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를 잡아라!

입력 2009.11.1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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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야생 멧돼지와 인간의 쫓고 쫓기는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반복되는 농작물 피해와 불쑥 도심에 나타나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멧돼지 때문인데요,

대대적으로 펼쳐지는 멧돼지 소탕작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수렵장의 24시간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삼척의 육백산 능선. 사냥꾼들에게 낯익은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녹취> "좌측으로 갔어? 다시?"

<녹취> "새끼 돼지는 좌측으로 올라가고, 큰 것은 우측으로 가고..."

드디어 시작된 추격전.

추격을 따돌리지 못한 멧돼지는 야산 덤불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마지막 힘을 과시하는 야생의 최강자, 날카로운 총성에 멧돼지는 최후를 맞습니다.

생을 마감한 야생 멧돼지, 사냥에 나선지 한 시간 만에 거둔 성과치고는 대성공입니다.

지난 2004년 이후 5년 만에 수렵이 허가된 경남 의령군. 동이 트자 사냥꾼들은 경찰서 지구대에 들러, 오늘 사냥에 사용할 총을 받아갑니다.

<녹취> "(어제 많이 잡았습니까?) 네, 2마리 했습니다. (오늘도 많이 잡으시고...)"

지난밤 마을 어귀까지 나타난 멧돼지 흔적을 보며 추격을 준비하는 사냥꾼들.

<녹취> "저 위에서 쭉 돌면 여기야."

<녹취> "능선을 타고 오라는 얘기지?"

야행성인 멧돼지는 낮에 서식지에 숨어 잠을 자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인터뷰> 김태석(경남 수렵협회 회원) : "교미 시기가 돼서 멧돼지들의 습성이 매우 포악합니다. 먹이 활동도 많이 하고 저희가 포획하러 가도 멧돼지들이 우리를 보고 덤비기도 하고..."

민첩하고 경계심이 많은 멧돼지 사냥에는 첨단 GPS 장비까지 동원됐습니다.

험한 산길을 따라 멧돼지를 찾아나선지 2시간여, 4마리의 사냥개가 생후 1년생 어린 멧돼지를 거세게 밀어붙입니다.

본능적인 생존의 몸부림, 하지만, 사냥꾼의 총 앞에 어린 멧돼지는 힘없이 쓰러집니다.

<인터뷰> 문성필(경남 수렵협회 회원) : "덩치가 빵빵하게 뚱뚱하게 변해야 하는데 윤달이 끼어서 그런지 올해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왜소하다고 합니까? 살이 덜 찐 모습입니다."

해가 진 뒤 잡은 멧돼지를 신고하는 자리, 마을 주민들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멧돼지의 최후를 보러 모였습니다.

<녹취> "크네요."

<녹취> "우리는 멧돼지 다니는 것은 못보고 잡는 것만 봤는데...밑에 것이 더 크네요."

수확이 끝난 농촌 마을은 사냥꾼들의 총성이 그치질 않고, 북적이는 사냥꾼 덕분에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호영(의령군 환경수도 과장) : "전국에서 찾아 온 엽사들이 947명입니다. 이분들이 내는 수수료 수입이 3억 천2백만 원 정도 되는데 수렵장 경비를 제외하고 1억 5천2백만 원 정도 순수한 수입으로..."

호랑이 같은 천적이 사라져 먹이 사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한 멧돼지.

수확철 멧돼지가 지나간 논밭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기 일쑵니다.

<인터뷰> 김은규(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 "작년에는 강냉이를 하룻밤에 다 먹었어요. 올해는 개를 키워도 내려와요."

지난해 멧돼지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신고된 것만 55억 7천만 원,

농민들이 애써 지은 농사가 매년 수포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피해가 반복되자, 정부는 최근 멧돼지와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내년 3월까지 전국 19개 수렵장에서, 예년보다 5배가량 많은 최대 2만 마리의 멧돼지를 잡기로 한 것입니다.

