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2탄’ 하이에나 트레이드 씁쓸

입력 2009.12.30 (18:47) 수정 2009.12.3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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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프로야구판을 어지럽힌 '히어로즈발 연쇄 트레이드'가 3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이사회 직후 일사천리로 정리됐다.



KBO가 이날 이사회를 열어 히어로즈의 가입금과 LG, 두산, SK의 연고지 보상금 문제를 매듭짓자마자 히어로즈의 간판 선수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LG, 두산, 삼성이 기다렸다는듯 보도자료를 내고 선수 영입 사실을 잇달아 확인했다.



KBO는 오전 이사회 직후만 해도 히어로즈에 이른바 '트레이드 계획서'를 내도록 요구하고 종합적인 판단을 해보겠다고 했지만 채 반나절이 지나기 전에 '더 이상 현금을 전제로 한 트레이드를 불허한다'는 조건만 붙인 채 세 건의 대형 트레이드를 모두 승인해버렸다.



이번 트레이드로 이택근(LG), 이현승(두산), 장원삼(삼성)을 데려온 세 구단은 어쨌든 내년 시즌에 대비해 든든하게 전력 보강을 한 셈이 됐다.



히어로즈는 간판 선수 셋을 내준 대가로 현금 55억원을 받아 내년 시즌 구단 운영비로 쓸 수 있게 됐다.



KBO는 히어로즈가 가입금을 완납하고 '정회원'으로 살아남게 됨에 따라 프로야구가 7개 구단 리그로 축소되는 '비상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며 애써 트레이드 승인의 명분을 만드는 분위기다.



선수를 데려간 LG, 두산, 삼성과 팔아치운 히어로즈, 이런 장사를 승인해준 KBO 모두 나름대로 '할 말'이 있겠지만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야구 팬들로서는 웬만해선 씁쓸한 뒷맛을 씻어낼 수 없어 보인다.



우선 이번 사태는 전형적인 '하이에나 트레이드'로 프로야구사에 또 하나의 나쁜 선례를 남길 것 같다.



이미 1998년 겨울 쌍방울이 주축 선수들을 죄다 내다팔고 이듬해 2할2푼4리의 초라한 승률만 남긴 채 야구단 운영을 접었던 것처럼 투타의 주축 세 명을 동시에 내보낸 히어로즈를 바라보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반면 그동안 명문 인기 구단으로 명성을 쌓아온 LG, 두산, 삼성은 프로야구 전체 흥행과 발전을 바라는 '동업자 정신'은 아랑곳없이 오로지 자기 구단의 이익만 쫓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숨은 보석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정도'를 버리는 대신 당장의 성적만 내면 된다는 '정글의 법칙'을 따른 셈이다.



히어로즈는 '잉여자원'을 내보내는 대신 안정적인 구단 운영비를 확보해 신인 선수들을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약하다. 누가 봐도 잉여자원이 아닌 간판급 선수를 내보내기만 했을뿐 장기적인 구단 운영의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 가입금 납부, 후 트레이드 논의'라는 원칙을 내걸었던 KBO도 '눈가리고 아웅'식의 트레이드 승인으로 결국 구단들에 끌려다닌다는 비난만 자초했다.



KBO는 지난해 장원삼 파동 때는 트레이드에 반대했던 6개 구단의 힘을 믿고 트레이드 자체를 원천 무효화했지만 올해는 트레이드에 연관된 구단이 4개나 되고 가입금 문제에도 수도권 3개 구단이 이해당사자로 모두 얽히게 되자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말았다.



KBO는 히어로즈의 현금 트레이드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못박았지만 선수간 트레이드를 가장한 뒷거래 등 '여진'을 방지할 안전장치까지 마련하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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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방울 2탄’ 하이에나 트레이드 씁쓸
    • 입력 2009-12-30 18:47:52
    • 수정2009-12-30 18:52:50
    연합뉴스
연말 프로야구판을 어지럽힌 '히어로즈발 연쇄 트레이드'가 3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이사회 직후 일사천리로 정리됐다.

KBO가 이날 이사회를 열어 히어로즈의 가입금과 LG, 두산, SK의 연고지 보상금 문제를 매듭짓자마자 히어로즈의 간판 선수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LG, 두산, 삼성이 기다렸다는듯 보도자료를 내고 선수 영입 사실을 잇달아 확인했다.

KBO는 오전 이사회 직후만 해도 히어로즈에 이른바 '트레이드 계획서'를 내도록 요구하고 종합적인 판단을 해보겠다고 했지만 채 반나절이 지나기 전에 '더 이상 현금을 전제로 한 트레이드를 불허한다'는 조건만 붙인 채 세 건의 대형 트레이드를 모두 승인해버렸다.

이번 트레이드로 이택근(LG), 이현승(두산), 장원삼(삼성)을 데려온 세 구단은 어쨌든 내년 시즌에 대비해 든든하게 전력 보강을 한 셈이 됐다.

히어로즈는 간판 선수 셋을 내준 대가로 현금 55억원을 받아 내년 시즌 구단 운영비로 쓸 수 있게 됐다.

KBO는 히어로즈가 가입금을 완납하고 '정회원'으로 살아남게 됨에 따라 프로야구가 7개 구단 리그로 축소되는 '비상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며 애써 트레이드 승인의 명분을 만드는 분위기다.

선수를 데려간 LG, 두산, 삼성과 팔아치운 히어로즈, 이런 장사를 승인해준 KBO 모두 나름대로 '할 말'이 있겠지만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야구 팬들로서는 웬만해선 씁쓸한 뒷맛을 씻어낼 수 없어 보인다.

우선 이번 사태는 전형적인 '하이에나 트레이드'로 프로야구사에 또 하나의 나쁜 선례를 남길 것 같다.

이미 1998년 겨울 쌍방울이 주축 선수들을 죄다 내다팔고 이듬해 2할2푼4리의 초라한 승률만 남긴 채 야구단 운영을 접었던 것처럼 투타의 주축 세 명을 동시에 내보낸 히어로즈를 바라보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반면 그동안 명문 인기 구단으로 명성을 쌓아온 LG, 두산, 삼성은 프로야구 전체 흥행과 발전을 바라는 '동업자 정신'은 아랑곳없이 오로지 자기 구단의 이익만 쫓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숨은 보석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정도'를 버리는 대신 당장의 성적만 내면 된다는 '정글의 법칙'을 따른 셈이다.

히어로즈는 '잉여자원'을 내보내는 대신 안정적인 구단 운영비를 확보해 신인 선수들을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약하다. 누가 봐도 잉여자원이 아닌 간판급 선수를 내보내기만 했을뿐 장기적인 구단 운영의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 가입금 납부, 후 트레이드 논의'라는 원칙을 내걸었던 KBO도 '눈가리고 아웅'식의 트레이드 승인으로 결국 구단들에 끌려다닌다는 비난만 자초했다.

KBO는 지난해 장원삼 파동 때는 트레이드에 반대했던 6개 구단의 힘을 믿고 트레이드 자체를 원천 무효화했지만 올해는 트레이드에 연관된 구단이 4개나 되고 가입금 문제에도 수도권 3개 구단이 이해당사자로 모두 얽히게 되자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말았다.

KBO는 히어로즈의 현금 트레이드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못박았지만 선수간 트레이드를 가장한 뒷거래 등 '여진'을 방지할 안전장치까지 마련하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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