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무덤’ 신속 발표로 ‘뭇매’

입력 2010.01.15 (16:50) 수정 2010.01.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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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회과학원이 조조 무덤이 진짜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진위를 둘러싼 고고학계의 논쟁이 수그러드는 양상이지만 당국이 서둘러 조조 무덤을 공표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은 여전하다.

중국 고고학계는 최근 허난(河南)성 안양(安陽)현 시가오쉐(西高穴)촌에서 발견된 동한(東漢)시대 무덤이 삼국시대 조조(曺操.155-220)의 것인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논쟁은 허난성이 지난해 12월 27일 이 무덤이 조조의 무덤이라고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허난성 문물국은 이날 이 무덤이 조조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진짜 '고릉(高陵)'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직후 인민대학 국학원의 위안지시(遠濟喜) 부원장 등 일부 고고학자들은 "직접적이고 유력한 증거가 없다"며 "진짜로 결론짓는 것은 학술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무덤의 진짜 주인은 조조의 심복이었던 하후돈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맞서 허난성과 이 무덤 발굴에 참여한 고고학자들은 "현장도 확인해 보지 않고 반론을 제기한다"거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억지로 논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공박, 진위 논쟁이 불붙었으며 감정싸움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였다.

결국 중국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가 14일 '조조 무덤은 진짜'라고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교통정리에 나섰다.

중국 언론들은 이와 관련, "서둘러 조조 무덤이라고 공표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며 허난성의 미숙한 조치를 비판했다.

고고학계의 충분한 고증과 논의를 거쳤다면 학계의 소모적인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허난성은 조조의 무덤 발표를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중국 언론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꼬집고 있다.

고고학이나 학문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면서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급작스레 발표했다는 얘기다.

북경청년보는 지난해 12월 30일 일찌감치 "조조 무덤의 매년 입장료 수입이 최소 4억2천만 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제적 이익에 대한 고려가 앞장서면서 학술적 양심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화상신보도 15일 "조조의 무덤과 관련한 허난성의 발표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못했다"며 "경제적 자원으로 삼기 위해 없는 문화자원까지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는 일부 지방정부의 작태를 답습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실제 최근 중국의 일부 도시들은 관광산업이 지방정부의 주요 재원으로 떠오르면서 경쟁적으로 역사적 인물이나 자원을 관광상품화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후베이(湖北)성 안루(安陸)시와 쓰촨(四川)성 장여우(江油)시가 서로 고대 중국의 대표 시인인 '시선(詩仙)' 이백(李白)의 고향이라고 다퉜고 산둥(山東)성 텅저우(騰州)와 허난(河南)성 루산(魯山)은 묵자(墨子)의 고향 차지를 위해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허난의 난양(南陽)과 허베이 양판(襄樊)은 서로 제갈량(諸葛亮)의 고향이라고 자처하고 있으며 산둥 룽커우와 장수(江蘇)성 수간은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났던 서복(徐福)의 고향이라고 맞서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승고적의 명칭으로 지명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중국 고고학계는 "고대 문물 투자에 대해 인색했던 지방정부들이 투자에 적극적인 것은 반길 일이지만 학술적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관광상품화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자칫 역사적 왜곡이 이뤄질까 겁난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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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조 무덤’ 신속 발표로 ‘뭇매’
    • 입력 2010-01-15 16:50:44
    • 수정2010-01-15 16:51:40
    연합뉴스
중국사회과학원이 조조 무덤이 진짜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진위를 둘러싼 고고학계의 논쟁이 수그러드는 양상이지만 당국이 서둘러 조조 무덤을 공표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은 여전하다. 중국 고고학계는 최근 허난(河南)성 안양(安陽)현 시가오쉐(西高穴)촌에서 발견된 동한(東漢)시대 무덤이 삼국시대 조조(曺操.155-220)의 것인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논쟁은 허난성이 지난해 12월 27일 이 무덤이 조조의 무덤이라고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허난성 문물국은 이날 이 무덤이 조조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진짜 '고릉(高陵)'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직후 인민대학 국학원의 위안지시(遠濟喜) 부원장 등 일부 고고학자들은 "직접적이고 유력한 증거가 없다"며 "진짜로 결론짓는 것은 학술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무덤의 진짜 주인은 조조의 심복이었던 하후돈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맞서 허난성과 이 무덤 발굴에 참여한 고고학자들은 "현장도 확인해 보지 않고 반론을 제기한다"거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억지로 논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공박, 진위 논쟁이 불붙었으며 감정싸움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였다. 결국 중국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가 14일 '조조 무덤은 진짜'라고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교통정리에 나섰다. 중국 언론들은 이와 관련, "서둘러 조조 무덤이라고 공표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며 허난성의 미숙한 조치를 비판했다. 고고학계의 충분한 고증과 논의를 거쳤다면 학계의 소모적인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허난성은 조조의 무덤 발표를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중국 언론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꼬집고 있다. 고고학이나 학문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면서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급작스레 발표했다는 얘기다. 북경청년보는 지난해 12월 30일 일찌감치 "조조 무덤의 매년 입장료 수입이 최소 4억2천만 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제적 이익에 대한 고려가 앞장서면서 학술적 양심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화상신보도 15일 "조조의 무덤과 관련한 허난성의 발표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못했다"며 "경제적 자원으로 삼기 위해 없는 문화자원까지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는 일부 지방정부의 작태를 답습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실제 최근 중국의 일부 도시들은 관광산업이 지방정부의 주요 재원으로 떠오르면서 경쟁적으로 역사적 인물이나 자원을 관광상품화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후베이(湖北)성 안루(安陸)시와 쓰촨(四川)성 장여우(江油)시가 서로 고대 중국의 대표 시인인 '시선(詩仙)' 이백(李白)의 고향이라고 다퉜고 산둥(山東)성 텅저우(騰州)와 허난(河南)성 루산(魯山)은 묵자(墨子)의 고향 차지를 위해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허난의 난양(南陽)과 허베이 양판(襄樊)은 서로 제갈량(諸葛亮)의 고향이라고 자처하고 있으며 산둥 룽커우와 장수(江蘇)성 수간은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났던 서복(徐福)의 고향이라고 맞서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승고적의 명칭으로 지명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중국 고고학계는 "고대 문물 투자에 대해 인색했던 지방정부들이 투자에 적극적인 것은 반길 일이지만 학술적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관광상품화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자칫 역사적 왜곡이 이뤄질까 겁난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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