<인터뷰> 최종원(환경부 자연자원과 과장) : "올해 11월까지만 총 25차례 도심에 출몰한 것으로 멧돼지의 출몰 빈도가 갑자기 많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전국의 멧돼지 적정 서식 밀도를 조사했는데요, 이 적정한 밀도보다 4배 가까이 멧돼지들이 많은 개체수가 서식하는 걸로 조사가 됐습니다."

최근 2주일 동안 멧돼지 사냥을 통해 전국에서 붙잡힌 멧돼지는 160마리에 이릅니다.

사냥을 통해 멧돼지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법은 수확철 피해가 발생하면 이뤄지는 유해조수 구제와 겨울철 4달 동안 허가되는 수렵 2가지,

하지만, 사냥으로 멧돼지 개체수를 조절하는 데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우리나라의 멧돼지 추정 개체수는 26만 7천여 마리, 1㎢당 멧돼지 개체수는 4.1마리로 조사됐습니다.

환경부가 보고 있는 적정 개체수를 1㎢당 1.1마리. 적정 수준보다 네 배나 많습니다.

해마다 수렵 기간을 정해, 수천 마리의 멧돼지를 잡아왔지만, 멧돼지 서식 밀도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원명(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 "전체적인 개체수와 밀도, 멧돼지에 의한 피해 양은 크게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사냥을 통해서 개체수 조절에는 한계가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멧돼지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불법 올무와 덫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태(한국야생동식물보호협회 강원지부) : "실제로는 사냥하는 것보다 올가미 줍는 것이 더 많으니까, 이렇게 굵은 것은 못 끊어요."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개발이란 이름 아래 멧돼지의 영역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인간과 충돌하는 일은 더 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찾는 야외 수영장, 차량이 붐비는 고속도로, 도심 공원까지 멧돼지가 안방처럼 드나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문한(멧돼지 사냥꾼) : "거의 사람이 개를 훈련한다 이런 명목 아니면 밀렵꾼에 의해 쫓기다 보니까 도심지로 몰리는 거죠. 그게 자기(멧돼지)들이 일부러 먹이가 부족해서 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반나절 추격 끝에 150kg이 넘는 멧돼지가 사람들에 끌려 산에서 내려옵니다.

전문적인 멧돼지 사냥꾼들도 성공 확률은 30%에 머무르는 상황. 야생 동물의 습성과 이동 반경을 고려하지 않고 시군 단위로만 한정되는 수렵장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해상(경남수렵협회 전무) : "지금 시군 수렵장 제도는 여태껏 해 왔던 수렵 제도 중에서 제일 잘못 수립된 제도입니다너무 수렵 범위가 좁기 때문에 개체 수 조절이 힘듭니다. 개체 수 조절을 하려고 하면 과거의 순환 수렵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좁은 수렵 지역에 사냥꾼이 한꺼번에 몰려들다 보니 안전사고도 잇따릅니다.

2만여 마리의 닭을 키우는 양계장, 이곳은 수렵이 금지된 지역이지만, 멧돼지를 쫓던 사냥개가 축사에 뛰어들어 2백 마리가 넘는 닭이 폐사했습니다.

<녹취> 양계 농민 : "개가 물어 죽이고 스트레스 받아서 죽고, 스트레스 받은 것들은 살아만 남지 안 큰다니까요."

사냥꾼의 총상을 입은 1년생 어린 멧돼지, 십여 미터 언덕 아래로 몸을 던집니다.

마지막 총성이 울린 뒤 멧돼지는 쓸쓸히 죽어가고, 어미 멧돼지는 사냥꾼을 피해 달아났습니다.

이처럼 멧돼지를 쫓아가 포획하는 모습이 반 생태적이라는 문제 제기는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창길(생명체 학대방지포럼 대표) : "말은 개체수 조절이지만 내용은 멧돼지에 대한 어떤 집단적인 도륙이나 살육의 성격이고, 이런 점은 생태주의적인 생각과는 거리가 멀고 이렇습니다."

