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마라도나 ‘1986년 질긴 악연’

입력 2009.12.05 (05:57) 수정 2009.12.0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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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에서 사령탑으로 다시 만난 질긴 인연?'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상대할 '남미 강호' 아르헨티나는 역대 월드컵 무대에서 한 차례 만나 패했던 씁쓸한 추억이 남은 팀이다.

무엇보다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은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A조 1차전이다.

결과는 한국이 1-3으로 패했지만 당시 최고 스타였던 디에고 마라도나를 마크했던 허정무 감독이 보여줬던 '온몸 방어'의 추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멕시코 대회를 맞아 사상 두 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던 한국은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이탈리아 등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고, 그 첫 상대가 아르헨티나였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정남 감독은 차범근과 최순호를 비롯한 박창선, 김주성, 정용환, 조민국 등을 선발로 내세웠지만 아르헨티나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12분 뒤 추가골을 허용했고, 후반 1분 만에 세 번째 골을 내주며 허무하게 무너지는 듯했다.

이때 한국은 후반 28분 박창선이 중거리슛으로 아르헨티나의 골 그물을 흔들며 역대 월드컵 1호골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집중 마크를 당하며 골맛을 보지 못했다.

특히 마리도나가 미드필드 지역 중앙에서 개인기를 앞세워 한국 수비수 3명을 제치고 돌진하는 순간 허정무 감독이 볼을 거둬낸다는 게 마라도나의 왼쪽 허벅지를 그대로 차는 장면을 연출했다.

마라도나는 왼쪽 다리를 잡고 뒹굴었고, 허정무 감독은 달려오는 심판과 상대 선수들을 향해 손으로 동그랗게 모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볼을 차려 했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후 허 감독의 태클은 '태권 축구'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는 한국을 꺾고 나서 승승장구했고, 결국 결승전에서 서독을 3-2로 꺾고 우승컵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후 2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다시 만나게 된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당시 '태권 태클'로 악연을 맺었던 허정무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이 나란히 사령탑으로 맞서게 돼 축구 팬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둘의 만남은 최근 아르헨티나 팬들로부터 성적 부진에 따른 사퇴 압력을 받는 마라도나가 본선 때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가정이 앞서게 됐다.

한편 허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의 악연과 더불어 현재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대결도 눈길을 끈다.

박지성은 지난 5월 28일 치러진 바르셀로나와 2008-20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나란히 메시와 선발출전했고, 박지성이 교체된 후반 21분까지 66분 동안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맨유는 전반 10분 사뮈엘 에토오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후반 25분 메시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0-2로 완패했고, 박지성은 처음 출전했던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축구대표팀의 캡틴 박지성으로서도 아르헨티나와 같은 조에 편성되면서 메시와 월드컵 무대에서 첫 번째 대결을 통해 지난 5월 첫 대결의 악연을 떨칠 좋은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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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정무-마라도나 ‘1986년 질긴 악연’
    • 입력 2009-12-05 05:57:12
    • 수정2009-12-05 07:45:29
    연합뉴스
'선수에서 사령탑으로 다시 만난 질긴 인연?'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상대할 '남미 강호' 아르헨티나는 역대 월드컵 무대에서 한 차례 만나 패했던 씁쓸한 추억이 남은 팀이다. 무엇보다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은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A조 1차전이다. 결과는 한국이 1-3으로 패했지만 당시 최고 스타였던 디에고 마라도나를 마크했던 허정무 감독이 보여줬던 '온몸 방어'의 추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멕시코 대회를 맞아 사상 두 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던 한국은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이탈리아 등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고, 그 첫 상대가 아르헨티나였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정남 감독은 차범근과 최순호를 비롯한 박창선, 김주성, 정용환, 조민국 등을 선발로 내세웠지만 아르헨티나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12분 뒤 추가골을 허용했고, 후반 1분 만에 세 번째 골을 내주며 허무하게 무너지는 듯했다. 이때 한국은 후반 28분 박창선이 중거리슛으로 아르헨티나의 골 그물을 흔들며 역대 월드컵 1호골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집중 마크를 당하며 골맛을 보지 못했다. 특히 마리도나가 미드필드 지역 중앙에서 개인기를 앞세워 한국 수비수 3명을 제치고 돌진하는 순간 허정무 감독이 볼을 거둬낸다는 게 마라도나의 왼쪽 허벅지를 그대로 차는 장면을 연출했다. 마라도나는 왼쪽 다리를 잡고 뒹굴었고, 허정무 감독은 달려오는 심판과 상대 선수들을 향해 손으로 동그랗게 모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볼을 차려 했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후 허 감독의 태클은 '태권 축구'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는 한국을 꺾고 나서 승승장구했고, 결국 결승전에서 서독을 3-2로 꺾고 우승컵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후 2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다시 만나게 된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당시 '태권 태클'로 악연을 맺었던 허정무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이 나란히 사령탑으로 맞서게 돼 축구 팬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둘의 만남은 최근 아르헨티나 팬들로부터 성적 부진에 따른 사퇴 압력을 받는 마라도나가 본선 때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가정이 앞서게 됐다. 한편 허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의 악연과 더불어 현재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대결도 눈길을 끈다. 박지성은 지난 5월 28일 치러진 바르셀로나와 2008-20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나란히 메시와 선발출전했고, 박지성이 교체된 후반 21분까지 66분 동안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맨유는 전반 10분 사뮈엘 에토오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후반 25분 메시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0-2로 완패했고, 박지성은 처음 출전했던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축구대표팀의 캡틴 박지성으로서도 아르헨티나와 같은 조에 편성되면서 메시와 월드컵 무대에서 첫 번째 대결을 통해 지난 5월 첫 대결의 악연을 떨칠 좋은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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