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선호 퇴색…자녀 보는 시각도 변화

입력 2010.01.12 (17:11) 수정 2010.01.12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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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못 낳는다는 이유로 시댁에서 온갖 수모를 당했다거나 아들을 낳으려 딸만 줄줄이 낳아야 했다는 말도 이젠 옛날이야기가 될 판이다.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남아있던 남아선호 관념이 완연히 퇴색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과 교육개발원의 부설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결과는 `아들 타령'하던 세태가 차츰 사라지고 가족 관계에서 딸을 더 선호하는 문화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8년 태어난 신생아 2천78명의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아버지들은 아내의 임신 중 태어나길 바랐던 자녀의 성별로 딸 37.4%, 아들 28.6%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의 어머니도 임신한 자녀가 딸이길 바란 경우가 37.9%로 아들이길 바란 31.3%보다 훨씬 많았다.

남아선호 관념이 희박해지면서 여아 100명당 남아수를 나타내는 출생성비도 지난 1998년 110.2명에서 꾸준히 낮아지면서 2005년 107.8명에서 2008년 106.4명으로 낮아졌다.

정상 출생성비를 103∼107명으로 보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준에 진입한 것이다.

남아선호 관념의 퇴색은 태어난 자녀를 보는 시각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자녀에 대한 시각을 가족의 화목이나 부부의 화합 등 정서적 가치와 노후 경제봉양, 대물림 등 도구적 가치로 나눠 분석한 결과 부모 모두 자녀의 도구적 가치보다는 정서적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인 어머니들이 자녀를 상대로 한 정서적 가치 지수는 13.4, 도구적 가치 지수는 11.8로 정서적 가치가 훨씬 높았다. 아버지들도 정서적 가치 13.5, 도구적 가치 13.1로 약간의 차이로 자녀의 정서적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뒀다.

하지만, 그동안 남아선호가 역설적으로 출산의 또다른 동력원이 돼 왔다는 점에서 저출산 위기에 직면한 우리 사회로서는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첫째 자녀의 출생성비는 104.9명이었으나 둘째 자녀는 105.6명, 셋째 자녀는 115.8명, 넷째 자녀 이상은 123.9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아들 선호가 추가 출산을 결정하는 주요 동기가 된 것이다.

또 3명 이상의 다자녀를 출산한 40대 여성의 자녀 성별 구성은 여아-여아-남아가 48.5%로 남아-남아-여아 4.5%의 10배 이상이었고 30대에서도 전자가 34.6%, 후자가 8.9%로 2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신순철 인구보건복지협회 본부장은 "맏이에 대해서는 아들.딸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 보편화됐지만 둘째나 셋째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담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라며 "남아선호 관념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살아가기는 아직 녹록지 않다"며 "여성으로서 차별없이 자주적 삶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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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아 선호 퇴색…자녀 보는 시각도 변화
    • 입력 2010-01-12 17:11:15
    • 수정2010-01-12 20:29:42
    연합뉴스
아들 못 낳는다는 이유로 시댁에서 온갖 수모를 당했다거나 아들을 낳으려 딸만 줄줄이 낳아야 했다는 말도 이젠 옛날이야기가 될 판이다.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남아있던 남아선호 관념이 완연히 퇴색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과 교육개발원의 부설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결과는 `아들 타령'하던 세태가 차츰 사라지고 가족 관계에서 딸을 더 선호하는 문화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8년 태어난 신생아 2천78명의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아버지들은 아내의 임신 중 태어나길 바랐던 자녀의 성별로 딸 37.4%, 아들 28.6%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의 어머니도 임신한 자녀가 딸이길 바란 경우가 37.9%로 아들이길 바란 31.3%보다 훨씬 많았다. 남아선호 관념이 희박해지면서 여아 100명당 남아수를 나타내는 출생성비도 지난 1998년 110.2명에서 꾸준히 낮아지면서 2005년 107.8명에서 2008년 106.4명으로 낮아졌다. 정상 출생성비를 103∼107명으로 보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준에 진입한 것이다. 남아선호 관념의 퇴색은 태어난 자녀를 보는 시각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자녀에 대한 시각을 가족의 화목이나 부부의 화합 등 정서적 가치와 노후 경제봉양, 대물림 등 도구적 가치로 나눠 분석한 결과 부모 모두 자녀의 도구적 가치보다는 정서적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인 어머니들이 자녀를 상대로 한 정서적 가치 지수는 13.4, 도구적 가치 지수는 11.8로 정서적 가치가 훨씬 높았다. 아버지들도 정서적 가치 13.5, 도구적 가치 13.1로 약간의 차이로 자녀의 정서적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뒀다. 하지만, 그동안 남아선호가 역설적으로 출산의 또다른 동력원이 돼 왔다는 점에서 저출산 위기에 직면한 우리 사회로서는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첫째 자녀의 출생성비는 104.9명이었으나 둘째 자녀는 105.6명, 셋째 자녀는 115.8명, 넷째 자녀 이상은 123.9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아들 선호가 추가 출산을 결정하는 주요 동기가 된 것이다. 또 3명 이상의 다자녀를 출산한 40대 여성의 자녀 성별 구성은 여아-여아-남아가 48.5%로 남아-남아-여아 4.5%의 10배 이상이었고 30대에서도 전자가 34.6%, 후자가 8.9%로 2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신순철 인구보건복지협회 본부장은 "맏이에 대해서는 아들.딸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 보편화됐지만 둘째나 셋째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담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라며 "남아선호 관념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살아가기는 아직 녹록지 않다"며 "여성으로서 차별없이 자주적 삶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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