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승차거부 묘책 없나

입력 2010.01.1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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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하 10도를 밑돌던 지난 8일 저녁 11시30분.



종각역과 교보빌딩 사이의 종로 도로변에서는 기자를 포함해 십여 명이 칼바람을 맞으며 택시를 향해 애처로운 손짓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인들에 접근했던 많은 택시들이 조수석 창문만 살짝 내린 채 행선지를 확인하고는 매정하게 속도를 높여 지나가 버린다.



서울시가 도입한 브랜드콜택시에 전화해 봤다. GPS를 이용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빈차를 자동으로 지정, 5분내에 도착하게 한다는 서비스다. 하지만 10여분이 지나서야 `고객님 주변에 빈차량이 없습니다’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만 도착했다.



택시 한 대가 속도를 줄이며 다가온다. 먼저 다가간 행인 몇이 행선지를 말하지만 퇴짜다. 뒷문을 열고 냅다 들어가 앉았다. "고맙습니다. 000 갑시다". 내 돈 내고 택시 타는데 뭐가 고마운건지….



택시 기사는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혼잣말로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행선지를 향해 출발했다.



◇ 10여년 단속에도 여전한 승차거부



승차거부를 이유로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물리기 시작한 것은 1995년이다.



그 전까지는 사업자에게만 과태료 20만원이 부과됐는데, 운전자에게 당장의 불이익이 없다보니 승차거부가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0년. 승차거부는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



작년 한해동안 서울시가 운영하는 다산콜센터에 접수된 승차거부 민원은 7천22건(신고뒤 자진 철회 6천125건 제외). 휴일까지 포함해도 하루 평균 20건 정도씩 접수되는 셈이다.



대부분 오후 11시∼새벽 1시 사이에 승차거부를 당했다는 민원이 제기된다.



승차거부 민원이 주로 발생하는 지역은 종각역 을지로입구 홍대입구 강남고속터미널 강남역 신촌로터리 건대입구역 영등포역 용산역 동대문 등 10곳이다.



심야시간 때 유흥가 주변에서 승차거부가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이 뜸해지는데 술에 얼큰하게 취해 귀가를 서두르는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급속하게 공급자 위주 시장이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한정돼 있어 택시 기사가 손님을 고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벌점제ㆍCCTV가동 등 전방위 대책..승차거부 없어질까



승차거부가 여전하긴 하지만 작년에는 상당히 줄었다. 전년보다 승차거부 신고건수는 28.6% 감소했다. 주 요인은 택시의 기본요금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작년 6월 기본요금이 1천900원에서 2천400원으로 크게 오른 뒤 7개월간 승차거부 신고는 전년 동기대비 41.2%나 급감했다. 기본요금이 오르면서 단거리 손님을 기피하던 경향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작년 12월에는 전년 동월대비 감소폭이 22.6%에 그쳐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 김경호 교통기획관은 "택시 기본요금만 올린 것은 승차거부를 줄여보자는 취지"라며 "인상의 효과가 점점 줄고 있는데, 시는 앞으로도 이 방향(기본요금 인상)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승차거부를 근절하기 위한 다른 노력들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크게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승차거부를 줄이고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브랜드 콜택시를 계속 확대, 현재 서울시 7만2천500여대 중 절반이 넘는 3만6천510대가 여기에 가입해 있지만 택시 수요가 몰리는 심야시간대에는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시 자체적으로 단속도 한다. 승차거부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20여명의 단속반을 투입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시에서는 작년 11월에 도입된 벌점제가 승차거부 근절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택시업체가 받은 과태료와 사업정지 등 행정처분에 대한 누적 벌점이 일정수준을 넘으면 감차, 면허취소 등의 제재가 내려진다.



특히 승차거부 등 4대 승객불편사항 위반은 벌점이 5배로 부과돼 개인택시 운전자라면 2년간 6차례 승차거부를 하면 면허가 취소된다.



국토해양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감차나 면허취소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아주 강력한 제재 수단"이라며 "택시회사에 직접적인 불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교육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승차거부로 신고돼도 명확한 증거가 없어 `경고’ 처분이 많이 내려지는데 대한 보완책도 마련된다. 승차거부 상습지역에 설치된 주정차 단속 CCTV를 이용해 야간에는 승차거부 단속을 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



김경호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현재 2곳에서 CCTV를 시범운영하고 있다"면서 "현재 자동으로 채증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중이며 한달 내에는 본격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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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전한 승차거부 묘책 없나
    • 입력 2010-01-12 08:16:15
    연합뉴스
 영하 10도를 밑돌던 지난 8일 저녁 11시30분.

