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철도 파업 후유증 심각

입력 2009.12.0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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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역사상 가장 오래 계속됐던 철도파업이 지난 목요일 끝났습니다.

열차운행은 거의 정상을 되찾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경제팀 박진영 기자와 함께 이번 철도파업이 남긴 점을 정리해봅니다.

먼저, 8일 동안의 철도파업 간단히 정리해볼까요?

<리포트>

사실 이번 파업이 이뤄지기 전에 철도공사 노조는 지난달 5일과 6일 이틀 동안 한시 파업을 벌였습니다.

그때부터 장기 파업에 대한 징후가 있었던 셈이죠.

그러다가 지난달 25일, 철도공사 사측이 단체협약 해지를 노조에 통보합니다.

단체협약안을 놓고 노조와 의견차가 너무 크니까 아예 지금 협상안을 깨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입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그 다음날인 2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고, 파업은 철도노조 역사상 가장 긴 8일간 계속됐습니다.

파업기간 동안 여객열차 운행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외부에서 투입된 대체 기관사들의 운행 미숙 등으로 인해 수도권 전동차 배차 간격이 길어지면서 직장인들의 무더기 지각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화물열차 운행은 평소의 30%에도 못 미쳐서 시멘트 공장이 줄줄이 가동을 중단했고, 건설사까지 레미콘 확보를 걱정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던 상황에서 철도노조가 지난 목요일 저녁 전격적으로 업무 복귀를 발표하면서 파업은 막을 내렸습니다.

김기태 노조위원장은 정부와 철도공사에 당당하게 맞서는 투쟁을 준비하기 위해서 철도 현장으로 복귀한다고 말하고 성실하고 합리적으로 대화에 나서라고 사측에 촉구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현재 열차 운행은 모두 정상화된 건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주말을 맞아서 KTX와 새마을호 등 여객열차 운송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화물열차인데요, 일단 주말에 예정됐던 열차는 모두 투입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물류난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특히 이번 파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은 바로 시멘트업계인데요, 수도권에 있는 시멘트 공장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도 문을 닫고 있습니다.

강원도 현지 공장에서 화물열차가 아직 출발하지 않은데다, 지금까지 받은 시멘트양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제와 오늘은 화물열차 운행 편수가 평일의 3분의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밀려있는 화물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물류난이 모두 해소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주일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질문> 파업 철회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는데, 그 배경이 궁금하네요.

<답변>

네, 정부와 사측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있었구요, 여기에 시민 안전까지 위협받으면서 여론이 나빠진 것도 파업을 철회하게 된 배경으로 보입니다.

파업 시작 이후 노조는 사측에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파업 철회 없이는 대화도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왔습니다.

노동법에 따른 합법적인 파업이라는 노조 주장과 달리, 사측은 불법파업으로 규정했습니다.

파업철회를 촉구하는 정부의 담화 발표와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이런 전방위적 압박에 복귀하는 노조원도 늘었습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화물 수송이 차질을 빚었고, 여객 열차에 투입된 대체 인력 운행이 미숙하다보니 시민 안전도 위협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질문>파업은 끝났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많죠?

<답변>

남은 쟁점들 여전한데다 노사의 감정의 골도 깊습니다.

앞으로 중단됐던 단체협상을 어떻게든 마무리지어야 하는데요.

임금 동결과 연봉제 도입, 노조 전임자 줄이기, 해고자 복직 등 노사의 입장차가 현격한 쟁점만도 90개가 넘습니다.

이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노-사 양측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숙제도 더 늘었습니다. 사측은 노조원 8백여 명을 직위 해제했고, 190여 명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 측은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사측 간부 90명을 맞고소한 상태입니다.

사측은 파업이 끝났더라도 그동안의 파업에 상응한 민형사상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파업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정부와 노동계의 일종의 대리전이었던 셈입니다.

실제로 이번엔 5개 발전소 공기업 노조가 오는 16일부터 전면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혀 앞으로 공기업들의 도미노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질문>이 기회에 철도도 아예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어요?

