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조선학교, 전국 고교럭비 3위 ‘파란’

입력 2010.01.06 (10:07) 수정 2010.01.0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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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사카의 조총련계 민족학교인 오사카조선고급학교가 일본의 전국 고교럭비대회에서 3위를 차지해 교포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오사카 조선고급학교(이하 오사카 조고)는 5일 오사카부 히가시오사카시의 하나조노 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고교럭비대회에서 3위를 확정지었다.



오사카 조고는 구랍 27일 개막한 이 대회에서 우승 후보였던 일본의 고등학교들을 차례로 제치며 4강에 올랐지만 이날 열린 준결승에서 가나가와현 대표인 도인가쿠엔 고교를 상대로 7대33으로 석패해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전국고교럭비대회는 일본 내 800여팀이 참가하는 대규모 대회로, '럭비의 고시엔대회(고교야구대회)'로 불릴 만큼 많은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1918년 첫 대회가 열린 이후 올해로 89회째를 맞을 정도로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경기장인 '하나조노'는 럭비 선수들과 애호가들 사이에서 꿈의 무대로 불릴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역예선에서 전년도 우승팀인 조쇼케이코가쿠인 고교를 물리치며 대회 출전권을 따내 화제를 모았던 오사카 조고는 본선 첫 시합에서 역대 34회 본선 진출팀인 강호 니가타공업고등학교를 50대 0으로 꺾었으며 5회 우승 경험이 있는 국학원대 쿠가야마 고교와 치바현의 강팀 류케이가시 고교를 잇따라 제쳤었다.



오사카 조고가 결승에 오른 것은 현지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 학교는 지금까지 단 4차례 본선에 올랐으며 가장 좋은 성적은 16강 진출(1987년)이었다.



오사카 조고는 여학생을 합쳐 전교생 300명 규모의 작은 학교로, 럭비부에 대한 지원 역시 일반 일본 학교보다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 학교 럭비부 부원수는 다른 학교들의 절반 수준인 51명뿐이며 주전 15명 중 9명이 2학년생으로 구성된 만큼 경험도 타학교에 비해 부족한 편이었다.



오사카 조고 럭비팀의 쾌거는 특히 각지의 조선학교들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침울해 하고 있던 재일교포 사회는 이들의 선전에 흥분하고 있다.



조선학교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이나 미사일 시험 등 북일관계에서 민감한 문제가 나올 때마다 일본인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고 지난 수년간 학교 부지와 관련해 지자체들과의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오사카 조고 역시 히가시오사카시와 운동장부지 사용에 대해 법정 소송에 휩싸여 오는 3월까지 시측에 1억4천500만엔(약18억원)을 지불하지 않으면 운동장 일부를 넘겨줘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선수들의 선전에 럭비부의 홈페이지에는 하루 1천명 안팎의 재일교포들이 방문해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며 3일 열린 준결승전에는 5천여명의 교포들이 몰려 응원의 함성을 쏟아냈다.



준결승 경기장에서 만난 이 학교 졸업생 송동휘(45ㆍ재일교포 3세)씨는 "재일교포의 근성을 선수들이 잘 보여줬다. 열악한 학교 재정과 얇은 선수층이라는 장애를 패기로 극복한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헌희(67)씨는 "어린 친구들이 불리한 여건에서도 열심히 싸워준 덕분에 목청을 높여 실컷 응원했다"며 "코리안에 대한 배외(排外)주의가 여전히 심한 가운데 나온 선전이라서 재일동포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럭비부의 주장인 오태성군은 "럭비는 패기과 근성이 중요한 경기다. 재일 동포 특유의 파이팅을 경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재일 동포 뿐 아니라 일본 전체에 감동을 주는 럭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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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조선학교, 전국 고교럭비 3위 ‘파란’
    • 입력 2010-01-06 10:07:14
    • 수정2010-01-06 10:39:44
    연합뉴스
 일본 오사카의 조총련계 민족학교인 오사카조선고급학교가 일본의 전국 고교럭비대회에서 3위를 차지해 교포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오사카 조선고급학교(이하 오사카 조고)는 5일 오사카부 히가시오사카시의 하나조노 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고교럭비대회에서 3위를 확정지었다.

오사카 조고는 구랍 27일 개막한 이 대회에서 우승 후보였던 일본의 고등학교들을 차례로 제치며 4강에 올랐지만 이날 열린 준결승에서 가나가와현 대표인 도인가쿠엔 고교를 상대로 7대33으로 석패해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전국고교럭비대회는 일본 내 800여팀이 참가하는 대규모 대회로, '럭비의 고시엔대회(고교야구대회)'로 불릴 만큼 많은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1918년 첫 대회가 열린 이후 올해로 89회째를 맞을 정도로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경기장인 '하나조노'는 럭비 선수들과 애호가들 사이에서 꿈의 무대로 불릴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역예선에서 전년도 우승팀인 조쇼케이코가쿠인 고교를 물리치며 대회 출전권을 따내 화제를 모았던 오사카 조고는 본선 첫 시합에서 역대 34회 본선 진출팀인 강호 니가타공업고등학교를 50대 0으로 꺾었으며 5회 우승 경험이 있는 국학원대 쿠가야마 고교와 치바현의 강팀 류케이가시 고교를 잇따라 제쳤었다.

오사카 조고가 결승에 오른 것은 현지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 학교는 지금까지 단 4차례 본선에 올랐으며 가장 좋은 성적은 16강 진출(1987년)이었다.

오사카 조고는 여학생을 합쳐 전교생 300명 규모의 작은 학교로, 럭비부에 대한 지원 역시 일반 일본 학교보다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 학교 럭비부 부원수는 다른 학교들의 절반 수준인 51명뿐이며 주전 15명 중 9명이 2학년생으로 구성된 만큼 경험도 타학교에 비해 부족한 편이었다.

오사카 조고 럭비팀의 쾌거는 특히 각지의 조선학교들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침울해 하고 있던 재일교포 사회는 이들의 선전에 흥분하고 있다.

조선학교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이나 미사일 시험 등 북일관계에서 민감한 문제가 나올 때마다 일본인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고 지난 수년간 학교 부지와 관련해 지자체들과의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오사카 조고 역시 히가시오사카시와 운동장부지 사용에 대해 법정 소송에 휩싸여 오는 3월까지 시측에 1억4천500만엔(약18억원)을 지불하지 않으면 운동장 일부를 넘겨줘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선수들의 선전에 럭비부의 홈페이지에는 하루 1천명 안팎의 재일교포들이 방문해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며 3일 열린 준결승전에는 5천여명의 교포들이 몰려 응원의 함성을 쏟아냈다.

준결승 경기장에서 만난 이 학교 졸업생 송동휘(45ㆍ재일교포 3세)씨는 "재일교포의 근성을 선수들이 잘 보여줬다. 열악한 학교 재정과 얇은 선수층이라는 장애를 패기로 극복한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헌희(67)씨는 "어린 친구들이 불리한 여건에서도 열심히 싸워준 덕분에 목청을 높여 실컷 응원했다"며 "코리안에 대한 배외(排外)주의가 여전히 심한 가운데 나온 선전이라서 재일동포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럭비부의 주장인 오태성군은 "럭비는 패기과 근성이 중요한 경기다. 재일 동포 특유의 파이팅을 경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재일 동포 뿐 아니라 일본 전체에 감동을 주는 럭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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