종각역과 교보빌딩 사이의 종로 도로변에서는 기자를 포함해 십여 명이 칼바람을 맞으며 택시를 향해 애처로운 손짓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인들에 접근했던 많은 택시들이 조수석 창문만 살짝 내린 채 행선지를 확인하고는 매정하게 속도를 높여 지나가 버린다.

서울시가 도입한 브랜드콜택시에 전화해 봤다. GPS를 이용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빈차를 자동으로 지정, 5분내에 도착하게 한다는 서비스다. 하지만 10여분이 지나서야 `고객님 주변에 빈차량이 없습니다’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만 도착했다.

택시 한 대가 속도를 줄이며 다가온다. 먼저 다가간 행인 몇이 행선지를 말하지만 퇴짜다. 뒷문을 열고 냅다 들어가 앉았다. "고맙습니다. 000 갑시다". 내 돈 내고 택시 타는데 뭐가 고마운건지….

택시 기사는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혼잣말로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행선지를 향해 출발했다.

◇ 10여년 단속에도 여전한 승차거부

승차거부를 이유로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물리기 시작한 것은 1995년이다.

그 전까지는 사업자에게만 과태료 20만원이 부과됐는데, 운전자에게 당장의 불이익이 없다보니 승차거부가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0년. 승차거부는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

작년 한해동안 서울시가 운영하는 다산콜센터에 접수된 승차거부 민원은 7천22건(신고뒤 자진 철회 6천125건 제외). 휴일까지 포함해도 하루 평균 20건 정도씩 접수되는 셈이다.

대부분 오후 11시∼새벽 1시 사이에 승차거부를 당했다는 민원이 제기된다.

승차거부 민원이 주로 발생하는 지역은 종각역 을지로입구 홍대입구 강남고속터미널 강남역 신촌로터리 건대입구역 영등포역 용산역 동대문 등 10곳이다.

심야시간 때 유흥가 주변에서 승차거부가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이 뜸해지는데 술에 얼큰하게 취해 귀가를 서두르는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급속하게 공급자 위주 시장이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한정돼 있어 택시 기사가 손님을 고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벌점제ㆍCCTV가동 등 전방위 대책..승차거부 없어질까

승차거부가 여전하긴 하지만 작년에는 상당히 줄었다. 전년보다 승차거부 신고건수는 28.6% 감소했다. 주 요인은 택시의 기본요금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작년 6월 기본요금이 1천900원에서 2천400원으로 크게 오른 뒤 7개월간 승차거부 신고는 전년 동기대비 41.2%나 급감했다. 기본요금이 오르면서 단거리 손님을 기피하던 경향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작년 12월에는 전년 동월대비 감소폭이 22.6%에 그쳐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 김경호 교통기획관은 "택시 기본요금만 올린 것은 승차거부를 줄여보자는 취지"라며 "인상의 효과가 점점 줄고 있는데, 시는 앞으로도 이 방향(기본요금 인상)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승차거부를 근절하기 위한 다른 노력들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크게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승차거부를 줄이고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브랜드 콜택시를 계속 확대, 현재 서울시 7만2천500여대 중 절반이 넘는 3만6천510대가 여기에 가입해 있지만 택시 수요가 몰리는 심야시간대에는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시 자체적으로 단속도 한다. 승차거부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20여명의 단속반을 투입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시에서는 작년 11월에 도입된 벌점제가 승차거부 근절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택시업체가 받은 과태료와 사업정지 등 행정처분에 대한 누적 벌점이 일정수준을 넘으면 감차, 면허취소 등의 제재가 내려진다.

특히 승차거부 등 4대 승객불편사항 위반은 벌점이 5배로 부과돼 개인택시 운전자라면 2년간 6차례 승차거부를 하면 면허가 취소된다.

국토해양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감차나 면허취소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아주 강력한 제재 수단"이라며 "택시회사에 직접적인 불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교육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승차거부로 신고돼도 명확한 증거가 없어 `경고’ 처분이 많이 내려지는데 대한 보완책도 마련된다. 승차거부 상습지역에 설치된 주정차 단속 CCTV를 이용해 야간에는 승차거부 단속을 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

김경호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현재 2곳에서 CCTV를 시범운영하고 있다"면서 "현재 자동으로 채증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중이며 한달 내에는 본격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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