멧돼지를 둘러싼 고민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 미국 언론에 보도된 독일 베를린의 멧돼지 기사입니다.

하나 둘 늘기 시작한 베를린 교외의 야생 멧돼지는 지난해 7천여 마리로 늘어 적지 않은 골칫거리입니다.

독일 정부는 야생동물의 개체 수를 조사해, 적정선을 넘은 멧돼지는 전문 사냥꾼을 지정해 포획하고 있습니다.

포획한 멧돼지의 크기와 성별, 출산 등 생체 정보는 기록되고,이 자료는 멧돼지 개체수 조절에 활용됩니다.

멧돼지 개체수를 조사하지만, 포획 뒤 장소와 성별만 기록하고, 배를 가르는 우리와 다른 모습입니다.

<인터뷰> 이문한(멧돼지 사냥꾼) : "보호하면서 개체수 조절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냥 때려잡는 데만 치우쳐 있는 것 같아요."

수렵과 함께 서식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멧돼지의 서식 환경을 분석해 인간과 동떨어진 멧돼지의 공간은 보장하되, 농가에 피해를 주는 서식 환경은 숲 가꾸기 등으로 관리할 경우 개체수 조절에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뷰> 박찬열(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 "일본에서는 사슴이 많아져 토양 유실도 많이 나타나고 그렇게 해서 이런 생태계 영향이 많았었는데, 실제로 먹이 자원인 조리대 밀도를 반 정도 줄이고 사슴 밀도를 반 정도 줄이는 서식지 모형에 의해 관리 대안을 만들었고 그렇게 실행하고 있습니다."

번쩍이는 송곳니와 두려움을 주는 포효, 식인 멧돼지의 습격을 다룬 영화 '차우'입니다.

