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빗나간 기상청 눈 예보

입력 2010.01.04 (17:33) 수정 2010.01.0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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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눈 예보가 잇따라 어긋나 기상청이 또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당초 기상청은 4일 서울, 경기, 강원 등에 곳에 따라 2∼7cm, 많게는 10cm 이상의 눈이 올 것이라고 예보했으나 서울에 관측 사상 최대인 25.8cm가 쏟아지자 `예보가 틀렸다'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날 기상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항의 글이 많지 않았으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관련 뉴스 댓글을 중심으로 네티즌의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은 기상청을 `구라(거짓말을 속되게 일컫는 말)청' `기망청'이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기상청의 서울, 인천 등 수도권 눈 예보가 크게 빗나간 것은 이번을 포함해 불과 1주일 사이 두번이나 된다.

기상청은 지난해 12월29∼30일 서울, 인천, 경기, 강원 영서 등에 3∼10cm의 눈이 내리겠다고 예보했으나 실제로는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일부 지역에만 1∼5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 인천 등 대도시의 경우 채 1cm도 쌓이지 않았다.

이처럼 예보가 과녁을 빗나간 이유로 기상청은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일단 우리나라 주변 공기의 움직임과 기압 배치가 당초 예상과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의 경우 기상청 예상보다 북서쪽 고기압의 이동이 느려지고 저기압이 북쪽으로 치우쳐 통과하면서 북한지역과 경기 북부에 많은 눈이 내렸고 서울, 인천 등에는 조금만 왔다.

반대로 4일의 경우 저기압의 중심부가 당초 예상보다 남쪽인 충청권을 지나갔고 주변 공기의 움직임이 예상보다 느려지면서 눈구름이 습기를 더욱 많이 머금게 돼 그 북쪽인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등에 많은 엄청난 양의 눈을 뿌렸다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기상 예보가 지닌 과학적 한계다.

눈의 성질에 따라 쌓이는 두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기온 등 다른 조건에 따라 눈이 올 것인지, 비가 올 것인지 결정되기 때문에 적설량을 정확히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개 강수량 10mm가 적설량 1cm와 맞먹는다고 계산하지만, 이것도 2∼3배 차이가 날 수 있다.

4일 서울의 경우 강수량은 14.5mm에 그쳤으나 쌓인 눈의 두께는 통상 환산치의 갑절에 가까운 25.8cm에 이르렀다.

특히 이번처럼 100년만의 폭설이 오는 것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기상청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처럼 `많은 곳은 10cm 이상'이라는 눈 예보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1월 서울 지역에 10cm 이상 눈이 온 것은 관측 사상 15차례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드문 일이어서 이런 예보는 상식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1월 서울에 15.6cm의 폭설이 왔을 때도 5∼10cm라고 예보했던 적이 있으나 당시에는 `과감한 예보'라고 오히려 칭찬을 받기도 했다"며 "이웃 일본의 경우 홋카이도를 제외하면 2cm 이하, 3∼5cm, 6cm 이상 등 3단계로만 적설 예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찌 됐건 관심이 집중되는 대도시 지역의 예보가 과녁을 벗어남에 따라 기상청의 예보 능력은 또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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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따라 빗나간 기상청 눈 예보
    • 입력 2010-01-04 17:33:57
    • 수정2010-01-04 17:41:58
    연합뉴스
연말연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눈 예보가 잇따라 어긋나 기상청이 또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당초 기상청은 4일 서울, 경기, 강원 등에 곳에 따라 2∼7cm, 많게는 10cm 이상의 눈이 올 것이라고 예보했으나 서울에 관측 사상 최대인 25.8cm가 쏟아지자 `예보가 틀렸다'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날 기상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항의 글이 많지 않았으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관련 뉴스 댓글을 중심으로 네티즌의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은 기상청을 `구라(거짓말을 속되게 일컫는 말)청' `기망청'이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기상청의 서울, 인천 등 수도권 눈 예보가 크게 빗나간 것은 이번을 포함해 불과 1주일 사이 두번이나 된다. 기상청은 지난해 12월29∼30일 서울, 인천, 경기, 강원 영서 등에 3∼10cm의 눈이 내리겠다고 예보했으나 실제로는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일부 지역에만 1∼5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 인천 등 대도시의 경우 채 1cm도 쌓이지 않았다. 이처럼 예보가 과녁을 빗나간 이유로 기상청은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일단 우리나라 주변 공기의 움직임과 기압 배치가 당초 예상과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의 경우 기상청 예상보다 북서쪽 고기압의 이동이 느려지고 저기압이 북쪽으로 치우쳐 통과하면서 북한지역과 경기 북부에 많은 눈이 내렸고 서울, 인천 등에는 조금만 왔다. 반대로 4일의 경우 저기압의 중심부가 당초 예상보다 남쪽인 충청권을 지나갔고 주변 공기의 움직임이 예상보다 느려지면서 눈구름이 습기를 더욱 많이 머금게 돼 그 북쪽인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등에 많은 엄청난 양의 눈을 뿌렸다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기상 예보가 지닌 과학적 한계다. 눈의 성질에 따라 쌓이는 두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기온 등 다른 조건에 따라 눈이 올 것인지, 비가 올 것인지 결정되기 때문에 적설량을 정확히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개 강수량 10mm가 적설량 1cm와 맞먹는다고 계산하지만, 이것도 2∼3배 차이가 날 수 있다. 4일 서울의 경우 강수량은 14.5mm에 그쳤으나 쌓인 눈의 두께는 통상 환산치의 갑절에 가까운 25.8cm에 이르렀다. 특히 이번처럼 100년만의 폭설이 오는 것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기상청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처럼 `많은 곳은 10cm 이상'이라는 눈 예보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1월 서울 지역에 10cm 이상 눈이 온 것은 관측 사상 15차례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드문 일이어서 이런 예보는 상식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1월 서울에 15.6cm의 폭설이 왔을 때도 5∼10cm라고 예보했던 적이 있으나 당시에는 `과감한 예보'라고 오히려 칭찬을 받기도 했다"며 "이웃 일본의 경우 홋카이도를 제외하면 2cm 이하, 3∼5cm, 6cm 이상 등 3단계로만 적설 예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찌 됐건 관심이 집중되는 대도시 지역의 예보가 과녁을 벗어남에 따라 기상청의 예보 능력은 또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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