<답변>

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 금요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정 정관은 이 자리에서 반드시 민영화 방식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경쟁체제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철도가 공사화된 이후에 수입은 6에서 7%대에 불과한데 비해 인건비는 30% 이상 늘어나 철도공사의 생산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지금 수도권과 경부, 호남, 영동권 등 4개 지역별로 선로와 전차선 등 철도시설물과 차량 전반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파업 첫날에 일어났던 구로역 선로전환기 사고와 서울역 전산시스템 장애 등 일련의 사고와 장애에 대한 후속 조치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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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12-06 07: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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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역사상 가장 오래 계속됐던 철도파업이 지난 목요일 끝났습니다. 열차운행은 거의 정상을 되찾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경제팀 박진영 기자와 함께 이번 철도파업이 남긴 점을 정리해봅니다. 먼저, 8일 동안의 철도파업 간단히 정리해볼까요? <리포트> 사실 이번 파업이 이뤄지기 전에 철도공사 노조는 지난달 5일과 6일 이틀 동안 한시 파업을 벌였습니다. 그때부터 장기 파업에 대한 징후가 있었던 셈이죠. 그러다가 지난달 25일, 철도공사 사측이 단체협약 해지를 노조에 통보합니다. 단체협약안을 놓고 노조와 의견차가 너무 크니까 아예 지금 협상안을 깨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입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그 다음날인 2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고, 파업은 철도노조 역사상 가장 긴 8일간 계속됐습니다. 파업기간 동안 여객열차 운행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외부에서 투입된 대체 기관사들의 운행 미숙 등으로 인해 수도권 전동차 배차 간격이 길어지면서 직장인들의 무더기 지각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화물열차 운행은 평소의 30%에도 못 미쳐서 시멘트 공장이 줄줄이 가동을 중단했고, 건설사까지 레미콘 확보를 걱정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던 상황에서 철도노조가 지난 목요일 저녁 전격적으로 업무 복귀를 발표하면서 파업은 막을 내렸습니다. 김기태 노조위원장은 정부와 철도공사에 당당하게 맞서는 투쟁을 준비하기 위해서 철도 현장으로 복귀한다고 말하고 성실하고 합리적으로 대화에 나서라고 사측에 촉구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현재 열차 운행은 모두 정상화된 건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주말을 맞아서 KTX와 새마을호 등 여객열차 운송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화물열차인데요, 일단 주말에 예정됐던 열차는 모두 투입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물류난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특히 이번 파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은 바로 시멘트업계인데요, 수도권에 있는 시멘트 공장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도 문을 닫고 있습니다. 강원도 현지 공장에서 화물열차가 아직 출발하지 않은데다, 지금까지 받은 시멘트양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제와 오늘은 화물열차 운행 편수가 평일의 3분의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밀려있는 화물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물류난이 모두 해소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주일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질문> 파업 철회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는데, 그 배경이 궁금하네요. <답변> 네, 정부와 사측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있었구요, 여기에 시민 안전까지 위협받으면서 여론이 나빠진 것도 파업을 철회하게 된 배경으로 보입니다. 파업 시작 이후 노조는 사측에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파업 철회 없이는 대화도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왔습니다. 노동법에 따른 합법적인 파업이라는 노조 주장과 달리, 사측은 불법파업으로 규정했습니다. 파업철회를 촉구하는 정부의 담화 발표와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이런 전방위적 압박에 복귀하는 노조원도 늘었습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화물 수송이 차질을 빚었고, 여객 열차에 투입된 대체 인력 운행이 미숙하다보니 시민 안전도 위협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질문>파업은 끝났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많죠? <답변> 남은 쟁점들 여전한데다 노사의 감정의 골도 깊습니다. 앞으로 중단됐던 단체협상을 어떻게든 마무리지어야 하는데요. 임금 동결과 연봉제 도입, 노조 전임자 줄이기, 해고자 복직 등 노사의 입장차가 현격한 쟁점만도 90개가 넘습니다. 이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노-사 양측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숙제도 더 늘었습니다. 사측은 노조원 8백여 명을 직위 해제했고, 190여 명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 측은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사측 간부 90명을 맞고소한 상태입니다. 사측은 파업이 끝났더라도 그동안의 파업에 상응한 민형사상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파업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정부와 노동계의 일종의 대리전이었던 셈입니다. 실제로 이번엔 5개 발전소 공기업 노조가 오는 16일부터 전면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혀 앞으로 공기업들의 도미노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질문>이 기회에 철도도 아예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어요? <답변> 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 금요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정 정관은 이 자리에서 반드시 민영화 방식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경쟁체제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철도가 공사화된 이후에 수입은 6에서 7%대에 불과한데 비해 인건비는 30% 이상 늘어나 철도공사의 생산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지금 수도권과 경부, 호남, 영동권 등 4개 지역별로 선로와 전차선 등 철도시설물과 차량 전반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파업 첫날에 일어났던 구로역 선로전환기 사고와 서울역 전산시스템 장애 등 일련의 사고와 장애에 대한 후속 조치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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