멧돼지의 눈에 비친 인간은 환경을 파괴하는 탐욕스런 존재, 단지 복수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천적이 없어 멧돼지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매년 농작물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멧돼지가 완전히 박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면, 멧돼지와 공존하는 방안에 대해 더욱 근본적인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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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돼지를 잡아라!
    • 입력 2009-11-15 20:02:55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야생 멧돼지와 인간의 쫓고 쫓기는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반복되는 농작물 피해와 불쑥 도심에 나타나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멧돼지 때문인데요, 대대적으로 펼쳐지는 멧돼지 소탕작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수렵장의 24시간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삼척의 육백산 능선. 사냥꾼들에게 낯익은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녹취> "좌측으로 갔어? 다시?" <녹취> "새끼 돼지는 좌측으로 올라가고, 큰 것은 우측으로 가고..." 드디어 시작된 추격전. 추격을 따돌리지 못한 멧돼지는 야산 덤불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마지막 힘을 과시하는 야생의 최강자, 날카로운 총성에 멧돼지는 최후를 맞습니다. 생을 마감한 야생 멧돼지, 사냥에 나선지 한 시간 만에 거둔 성과치고는 대성공입니다. 지난 2004년 이후 5년 만에 수렵이 허가된 경남 의령군. 동이 트자 사냥꾼들은 경찰서 지구대에 들러, 오늘 사냥에 사용할 총을 받아갑니다. <녹취> "(어제 많이 잡았습니까?) 네, 2마리 했습니다. (오늘도 많이 잡으시고...)" 지난밤 마을 어귀까지 나타난 멧돼지 흔적을 보며 추격을 준비하는 사냥꾼들. <녹취> "저 위에서 쭉 돌면 여기야." <녹취> "능선을 타고 오라는 얘기지?" 야행성인 멧돼지는 낮에 서식지에 숨어 잠을 자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인터뷰> 김태석(경남 수렵협회 회원) : "교미 시기가 돼서 멧돼지들의 습성이 매우 포악합니다. 먹이 활동도 많이 하고 저희가 포획하러 가도 멧돼지들이 우리를 보고 덤비기도 하고..." 민첩하고 경계심이 많은 멧돼지 사냥에는 첨단 GPS 장비까지 동원됐습니다. 험한 산길을 따라 멧돼지를 찾아나선지 2시간여, 4마리의 사냥개가 생후 1년생 어린 멧돼지를 거세게 밀어붙입니다. 본능적인 생존의 몸부림, 하지만, 사냥꾼의 총 앞에 어린 멧돼지는 힘없이 쓰러집니다. <인터뷰> 문성필(경남 수렵협회 회원) : "덩치가 빵빵하게 뚱뚱하게 변해야 하는데 윤달이 끼어서 그런지 올해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왜소하다고 합니까? 살이 덜 찐 모습입니다." 해가 진 뒤 잡은 멧돼지를 신고하는 자리, 마을 주민들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멧돼지의 최후를 보러 모였습니다. <녹취> "크네요." <녹취> "우리는 멧돼지 다니는 것은 못보고 잡는 것만 봤는데...밑에 것이 더 크네요." 수확이 끝난 농촌 마을은 사냥꾼들의 총성이 그치질 않고, 북적이는 사냥꾼 덕분에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호영(의령군 환경수도 과장) : "전국에서 찾아 온 엽사들이 947명입니다. 이분들이 내는 수수료 수입이 3억 천2백만 원 정도 되는데 수렵장 경비를 제외하고 1억 5천2백만 원 정도 순수한 수입으로..." 호랑이 같은 천적이 사라져 먹이 사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한 멧돼지. 수확철 멧돼지가 지나간 논밭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기 일쑵니다. <인터뷰> 김은규(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 "작년에는 강냉이를 하룻밤에 다 먹었어요. 올해는 개를 키워도 내려와요." 지난해 멧돼지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신고된 것만 55억 7천만 원, 농민들이 애써 지은 농사가 매년 수포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피해가 반복되자, 정부는 최근 멧돼지와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내년 3월까지 전국 19개 수렵장에서, 예년보다 5배가량 많은 최대 2만 마리의 멧돼지를 잡기로 한 것입니다. <인터뷰> 최종원(환경부 자연자원과 과장) : "올해 11월까지만 총 25차례 도심에 출몰한 것으로 멧돼지의 출몰 빈도가 갑자기 많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전국의 멧돼지 적정 서식 밀도를 조사했는데요, 이 적정한 밀도보다 4배 가까이 멧돼지들이 많은 개체수가 서식하는 걸로 조사가 됐습니다." 최근 2주일 동안 멧돼지 사냥을 통해 전국에서 붙잡힌 멧돼지는 160마리에 이릅니다. 사냥을 통해 멧돼지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법은 수확철 피해가 발생하면 이뤄지는 유해조수 구제와 겨울철 4달 동안 허가되는 수렵 2가지, 하지만, 사냥으로 멧돼지 개체수를 조절하는 데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우리나라의 멧돼지 추정 개체수는 26만 7천여 마리, 1㎢당 멧돼지 개체수는 4.1마리로 조사됐습니다. 