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1호 록밴드 ‘카불의 꿈’ 화제

입력 2010.01.0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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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공포와 서양문화를 배격하는 탈레반의 위협이 판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록밴드가 등장해 활동하고 있다고 BBC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영국의 유명 록밴드의 보컬리스트인 리암 갤러거를 쏙 빼닮은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 술라이몬 카르다시(19), 베이스 기타 시디크 아마드, 드러머인 무즈타바 하비비가 아프간 첫 록밴드 '카불의 꿈(Kabul Dreams)'을 구성하는 3명의 멤버들이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던 1990년대 부모를 따라 각각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이란 등지로 나가 살던 이들은 자연스레 서양의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

그룹 결성을 주도한 카르다시는 "아프간 젊은이들도 록 음악을 듣지만 아프간에서 만든 록 음악이 없어 인도나 파키스탄 가수들의 음악을 듣는다"며 "아프간에도 록밴드가 생겨야 할 시간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밴드 결성 취지를 설명했다.

레디오 헤드와 트래비스 등 브리티시팝 음악을 듣고 자랐다는 그는 "약 1년 전 에 밴드를 결성키로 했고, 밴드 이름은 그냥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아프간에서 인디 록 뮤직을 연주하는 것 자체가 꿈같은 일이다"고 덧붙였다.

인근 파키스탄에서 10년을 살았다는 아마드는 "탈레반 집권기에 우리는 다른 나라에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음악을 배울 수 있었고 연습할 장소도 있었다"고 말했다.

밴드 멤버들은 아프간에서 언어와 문화가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이어서 사용하는 언어도 파슈툰어, 다리어, 우즈벡어 등으로 제각각이다.

그러나 해외 생활을 통해 서로 통하는 영어를 습득한 탓에 멤버 간의 소통은 물론 노래도 영어로 지어 부른다.

반면 이들은 서양 음악인 록에 아프간의 타악기 리듬을 접목하는 등 나름의 색깔을 찾으려 노력한 흔적도 엿보인다.

그런 이들의 활동에는 적잖은 제약이 따른다.

그동안 이들은 카불에 사는 외국인 주재원들이나 비정부기구 직원들 그리고 서양 음악에 친숙한 교육받은 젊은이 등 한정된 층만을 위해 비밀스럽게 공연을 해왔다.

이들의 음악이 대중에게 다가가기에는 아직 너무 생소하기 때문이다.

또 탈레반의 공세로 치안이 불안해지면서 대규모 관중이 모이는 야외 공연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제대로 된 엔터테인먼트 산업 기반이 없어 활동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식 앨범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드는 "다른 나라의 밴드들은 많은 기회와 시설들을 누릴 수 있지만 전문 프로덕션이 없는 아프간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한다"며 "비디오도 우리가 찍고 스케줄도 우리가 짠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밴드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투 잡스' 생활을 하고 있다.

카르다시는 TV와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 중이며 아마드는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하비비와 함께 녹음실에서 일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이들이 꾸는 꿈은 전쟁으로 분열된 아프간의 젊은이들에게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아마드는 "'카불 드림'은 우즈벡, 파슈툰, 타지크 등 아프간의 다양한 종족 출신들이 모여 만든 그룹"이라며 "모두 함께 어울려 살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연주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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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1호 록밴드 ‘카불의 꿈’ 화제
    • 입력 2010-01-05 21:01:34
    연합뉴스
전쟁의 공포와 서양문화를 배격하는 탈레반의 위협이 판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록밴드가 등장해 활동하고 있다고 BBC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영국의 유명 록밴드의 보컬리스트인 리암 갤러거를 쏙 빼닮은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 술라이몬 카르다시(19), 베이스 기타 시디크 아마드, 드러머인 무즈타바 하비비가 아프간 첫 록밴드 '카불의 꿈(Kabul Dreams)'을 구성하는 3명의 멤버들이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던 1990년대 부모를 따라 각각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이란 등지로 나가 살던 이들은 자연스레 서양의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 그룹 결성을 주도한 카르다시는 "아프간 젊은이들도 록 음악을 듣지만 아프간에서 만든 록 음악이 없어 인도나 파키스탄 가수들의 음악을 듣는다"며 "아프간에도 록밴드가 생겨야 할 시간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밴드 결성 취지를 설명했다. 레디오 헤드와 트래비스 등 브리티시팝 음악을 듣고 자랐다는 그는 "약 1년 전 에 밴드를 결성키로 했고, 밴드 이름은 그냥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아프간에서 인디 록 뮤직을 연주하는 것 자체가 꿈같은 일이다"고 덧붙였다. 인근 파키스탄에서 10년을 살았다는 아마드는 "탈레반 집권기에 우리는 다른 나라에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음악을 배울 수 있었고 연습할 장소도 있었다"고 말했다. 밴드 멤버들은 아프간에서 언어와 문화가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이어서 사용하는 언어도 파슈툰어, 다리어, 우즈벡어 등으로 제각각이다. 그러나 해외 생활을 통해 서로 통하는 영어를 습득한 탓에 멤버 간의 소통은 물론 노래도 영어로 지어 부른다. 반면 이들은 서양 음악인 록에 아프간의 타악기 리듬을 접목하는 등 나름의 색깔을 찾으려 노력한 흔적도 엿보인다. 그런 이들의 활동에는 적잖은 제약이 따른다. 그동안 이들은 카불에 사는 외국인 주재원들이나 비정부기구 직원들 그리고 서양 음악에 친숙한 교육받은 젊은이 등 한정된 층만을 위해 비밀스럽게 공연을 해왔다. 이들의 음악이 대중에게 다가가기에는 아직 너무 생소하기 때문이다. 또 탈레반의 공세로 치안이 불안해지면서 대규모 관중이 모이는 야외 공연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제대로 된 엔터테인먼트 산업 기반이 없어 활동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식 앨범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드는 "다른 나라의 밴드들은 많은 기회와 시설들을 누릴 수 있지만 전문 프로덕션이 없는 아프간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한다"며 "비디오도 우리가 찍고 스케줄도 우리가 짠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밴드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투 잡스' 생활을 하고 있다. 카르다시는 TV와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 중이며 아마드는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하비비와 함께 녹음실에서 일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이들이 꾸는 꿈은 전쟁으로 분열된 아프간의 젊은이들에게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아마드는 "'카불 드림'은 우즈벡, 파슈툰, 타지크 등 아프간의 다양한 종족 출신들이 모여 만든 그룹"이라며 "모두 함께 어울려 살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연주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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