 학생들이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면서 "칭찬을 자주 하고 동기부여를 해 주면서 전력도 차츰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적도 매년 좋았다. 2004년 정읍 정진배 축구대회 3위를 시작으로 2005년 전북 교육감배 청소년 풋살대회 우승, 2006년 정읍 YMCA 축구대회 우승, 2007년 정읍시 중등부 대표 선발 2위, 2008년 정읍 청소년 풋살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열린 제2회 국민생활 전국청소년 중등부 축구대회 3위, 제3회 금강배 리틀 K-리그 전국유소년축구대회 3위 등 지역 대회는 물론 전국권 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냈다. 김 감독이 '문제아'가 다수 포함된 클럽을 만든 이유는 그 역시 비슷한 유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전남 강진에서 '김명철'은 바로 문제아로 통할만큼 사고뭉치였다. 학창 시절에 술을 마시고 담배를피웠을 뿐 아니라 툭하면 싸움질이라서 누구나 피해 다닐 정도였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마을 교회 목사를 만나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고 1때 축구와 처음 인연을 맺은 뒤 4급(D급) 축구 지도자 자격증, 3급 심판 자격증까지 따냈다. 김 감독은 "소외된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즐거움을 찾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면서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주신 분께 보답하는 차원에서라도 더 열심히 가르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최근 개인적인 희망마저 이뤄져 더 기쁘단다. 풀뿌리 축구 후원 캠페인인 '드림 풋볼'을 통해 축구 스승으로 삼은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이끄는 리더스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내달 3일 목동 주경기장에서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공개하며 홍명보 감독과 함께 특별한 축구 클리닉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김 감독은 "정말 기적이 이뤄진 것 같다"면서 "시골에서 서울 구경을 간다는 소식에 벌써 잠을 설레는 학생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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