환경부가 보고 있는 적정 개체수를 1㎢당 1.1마리. 적정 수준보다 네 배나 많습니다. 해마다 수렵 기간을 정해, 수천 마리의 멧돼지를 잡아왔지만, 멧돼지 서식 밀도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원명(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 "전체적인 개체수와 밀도, 멧돼지에 의한 피해 양은 크게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사냥을 통해서 개체수 조절에는 한계가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멧돼지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불법 올무와 덫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태(한국야생동식물보호협회 강원지부) : "실제로는 사냥하는 것보다 올가미 줍는 것이 더 많으니까, 이렇게 굵은 것은 못 끊어요."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개발이란 이름 아래 멧돼지의 영역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인간과 충돌하는 일은 더 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찾는 야외 수영장, 차량이 붐비는 고속도로, 도심 공원까지 멧돼지가 안방처럼 드나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문한(멧돼지 사냥꾼) : "거의 사람이 개를 훈련한다 이런 명목 아니면 밀렵꾼에 의해 쫓기다 보니까 도심지로 몰리는 거죠. 그게 자기(멧돼지)들이 일부러 먹이가 부족해서 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반나절 추격 끝에 150kg이 넘는 멧돼지가 사람들에 끌려 산에서 내려옵니다. 전문적인 멧돼지 사냥꾼들도 성공 확률은 30%에 머무르는 상황. 야생 동물의 습성과 이동 반경을 고려하지 않고 시군 단위로만 한정되는 수렵장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해상(경남수렵협회 전무) : "지금 시군 수렵장 제도는 여태껏 해 왔던 수렵 제도 중에서 제일 잘못 수립된 제도입니다너무 수렵 범위가 좁기 때문에 개체 수 조절이 힘듭니다. 개체 수 조절을 하려고 하면 과거의 순환 수렵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좁은 수렵 지역에 사냥꾼이 한꺼번에 몰려들다 보니 안전사고도 잇따릅니다. 2만여 마리의 닭을 키우는 양계장, 이곳은 수렵이 금지된 지역이지만, 멧돼지를 쫓던 사냥개가 축사에 뛰어들어 2백 마리가 넘는 닭이 폐사했습니다. <녹취> 양계 농민 : "개가 물어 죽이고 스트레스 받아서 죽고, 스트레스 받은 것들은 살아만 남지 안 큰다니까요." 사냥꾼의 총상을 입은 1년생 어린 멧돼지, 십여 미터 언덕 아래로 몸을 던집니다. 마지막 총성이 울린 뒤 멧돼지는 쓸쓸히 죽어가고, 어미 멧돼지는 사냥꾼을 피해 달아났습니다. 이처럼 멧돼지를 쫓아가 포획하는 모습이 반 생태적이라는 문제 제기는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창길(생명체 학대방지포럼 대표) : "말은 개체수 조절이지만 내용은 멧돼지에 대한 어떤 집단적인 도륙이나 살육의 성격이고, 이런 점은 생태주의적인 생각과는 거리가 멀고 이렇습니다." 멧돼지를 둘러싼 고민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 미국 언론에 보도된 독일 베를린의 멧돼지 기사입니다. 하나 둘 늘기 시작한 베를린 교외의 야생 멧돼지는 지난해 7천여 마리로 늘어 적지 않은 골칫거리입니다. 독일 정부는 야생동물의 개체 수를 조사해, 적정선을 넘은 멧돼지는 전문 사냥꾼을 지정해 포획하고 있습니다. 포획한 멧돼지의 크기와 성별, 출산 등 생체 정보는 기록되고,이 자료는 멧돼지 개체수 조절에 활용됩니다. 멧돼지 개체수를 조사하지만, 포획 뒤 장소와 성별만 기록하고, 배를 가르는 우리와 다른 모습입니다. <인터뷰> 이문한(멧돼지 사냥꾼) : "보호하면서 개체수 조절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냥 때려잡는 데만 치우쳐 있는 것 같아요." 수렵과 함께 서식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멧돼지의 서식 환경을 분석해 인간과 동떨어진 멧돼지의 공간은 보장하되, 농가에 피해를 주는 서식 환경은 숲 가꾸기 등으로 관리할 경우 개체수 조절에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뷰> 박찬열(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 "일본에서는 사슴이 많아져 토양 유실도 많이 나타나고 그렇게 해서 이런 생태계 영향이 많았었는데, 실제로 먹이 자원인 조리대 밀도를 반 정도 줄이고 사슴 밀도를 반 정도 줄이는 서식지 모형에 의해 관리 대안을 만들었고 그렇게 실행하고 있습니다." 번쩍이는 송곳니와 두려움을 주는 포효, 식인 멧돼지의 습격을 다룬 영화 '차우'입니다. 멧돼지의 눈에 비친 인간은 환경을 파괴하는 탐욕스런 존재, 단지 복수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천적이 없어 멧돼지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매년 농작물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멧돼지가 완전히 박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면, 멧돼지와 공존하는 방안에 대해 더욱 근본적인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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